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을 알아버린 방린이의 후기 EP 01_자매의 어택 1_1
여행 후유증인지, 하도 피곤해서 자다가 깨버렸는데 다시 잠이 안 오네. 그래서 그냥 태국 여행 후기를 본격적으로 써보려고 해. 내용이 조금 뒤죽박죽일 수도 있으니 이해 부탁해, 브로들.
스카이다이빙 일정 때문에 계획도 엉키고, 하루 종일 돌아다녀서 저녁에는 완전히 지쳐버렸어. 씻고 나서 센트럴 지하 식당가로 가서 밥이나 먹자고 마음먹었지. 그런데 어플로 알게 된 근처 푸잉이 계속 연락을 해오더라. 스타일이 나쁘지 않아서 좀 끌리긴 했는데, 사진마다 얼굴이 달라 보여서 살짝 당황... 그냥 못 본 척하고 식사부터 시작했어.

음식 이름은 모르겠지만 새콤달콤했던 맛이 인상 깊었어. 나는 웬만한 건 다 잘 먹는 편이라 음식 이름은 잘 기억을 못 하더라고. 라오스 스타일이라고 써 있던 것 같았는데, 뭐 어쨌든 정말 맛있게 잘 먹었어.
그렇게 배를 채우고 나서는 유흥의 중심지로 불리는 여행자의 거리로 이동했지. 태국에선 사진을 많이 못 찍어서 좀 아쉽긴 했지만 밤이 되니까 바람도 시원하고 기분이 너무 좋더라. 걸어서 한 걸음씩 이동하는데, 여행자의 거리에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나도 조금 설레기 시작했어.
가는 길에 잠깐 발마사지 60분 받고 쉬었다가 다시 출발했어. 처음으로 아고고에 가볼 거라서 내심 좀 들떠 있었거든. 시간 맞추느라 서둘렀는데, 당시에는 밖에서 호객하는 애들을 골라야 하는 건 줄 착각했지. 큰 실수였어. 주변에서는 예쁜 애들 많다고들 했는데, 내가 봤을 땐 왜 없지? 하고 두 번이나 메인 거리를 왔다 갔다 했는데 그때마다 다리가 점점 아프더라.
그런데 갑자기, 교복 느낌의 유니폼을 입은 귀여운 애가 눈에 띄었어! 어쩌면 안 될까 봐 바로 뛰어가서 선택하고 입장했지. 와, 알고 보니 진짜 본게임은 내부에서 시작되더라고. 웃기면서도 나름 신선한 경험이었어. 나는 어차피 현장의 분위기를 체험하러 간 거라 구경만 하다 나가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안내받은 자리에 앉았고, 그곳이 내 생애 첫 아고고 핀업 체험 장소가 되었지.
"오늘은 안 돼요 브로"라는 글이 정말 큰 도움이 됐어. 덕분에 나도 참고할 게 많았고 재미있었던 것 같아. 고마워!
푸잉들이 무대에서 웃통을 벗고 춤을 추고 있는데, 도대체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혼란스러우면서도 저절로 웃음이 나와. 웨이터라고 해야 하나 싶은 사람이 다가와서 뭘 마실 거냐고 묻기에 맥주 한 잔 시켰어. 얼마 지나지 않아 길거리에서 봤던 푸잉이 내 옆자리에 앉더라. 그녀를 보고는 속으로 생각했지, ‘오, 가슴이 꽤나...’ 하며 살짝 미소가 번졌어. 인사를 나누고 그녀에게 음료 한 잔을 사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어. 처음이라 길에서 두 바퀴나 헤맸다고 했더니 푸잉이 빵 터지면서 엄청 웃는 거야.
그러면서 시스템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더라고. 맘에 드는 푸잉을 선택해 보라고 하길래 여기 시스템 흐름도 조금은 알게 됐지. 영어를 정말 잘해서 당황했지만, 내가 제대로 못 알아들어도 친절하게 웃으며 다시 차근히 설명해줬어. 말투가 마치 코요테 라인, 모델 라인 이런 용어들을 정리해둔 걸 읊는 것 같았달까? 그렇게 대화를 나누다 보니 점점 긴장이 풀리면서 웨이터들이랑 농담도 하고, 스테이지에 있는 푸잉들과 눈 마주치는 것도 이제 자연스럽게 느껴졌어.
