소이혹 광란의 밤 이후
어제 소이혹에서 정말 즐겁게 시간을 보냈지만, 이제는 그곳을 떠날 시간이 되었다. 밤 12시 비행기 일정에 맞춰 7시 즈음에는 알테라로 돌아가 짐을 정리하고 샤워를 하고 나서, 8시 10분 톰택시를 타기로 계획했다.
어제 푸잉은 낮 12시가 조금 지난 후에 겨우 모습을 드러냈는데, 이미 몹시 피곤해 보였다. 나 역시 정신을 차리기 위해 발코니에 서서 담배 한 개비를 피운 뒤, 샤워를 마치고 친구와 함께 수원왕갈비에서 잔치국수, 육개장, 떡만두국을 시켜 먹으면서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해봤다. 결국, 남은 바트를 어제 만난 푸잉에게 쓰고 돌아오자는 결론에 이르렀고, 4시가 되자 다시 소이혹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내리자마자 어제의 푸잉은 나를 보고 너무 반가워하며 끌어안고 큰 소란을 일으켰다. 어제 그에게 듬(위스키) 5잔과 데킬라 15잔을 기본으로 제공했던 덕에 그런 반응이 나온 건가 싶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혹시 내가 보여준 '화염룡을 다루는 기술'에 감탄한 건 아닐까 하는 자신감 넘치는 상상도 해봤다. 아마 후자일 것 같았는데, 솔직히 내 능력만으로는 부족했을지도 몰라 푸잉 몰래 포션 하나를 썼던 게 떠오르며 살짝 찔리는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푸잉과 진한 포옹과 뽀뽀를 나누며 소이혹으로 재입성했지만, 그의 눈을 보니 깊은 피로가 느껴졌다. '내가 밤새도록 쉬지 못하게 했던 탓인가?' 하는 자랑스러운 마음과 동시에 미안한 마음이 스물스물 올라왔다.
“쿤, 므어완니 싸눅 마이?” (너 어제 즐거웠어?)
“차이~ 컵쿤나카.” (맞아, 고마워.)
어제 바파인하고 방문했던 Area39에서는 푸잉이 리젠시에 소다를 타서 마시더니 이번에는 그걸 투샷으로 들이켰다. 아메리카노 투샷도 아닌 리젠시 투샷이라니... 진정한 술꾼의 면모를 본 순간이었다.
“쿤, 완니 데낄라 낀 다이 마이?” (너 오늘도 데킬라 마실 수 있어?)
푸잉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 없이 자신의 목젖 부근을 엄지와 집게손가락으로 툭툭 튕기는 동작을 했다.
“히우 남 양러?” (아직도 목마르다고?)
그 모습이 너무나도 귀여웠다.
그래, 오늘 남은 바트 다 가져가라. 푸잉!

나는 또 데킬라를 한 잔 말아줬다.
저 사진 속 타투를 한 푸잉은 내 푸잉 친구다. 물론 몇 잔은 내가 사주긴 했지만 데킬라는 아니었다. 딱히 관심도 없는 푸잉에게까지 굳이 돈을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티를 많이 내지 않았지만, 내 푸잉을 이틀 연속으로 부러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내 푸잉은 "씐나 씐나"를 외치며 신나게 한 잔씩 들이켰다. 나도 시간이 없었고, 마지막으로 멋지게 허세를 부리고 싶어서 마지막 데킬라 한 잔을 따라 바로 내가 마시고 100밧만 남겨두었다. 마지막으로 가게를 나서기 전에 뽀뽀도 해주고, 찌찌도 살짝 만져주고, 궁디 팡팡까지 해줬다.
어설픈 티를 내지 않으려고 브로들의 도움을 받아 효과를 제대로 누린 덕분인지, 내 푸잉이 나를 짜오추(호감 가는 남자)라고 했다. 나는 속으로 웃음을 꾹 참으며 능청스럽게 답했다.
"쿤 타오난." (이게 맞는 표현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너뿐이야."
솔직히 말해서 이 푸잉이 내가 처음 간 소이혹에서 처음으로 라인을 물어보고 받은 애다. 그러니까 나에게 얘가 유일한 건 맞다. 브로들의 도움 덕분에 내가 짜오추 소리도 들어보고 덕분에 정말 흥미롭고 황홀한 파타야 여행을 즐겼다.
이제 현실로 돌아왔다. 몽정할 나이는 지났지만, 잠시나마 풋풋했던 시절로 되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라 기분이 너무 좋다. 브로들, 진심으로 고맙다! 다음 일정에 또 함께하는 브로들이 있다면 같이 커피든 맥주든 한잔하며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