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 푸잉과의 방콕 1박 2일 럭셔리 데이트 [1부]
<오늘 소개할 이야기의 주인공, 푸잉. 참고로 나는 외모를 가장 우선으로 본다>
안녕하세요, 브로들. 가끔씩 찾아와 방린이(방콕 초보자)들을 위해 가이드를 쓰는 방타이러입니다.
얼마 전 주말에 방콕에 도착해 여전히 방콕 라이프를 즐기고 있던 중이에요. (날씨가 엄청 덥네요.)
오늘 밤은 체력이 바닥나 호텔에서 쉬고 있는 김에, 남는 시간 활용 겸해서 지금까지 못 써본 후기로 여행기를 써볼까 해봅니다.
이번 이야기는 2024년 한 달 살기를 할 때 처음 만났던, 이후에도 방콕에 올 때마다 종종 만났던 일반인 푸잉과의 특별한 하룻밤 데이트의 이야기입니다. 시작할게요!
이번 여행 일정은 좀 급하게 준비했는데, 그런 탓인지 매번 만났던 푸잉들이 이번엔 전부 선약이 있더라고요. 다행히 딱 한 명만 토요일에 시간이 된다길래 그날 만나기로 했습니다. (사실 이번 일정 잡은 게 여행 일주일 전입니다…)
몇 년간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이제 나만의 확실한 기준 하나가 생겼습니다. 바로, 일반인 푸잉과 첫 만남 시엔 고급스러운 곳, 즉 비싼 곳에는 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왜냐하면, 첫 만남에서 이성적으로 호감이 갈지 안 갈지는 아무도 모르고, 설령 일이 잘돼서 좋은 시간을 보낸다 하더라도 내가 다음 번에도 이 사람을 다시 만나고 싶을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처음부터 돈을 과하게 써버리면 마음보다 지갑이 먼저 아프기 때문입니다.
"아, 이런! 내 돈…" 같은 후회가 밀려오는 게 더 큰 상처일 수도 있겠죠.
그래서 저는 첫 만남에서는 푸잉 기준으로 적당히 괜찮은 장소로 데려가고, 이후 정말 자주 보고 싶은 느낌이 들거나 괜찮은 상대라는 확신이 생기면 그때야 비로소 제 지갑을 활짝 열어주는 편입니다.
(물론 이 지갑 오픈의 기준을 정하는 데는 저만의 판단이 중요하죠.)

이번에 만날 푸잉은 자주 보던 친구라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 야오 루프탑 바에서 보기로 했다. 야오는 방콕에서 F&B로 유명한 메리어트 수라웡세 호텔의 중식 레스토랑 겸 루프탑 바다. 꼭대기층에 레스토랑이 자리 잡고 있고, 그 위 옥상에는 바가 있다. 이곳의 뷰는 꽤 괜찮은 편이고, 마하나콘 빌딩도 보이는 곳이라 분위기가 제법 좋다. 많이 붐비는 장소는 아니지만 예약하고 가면 좋은 자리를 잡을 수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푸잉과는 8시에 호텔 로비에서 만날 약속을 잡았지만, 태국 스타일을 잘 알기에 그녀가 늦을 것을 예상하고 예약은 8시 반으로 했다. 예상대로 8시 35분에 나타난 푸잉. 기대치가 낮으면 실망도 없기 마련. 짜증 대신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루프탑으로 올라갔다.

나는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다. 첫 방문 때는 술만 마셨는데, 이번에는 음식을 몇 가지 주문해보기로 했다. 물론 밥을 먹고 갔으면 비용을 아낄 수 있었겠지만, 이 호텔은 F&B로 꽤 유명하기 때문에 한 번 시도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기본 메뉴 같은 페킹덕 말아온 것과 돼지 새우 슈마이를 주문했고, 푸잉은 오징어 튀김 비슷한 것과 시그니처 칵테일 2잔을 시켰다.
다만 음식 퀄리티는 기대했던 만큼 훌륭하지 않았다. 나쁘지는 않았지만 조식이나 저녁 뷔페와 비교하면 만족도가 확실히 떨어졌다. 그래도 날씨가 좋고, 뷰와 분위기가 훌륭해서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웠다. 푸잉은 특유의 감성을 발휘하며 사진을 잔뜩 찍었고, 좋은 곳에 왔다며 인스타그램에도 인증 샷을 올리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2차는 신톤 캠핀스키 앞에 위치한 맛집들이 모여 있는 신톤 빌리지의 크림슨 룸으로 가기 위해 그랩을 불렀어. 그런데 도착했더니 예상 밖으로 테이블이 꽉 차 있더라고. 지난번엔 자리 여유가 많았는데, 확실히 주말과 평일의 차이는 크다는 걸 다시 느꼈지.
크림슨 룸 근처에도 호텔 뮤즈와 신톤 미드타운 호텔에 꽤 괜찮은 루프탑 바들이 있긴 했는데, 이미 1차와 2차를 모두 루프탑 바에서 보내자니 뭔가 좀 애매하더라고. 게다가 차 타고 이동해 온 만큼 또 다른 곳으로 움직이는 것도 귀찮아서, 결국 바로 뒤에 있는 고급 호텔 신톤 캠핀스키의 파이어플라이 바로 발걸음을 옮겼어.
이곳은 방콕에서도 하이쏘들이 모임을 자주 여는 곳으로 이름난 데다, 가격도 꽤 비싼 편이라 유명한 바야.





예전에 한 달 살기 하던 시절, 크리스마스 이브 때 한 번 와보고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었어. 새벽 1시까지 운영되는데 우리는 11시 반쯤 도착했지. 운 좋게 딱 하나 남은 테이블에 앉았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우리 테이블 말고는 다들 친구 사이였더라고. 알고 보니 근처에서 한 하이쏘가 생일파티를 하고 있었던 거야.
그 하이쏘가 팁을 팍팍 뿌리는 바람에 바텐더들이 서비스 샷을 여기저기 돌렸는데, 덕분에 우리도 꽁술을 꽤나 즐길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지. 당연히 생일 축하 노래 부를 때는 박수 열심히 쳐줬어. 그런데 정말 웃긴 게 하이쏘 아줌마들, 파티 드레스가 얼마나 화려하던지 눈길을 안 뺏길 수가 없더라니까. 사진을 못 찍은 게 아쉽지만 말야.
술은 여기 시그니처 칵테일 중 하나인 연기가 뭉게뭉게 나는 인스타용 칵테일 하나랑, 내가 애정하는 말리부 파인애플을 주문했어. 이 음료는 메뉴에는 없지만 직원들이 보통 만들어 주거든. 그러고 나니 옆 테이블에서 그걸 보고는 맛있냐고 물어보길래 유슛트라잇 포셔로 적극 추천했지. 결과적으로 세 명이서 같은 걸 시켜 먹더라. 맛있다고 촌깨오 술잔 들며 건배하는데 기분이 괜히 흐뭇하더라고.
푸잉도 내가 마시던 말리부 파인애플 맛있다며 부러워해서 한 잔 더 주문해 줬고, 나는 피나 콜라다 하나 추가로 마셨어. 이 음료는 말리부 파인애플과 비슷한 느낌이라 좋아.

그렇게 사진도 잔뜩 찍으며 즐기고, 빅 니거 우먼의 소울풀한 재즈 선율에도 빠져들었다가, 옆 테이블에서 치얼스 외치며 건배 제안이 오면 덩달아 웃으면서 다 같이 한 잔씩 나눴어. 분명 우리의 밤은 그 어느 때보다 활기차고 다정한 순간들로 가득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