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의민족
태국

3. 계획대로 0.1도 되지 않았던 1년만의 방타이 방콕편 - 03. 2일차 낙슥사 푸잉-1

킴맥쭈
2025.01.01 추천 0 조회수 2440 댓글 13

 

휴... 며칠 여행에서 돌아오니 회사에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네.  
어쨌든 다시 시작해 보자.  

그는 잠깐 더 쉬었다가 콘도의 루프탑 수영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실 이 콘도를 예약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루프탑 수영장이었으니, 피곤하다고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다.  

수영장에 도착해 보니, 넓은 공간에 아무도 없었다.  

 

 

마치 전세 낸 듯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하며 그는 물속을 유유히 오갔다. "푸잉이랑 같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살짝 아쉬운 기분을 달래며 더 힘을 내어 수영을 했다. 고요한 물결 속에서 오롯이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고 나니, 몸과 마음이 한결 상쾌해졌다.  

방으로 돌아와 보니 공복 상태로 유산소 운동을 했던 탓인지 배에서 급히 신호가 왔다. 서둘러 씻은 뒤, 그는 센트럴 월드로 향했다.  

원래 목표는 새로 나온 아이폰 16을 구매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애플 스토어 앞에는 긴 대기열이 꽉 차 있었다.  
"뭐야, 왜 이렇게 사람이 많아?"  
직원들은 그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고, 그는 빠르게 체념한 채 쇼핑몰을 이곳저곳 둘러보기로 했다.

 

 

휴민 커뮤니티에서 봤던 ‘페퍼런치’에 대한 후기가 문득 생각났다.  
"거의 20년 전 대학교 때 고향 여자 사람 친구와 함께 먹었던 그 맛... 정말 추억이 떠오르네~"라고 했던 글이었다.  

그 기억을 떠올리며 추억 속의 맛을 찾아 페퍼런치를 방문해 기본 세트를 주문했다.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이랏샤이마세~!"라는 밝은 환영 인사를 듣고는 잠시 멈칫했다.  
속으로 조금 당황하며, "어? 여기가 일본 브랜드였나?ㅋㅋ" 하고 웃어넘긴 그는 첫 숟가락을 들어 한 입 먹어보았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음... 나쁘지 않은데? 추억의 맛이 다시 살아나네."  

 

 

오랜 기억 속에 묻혀있던 그 시절의 추억이 입안에서 스르르 되살아났다. 마치 20년 전 대학교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난 듯한 기분이었다.  
점심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 그는 침대에 몸을 던지며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오늘은 누구와 시간을 보낼까?"  
고민 끝에 떠오른 것은 가볍게 연락을 주고받으며 친분을 이어오던 한 푸잉이었다. 그는 한국어를 전공하는 대학생으로, 며칠 전부터 이야기를 나누던 상대였다.  
어제는 비가 와서 만나지 못했지만, 오늘 다시 연락해보니 흔쾌히 만남을 약속해주었다.  
"좋아! 오늘은 너로 결정이다!"  

기운을 보충하기 위해 잠깐 낮잠을 잔 뒤, 약속 시간인 저녁 6시에 맞춰 터미널 21로 향했다.  
사실, 푸잉을 만나기 전에 루프탑에 들러 노을을 보며 맥주 한 잔 즐기려는 계획이 있었지만 그 소박한 계획은 또 무산되고 말았다. 하필이면 저녁 무렵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젠장, 왜 저녁만 되면 비가 오는 거지…" 탄식하며 그는 비를 피해 바로 터미널 21로 발길을 옮겼다.  

 

 

6시가 되었지만 푸잉은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역시 푸잉 타임인가…" 그는 계속해서 DM을 확인하며 그녀의 위치를 묻곤 했다.  
‘준비 다 했어’, ‘가고 있어’, ‘거의 도착했어’라는 메시지가 차례로 도착하며 그는 안도감을 느꼈고, 조용히 그녀를 기다렸다.  
마침내 푸잉으로부터 도착했다는 알림이 오자 그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는 그녀를 몰래 살폈다.  
"사진이랑은 좀 다를까?"라는 의문이 머리를 스쳤지만, 의외로 그녀는 사진보다 더 괜찮아 보였다.  
안심한 그는 자연스레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았고, 푸잉 역시 그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  
"좋아, 이 정도면 괜찮아!" 그는 속으로 미소를 지으며 만족했다.  

 

 

저녁 메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푸잉은 회와 초밥을 먹고 싶다고 말했지만, 그는 해산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결국 그의 의견이 반영되어 태국 음식을 먹기로 결정했다. 그들이 향한 곳은 터미널 21 안에 있는 약간 고급스러운 태국 음식점, Kub Kao Kub Pla였다.  
그는 쏨땀과 무텃덮밥을, 푸잉은 크림 파스타와 씨푸드 옐로우 커리를 주문했다.  
하지만 정작 푸잉이 고른 음식은 기대했던 것만큼 특별하지 않았다. 평범한 맛에 그쳤다.  

 

 

식사를 마친 후, 그들은 시원한 맥주를 한잔하기 위해 센트럴 월드에 위치한 그루브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번 모임에서는 울프 커뮤니티를 통해 알게 된 나그네 브로와의 만남이 예정되어 있었다. 어제 아쉽게 만나지 못한 브로와 드디어 함께할 기회가 주어진 순간이었다.

그루브에 도착했을 때는 아직 이른 시간이라 비교적 한산했다. 그들은 가장 붐비는 곳으로 보이는 켄신 이자카야로 들어가 맥주를 주문하며 분위기를 즐기기 시작했다. 그는 푸잉과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나그네 브로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면서도 틈틈이 그녀의 손을 잡고,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며 서로의 기분을 확인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피부를 느끼며 그는 묘한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잠시 후, 브로가 도착했고 세 사람은 맥주를 나누며 활기찬 대화를 이어갔다. 한잔 두잔 기분 좋게 취기가 올라갈 무렵, 브로는 먼저 자리를 떠났다. 남은 둘은 조용히 서로를 마주하며 이어지는 시간을 즐겼다.

루프탑에서 분위기를 더 내볼까 고민했으나, 내리는 비 때문에 계획을 바꿔 콘도로 돌아가기로 했다. 볼트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그들은 말없이 손을 맞잡고 창밖의 풍경과 함께 흘러가는 고요한 순간에 집중했다.

방에 도착한 뒤, 미리 사 온 편의점 안주와 맥주를 꺼냈을 때, 그는 설렘과 긴장이 뒤섞인 묘한 감정을 느꼈다. 속으로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작은 환호를 터뜨리며 이렇게 생각했다. "좋아, 오늘도 완벽하게 마무리됐어!"

댓글 13


급 즐달 모드 ㄷㄷㄷ
계속 숨죽일순 없죠 ㅋㅋㅋ

급 계획적으로 변모 하시는듯
체계적으로 ㅋㅋ

브로도 설마 로맴 ㄷㄷ
설마요 ㅋㅋ

너무 달달한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푸잉이 상타 느낌 인디
음 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달달하네 로맴의 계절인가

부럽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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