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의민족
베트남

N과 L, T, D 그리고 그 외에 대하여 (제4장)

머피의법칙
2024.11.15 추천 0 조회수 2928 댓글 13

 

제4장-24년 3월 
러시아워가 다가오는 시간, 나는 그랩을 타고 N의 집으로 향했다. 교통 체증은 심각했고, 겨우 6킬로미터를 이동하는 데 40분이나 걸렸다. 기사님이 중간중간 지름길이라며 경로를 바꿔보았지만, 별다른 효과는 없었다.

그렇게 처음으로 베트남 호텔이 아닌 일반 가정을 방문하게 되었다. N과 연락하여 로비에서 만나 그의 집으로 갔다. 투룸 아파트였는데, N의 직업 때문인지 거실과 방에는 그의 모델링 사진들이 액자에 담겨 많이 걸려 있었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N은 나에게 소파에서 쉬라고 하고 자신은 주방으로 향했다. 내가 잠시 누워있고 싶다고 하니, 그는 자신의 방에서 편히 쉬라고 했다. 나는 그의 침대에 누웠고, 잠시 눈을 붙였다. 얼마 후 N이 저녁 식사를 하라며 나를 깨웠다.

N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많은 음식을 준비해두었다. 튀긴 스프링롤, 갈비찜, 샐러드 등등... 그는 남자가 자신의 집에 온 것도 처음이고 음식을 해주는 것도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 말이 진실인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그냥 알겠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문제는 내 위장이 물만 마셔도 쓰린 상태였다는 것이다. 정성껏 만들어준 음식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먹을 수는 없었다.

 

 

N이 정성껏 준비한 가정식을 앞에 두고, 나는 더 이상 먹을 수 없다고 솔직하게 말하며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속이 쓰리고, 그냥 쉬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얘기했다. 그 순간부터 N의 표정은 점점 굳어갔다. 애써 준비한 음식을 다 버리기 아깝다며 비아냥거리더니, 이웃들에게 나눠주겠다고 밖으로 나갔다.

나는 멍하니 앉아 N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여러 생각에 잠겼다.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걸까? 그냥 호텔에 가서 쉬는 게 낫지 않을까?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리를 스쳤다. N이 돌아온 후 우리는 어색하게 대화 없이 앉아 있었다. 나는 짐을 챙기는 시늉을 하며 호텔로 가서 쉬는 게 좋겠다며 떠나겠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자마자 N은 감정적으로 폭발했다. 어제부터 너와 만나는 게 재미없다, 왜 이렇게 걱정이 많냐, 왜 부정적인 생각만 하냐 등등 쏟아냈다. 이미 멘탈이 부서진 상태에서 N의 공격에 나도 언성을 높일 수밖에 없었다. 내가 힘들면 이해해줄 수 없는 거냐고, 지금 정말 스트레스로 인해 컨디션이 바닥이라고 했다. 하지만 N은 전혀 이해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알고 보니 N은 어제 계획했던 모든 데이트 플랜이 무산된 것에 화가 나 있었고, 그 화가 나에게까지 쏟아지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비행기 시간이 연착되고 수하물을 분실하는 등의 일들은 내 고의로 발생한 일이 아니었다. 유치할 수도 있지만, 그때 내 마음으로는 절대 미안하다는 얘기는 하고 싶지 않았다.

결국 대화를 할수록 상황은 악화되었고,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N에게 호텔로 돌아가겠다고 하고 문을 나섰다. N은 따라나왔고 로비까지 마중 나와주었지만 대화는 일절 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랩이 올 때까지도 뒤에서 팔짱 끼고 화난 표정으로 서 있었는데 뭔가 바라는 것이 있는 게 분명했지만, 내 상태가 그것을 대응해줄 상태가 아니라서 나는 그냥 무시하고 그랩에 탑승했다.

호텔까지 30분 정도 되는 거리 동안 거의 반기절 직전의 상태로 있는데 N에게서 잘로 메시지가 왔다. 나 때문에 호치민 항공권 티켓과 오전 비행기 탑승을 위한 기사와 차량까지 다 구해놨는데 왜 그러냐고 물었다. 계속 이런 상태면 너와 호치민을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솔직히 황당했다. 난 이미 N과 호치민은 안 갈 거라 생각하고 L과 가기로 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완전히 꼬여버린 상황이었다.

결국 N과 정리를 했다. 호치민 같이 가지 않는 것으로 하자고, 지금 같이 가봐야 사이만 더 안 좋아질 것 같다면서... 그 후로 N은 답이 없었다. 그리고 나는 '에라 모르겠다'라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나는 매우 안 좋은 습관이 있는데 어느 순간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내면 모든 것을 다 놔버리는 습관이다. 그 순간 나는 인내심의 한계를 느꼈고 바로 L에게 연락을 했다.

