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 여행 후기 3일차 (4부)

밤을 마무리하기 전에 또 다시 코코로 발길을 돌렸다.
도착하자마자 엠어이가 이미 취해서 제정신이 아니었던 터라 제대로 놀지도 못했던 그날.

분위기는 뜨겁고 열기 넘치는 공간.
새벽 5시 26분, 이 와중에 하나 깨달은 사실이 있었다.
내 바지가 찢어졌다는 것, 심지어 바람이 통하는 터널처럼...
그걸 본 댄서들과 직원들이 박장대소를 터뜨리며 웃음꽃을 피우는 바람에 정말 창피하기 그지없었다.
제발 그만 웃어줄래? 웃지도 못할 처지가 된 나는 임시로 겉옷을 허리에 매서 간신히 가렸지만... 여전히 드러난 허점.
그 날 이후, 코코에서 나는 인싸로 불리게 되었다.
댄서들은 나를 볼 때마다 바지는 괜찮느냐며 농담을 던지곤 했다.

집에 도착한 시간은 아침 6시 10분.
엠어이의 친구는 그새 다른 지인의 집으로 자연스레 행방을 옮겼다고 한다.

그리고 나의 불쌍한 바지는 그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사망 선고를 받았다.
미처 지켜주지 못해 미안할 따름이다... 집에 돌아와 보니 엠어이는 소파에서 꿈나라로 떠난 상태였다. 왜 소파였는지는 지금도 의문이지만 말이다.

저 먼저 한숨 돌리고 있을 즈음, 엠어이가 저벅저벅 걸어와서는 미안하다며 애교를 시전했다.
덕분에 우리 둘은 묘하게 긴 밤과 같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오후 1시 경, 설마설마 했지만 결국 엠어이가 지각한 채 허둥지둥 나가는 모습은 웃음을 참을 수 없게 했다. 한편으로 나는 4일차 일정에서 18엠과 만날 준비를 하며 집안을 정리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눈에 들어온 그것.

...설마? 이걸 그냥 두고 나갔다고? 제정신인가 싶어서 얼얼한 채 바라보았다. 급하게 나가느라 놓고 간 것인지, 아니면 내게 주는 덫이라도 놓은 것인지 모르겠는데 답을 알 길은 없었다.
고민할 여유도 없이 그 물건은 순식간에 손에 붙잡히자마자 찢어서 휴지통으로 직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