그런데 갑자기 무대에 있던 웃통 벗은 푸잉 한 명이 손짓을 하면서 자기 술 사달라고 신호를 보내는 거야. 가슴 흔들기 같은 크고 작은 ‘퍼포먼스’까지 곁들여서 말이야. 너무 웃겼어. 무대에서 내려와 옆에 있던 푸잉과 뭐라뭐라 이야기를 주고받기에 “둘이 친구야?”라고 물으니 서로 얼굴만 아는 사이이고 이름조차 모른다고 하더라. 되게 친해 보였는데 의외라며 놀라워하자 얘기하길, 옆에 있는 저 친구 취해서 내일이면 아무것도 기억 못 할 거라고 하더라나. 웃음이 멈출 수 없었어.
그러더니 다시 그 푸잉이 와서는 한 잔 더 사달라는 거야. 가슴 크게 흔들며 “만져보라”는 장난스러운 제스처까지 하면서 정말 자연산이라고 강조하더라고. 순간 당황스러웠지만 리얼이라고 맞장구치며 엄지 척 해줬지. 그런데 내가 결국 안 사주니까 그녀가 썩소를 지으며 돌아섰어.
이 와중에 또 다른 약간 통통한 웨이터 아주머니가 손님들과 여기저기 대화를 건네며 다니더니 나에게도 말을 걸었어. 그러곤 나보고 "데리고 나가라"고 하길래 오늘은 그냥 구경만 하러 왔다고 했거든? 그랬더니 이 사람, 대뜸 “🌶 안 서냐”고 농담을 던지는 거 있지. 그 말에 뒤로 넘어가며 웃다가 배꼽 잡았어.
그러다 무대 위로 돈다발이 쏟아지기 시작했어. 푸잉들이 미친 듯이 돈을 주워 담고 있더라. 돈 몇 장은 내 몸 위로 떨어져서 잠깐 나도... 하는 생각이 스쳤는데, 웨이터랑 눈이 딱 마주쳤어. 웨이터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안 된다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더라. 그래서 주웠던 돈을 옆에 있던 푸잉 줍기 좋게 테이블 위에 놔줬어. 그러자 푸잉이 씨익 웃으며 자기 가슴팍에 돈을 꽂아 넣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뭐랄까, 꽤 섹시하더라고. 딱 그 한순간만은 내 심장을 살짝 두근거리게 만들었어.
서너 번 돈을 뿌리길래, 그때마다 푸잉이 줍기 편하게 발로 모아서 놔뒀어요. 그러면 푸잉이 나를 보고 씩 웃어주더라고요. 그렇게 다들 재밌게 웃고 있는데, 가슴을 드러낸 푸잉이 다시 와서는 자기에게도 한 잔 사달라고 그러는 거예요. 그리고 뚱뚱한 아줌마 웨이터가 나타나서 둘이 나가라고 하면서 손으로 동작을 흉내 내며 “잘한다”고 웃는 거예요. 그래서 웨이터에게 “그걸 어떻게 아냐”고 물어봤더니, 자기도 해봤다고 하더라고요. 너무 웃겨서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기분이 좋아져서 가슴 드러낸 푸잉에게도 한 잔 사줬죠. 그렇게 웃고 떠들다 보니까 옆에 있는 푸잉이 벌써 다섯 잔을 마셨더라고요. 그래서 “나갈래?” 하고 물어보니까, 흔히 글로 보던 “UP TO YOU!”를 딱 시전하는 거예요. 순간 나 별로인가 싶은 생각이 들긴 했죠. 그래도 마음을 가다듬고 현금이 모자랄 것 같아서 “얼마야?”라고 물었어요. 얼핏 ㅅㅅ 같은 단어로 말했던 것 같은데 잘 기억이 안 나요. LT는 안 해? 하고 물으니 60을 부르더라고요. 그래서 “비싸지 않아?”라고 하니까 아니래요.
그다음엔 “가게에 얼마 줘야 해?” 했더니, 뚱뚱한 아줌마 웨이터가 15이라고 하는 거예요. 어? 내가 알기로는 20이라고 배웠는데 이상하다 싶어서 한 번 더 물어봤는데 진짜 15래요. 그래서 “오케이” 하고 처리했죠. 마마상이 나오길래 15 주고, LD 한 6잔, 푸잉이 들고 다니던 칵테일 한 잔, 그리고 나 맥주 두 잔까지 계산하고 나왔어요.
그런데 푸잉 줄 돈이 없어서 ATM에 갔는데, 이게 웬걸, 전부 빈 통인 거예요! 다섯 군데를 돌아다녔는데도 계속 비어 있어서 엄청 미안하더라고요. 겨우 돈 찾아서 그때 바로 호텔로 갔어야 했는데... 정말 아쉽더라고요.
와,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출근 준비도 해야 하니 여기까지만 쓰고 쉬었다 갈게요. 미안해요.
다들 술 적당히 드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