호치민으로 함께 갈 수 없을 것 같다는 소식을 전하며, 항공권 비용은 현금으로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 계획을 취소하라고 말했다. 혼자 호텔방에 틀어박혀 있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L은 괜찮냐고 물으며, 지금 호텔에 있다면 항공권 비용을 받으러 오겠다고 했다. 내 도착 시간과 맞을 것 같아 지금 오라고 했고, 휴대폰을 가방에 넣고 눈을 감고 쉬었다. 욕밖에 떠오르지 않는 상황이었다.

호텔 건물 1층 스벅 근처에서 담배 한 대 피우며 기다리는데 L이 도착했다. 풀메이크업에 잘 어울리는 드레스를 입고 그랩에서 내렸다. 나는 항공권 비용이 담긴 봉투를 주며 정말 미안하다고 했다. L은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으며 괜찮다고 했다.

어디 가냐고 묻자, 나와의 약속이 취소돼서 친구들과 파티를 가기로 했다고 했다. 재밌는 시간 보내라고 하고, 내일 연락하자며 허그를 하고 호텔로 올라왔다.

혹시 몰라 컨시어지에 들러 수하물 체크를 했지만 여전히 업데이트된 내용은 없었다.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워 멍하니 있었다. 속이 쓰려 술도 못 마시겠는데 잠은 오지 않고 머리는 복잡했다.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아 아이패드로 넷플릭스를 켜서 저장해둔 영화를 봤다. 방은 고요했고 조명을 어둡게 하고 영화를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아 더 좋았다.

영화 한 편을 다 보고 휴대폰을 보니 N에게 장문의 메시지가 여러 개 와 있었지만 보고 싶지 않아 일단 읽씹했다. 얼마 후 L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What are you doing?"

 

댓글 13


브로가 상황을 제대로 설명했는데도 불구하고 여자애가 화내는게 좀 안타까운 상황이다...

내가 만났던 하노이 여자애들도 자존심이 대단히 높은 여자애들이 있었는데

나한테 강요를 하거나, 베트남 남자들처럼 자기를 대해줄 것을 요구하거나, 내 말은 안듣고 자기 마음대로 상황을 이해하더라구

뭐라고 표현해야 하지...? 은연중에 자꾸 내 위에 올라서려고 한다고 해야하나?

결국 나도 브로처럼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고 많은 부분에서 브로랑 비슷한 상황이었네..
댓글 고마워 브로~
브로 한 얘기 전부 공감이 가네.. 은연 중에 강요하려는 것도 있고, 베트남 남자 이상으로 대우를 해주기를 바라는 면도 봤고.. 뭐랄까.. 흔히 말하는 가스라이팅 작업을 하려는 모습이 자주 보이기도 했어ㅋ 물론 뻔히 보인다는게 문제였지만..ㅋ

이래저래 상황이 꼬이는데, 여자까지 저러면 진짜 힘 빠지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지.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지.

내가 생각할 때 안좋은 습관보다는, 브로는 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했지만, 상황이 이렇게 된거라, 포기?아닌 포기한거 같어.

내가 책에서 읽은 구절이지만, 항상 생각나는 구절이지

모닥불을 살려내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지만, 불씨가 꺼지자마자, 바로 돌아서 버리는..뭐 이런 내용이였는데.

생각보다, 많은 상황에서 적용되더라고 ㅎㅎ
댓글 고마워 브로~
정말 엄청난 구절이네.. 많은 상황에서 적용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해보면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이 스토리가 마지막 불씨가 꺼지기 전까지 살리려고 했던 이야기의 연속일 것 같네 ㅋ 아직 반도 못 왔지만

그러게 말야. 문화적 차이도 있고 그래서 더 그랬을 듯...

또 어떻게 생각하면 그녀 입장에선 브로를 위해서 음식을 저렇게 잔뜩 정성들여 만들었는데...

또 그녀가 이해가 되기도 하고.

물론 브로도 왜 그랬는지 이해가 가고...

그냥 상황이 너무 이상하게 꼬여서 안타깝다.

그래도 L은 정말 괜찮은 아이같아. 이후 이야기가 궁금하네.
댓글 고마워 브로~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N과 L 둘 다 의외의 면이 나올거야..ㅋ

저 당시 상황을 되짚어보면.. 참 안타까우면서도..
좀 그렇긴 하지.. ㅋㅋ 저런 상황을 다시 경험하고 싶은 마음은 정말 1g도 없고 말이지ㅋ

앞으로 얘기도 기대해줘~

L님이 확실히 마인드도 좋네요 부럽습니다
그래도 L이 배려심이나 이해 심은 높히 사줄만해~! 브로~! ㅋㅋㅋ

꽁까이 똥남아 자체가 애들이 자존심이 쥰나 쎔 진자
그러니깐~! 브로~! 똥고집에 자존심 진짜 우기는거 너무 싫어~!

역시 꽁이든 푸잉든 자존심만 겁나 쎄서 문제이ㅏㅁ

역시 문화 차이란 어렵군요

역시 진짜 오랜 시간 지지고 볶아야 적응 할듯 꽁이나 푸잉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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