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의민족
태국

아직은 로맨스 – 방콕 이야기 1

벗쥬
2025.06.21 추천 0 조회수 41 댓글 3

 

답장이 빠르게 오긴 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서, 상대도 나를 보고 싶어 하는데 오늘과 내일은 일이 바빠 시간을 낼 수가 없다고 하더라. 물론 공정하게 처리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는데, 뭐 일이니 돈 때문에 그렇게 하는 건 당연한 거겠지. 하지만 결국 시간이 안 된다는 게 핵심이었어.
나는 원래 4박 5일 일정으로 계획을 잡고 방콕에서 약 2.5일 정도를 보낸 뒤, 밤 11시 비행기를 타고 떠날 예정이었어. 그런데 이미 여행 3일째인 오늘 오후로 절반 이상이 지나갔고 (호텔에 체크인한 게 오후 3시쯤이었으니까), 남은 4일째와 5일째는 친구가 바빠서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는 상황이라 함께 있을 시간이 거의 없겠더라. 기껏해야 몇 시간 정도? 
그러다 보니 "그렇게 잠깐 얼굴 보려고 내가 여기까지 와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단순히 만나서 잠깐 시간을 보내고 곧바로 헤어지는 건 내 스타일도 아니었어. 어쩐지 그렇게 하는 게 맞지 않을 것 같기도 했고. 그래서 결국 “이번엔 그냥 이렇게 지나가지만, 다음 기회에 꼭 다시 보자”라고 말하고 마음을 접었지. 사실 나는 한 달 뒤에 다시 올 계획이 있었거든. 그 얘기를 해봤더니, 그때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정말 좋을 거 같다고 하더라고. 그 말을 들으니 괜히 마음이 찡했어.
결국, "차라리 이럴 바엔 새로운 인연을 찾아보는 게 낫겠다!" 싶어서 마음을 정리하고, 호텔에서 잠시 쉬다가 아침에 못했던 운동을 하고 저녁 7시쯤 브로랑 만나 타니야로 향했어. 브로는 대단한 게, 그 와중에 이미 누군가를 만나서 3시간이나 보내고 왔다더라. 아무래도 보통 체력은 아닌 사람이지, 진짜 놀랍더라고. 역시 미스터 엘러펀트라는 별명답게.
브로랑 함께 호텔에서 걸어서 약 20분 거리에 있는 타니야로 갔어. 참고로 내가 묵은 호텔은 반얀 트리였는데, 위치도 좋고 5성급 호텔다운 분위기가 느껴지는 곳이더라. 다만, 파크 뷰 방을 예약했는데 창밖으로 보이는 공원이 손바닥만 한 크기였던 건 약간 아쉬웠어. 다음번엔 더 높은 층으로 예약해야 할 것 같아.
그렇게 땀을 흘리며 타니야에 도착한 뒤, 브로의 친구를 만나 간단히 식사하고 수다를 떨다가 본격적으로 둘러보기 시작했어. 타니야를 한 바퀴 쭉 돌며 느낀 건, 확실히 시라차에 비해 사람 수도 많았고, 외모가 눈에 띄는 사람도 꽤 많았다는 거야. 
하지만 이상하게도 크게 마음이 끌리는 사람은 없었어. 아무래도 전날 밤과 아침의 일들 때문인지 에너지가 다 빠져나가서 그런지 머릿속이 철저히 차분하고 이성적이더라고. 그냥 얼굴만 보고 선택하자는 결론을 내리고 돌아다니다가, 김예원을 닮은 사람을 발견해서 들어가 보기로 했지.
브로는 이미 다른 친구와 약속이 잡혀 있는 것 같더라. 그래서 나는 혼자 들어가서 한 30분 정도 놀아봤는데, 솔직히 재미가 없어서 바로 나왔다. 대화도 잘 통하지 않았고, 별도의 방도 없는 상태에서 오픈된 공간에서 정말 일본식으로 노는 분위기였다. 서로 한 곡씩 부르고 끝나면 박수를 쳐주는 스타일? '저 사람들 좀 신나게 만들어볼까?' 하며 한 곡 불러볼까 고민했지만, 흥도 안 나고 그냥 다 접어버렸다.
그렇게 다시 타니야 거리로 나왔는데, 브로는 예약해둔 친구를 픽업하러 가기로 했고, 나는 또 다른 친구를 데리고 호텔로 갈까 하다가 귀찮아서 아까 잠깐 봤던 친구를 다시 데리고 나왔다. 근처 쇼핑몰을 조금 둘러보다가 브로 일행과 합류해 함께 호텔로 향했지. 아마 그때가 밤 9시쯤이었을 거다. 그 친구는 얼굴은 확실히 예쁘게 생겼는데, 전형적인 워킹걸이 떠오르는 성격이라고 해야 하나.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않고, 말도 거의 안 하고, 잘 웃지도 않더라.
거기다 어제 봤던 친구랑 비교되다 보니 더 짜증이 났다. 가슴도 작은 게 말이지, 참 ㅎㅎ...
호텔에 도착한 후, 친구는 자신의 방으로 향했지만 나는 특별히 그런 기분이 아니어서 술이라도 한잔하자고 권유했다. 사실 전날에 다 써버려서 콘돔이 없기도 했고. 친구가 "브로한테 빌려오면 안 되냐"고 묻길래 가능하긴 하겠지만 사이즈가 안 맞을 것 같아서 그냥 포기했다. 내가 오늘은 그럴 마음이 아니라고 하자, 그제야 친구가 말을 조금씩 꺼내기 시작했다.
편하게 대화나 하자며 루프탑으로 올라갔는데, 야경이 정말 환상적이었다. 생각해보니 이런 멋진 곳은 전날 루프탑에서 야경을 보고 싶다고 말했던 다른 친구와 왔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이런 데 오기엔 아직 어린, 가슴도 없는 친구와 함께 있다는 사실이 좀 짜증스럽기도 했다.
루프탑에 올라와 잠시 사진을 찍은 뒤, 친구는 핸드폰만 계속 보길래, 핸드폰을 내려놓고 대화를 이어가고 싶었다. 그래서 "핸드폰 마지막까지 안 보면 팁 줄게"라고 말했더니 그제야 핸드폰을 놨다. 역시 자본주의의 힘이라는 생각에 웃음이 나왔다.

 

 

한시간 반 정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칵테일을 두 잔씩 마셨고, 공정 거래 비용을 지불하고 그 친구는 보냈어. 대화가 점점 진행되면서 재미있는 이야기가 오가더라. 그래서 최악의 상황은 아니었어.
이 친구를 보낸 뒤 빈 방으로 돌아오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공허하더라고. 그래서 방 사진을 찍어서 전날 그 친구에게 보내며 혼자라 외롭다고 했지. 아마 11시 반쯤이었을 거야.
메시지가 빠르게 도착했는데, 여자 안 불렀냐고 묻더라. 그래서 솔직하게 얘기했지. 타니야에 갔다가 너 생각나서 이야기만 하고 나왔다고. 네가 내 여행 망쳤으니 책임지라고 장난스럽게 말했어.
그러자 자기 방 사진을 보내면서 술을 마시며 한국 드라마를 보고 있다더라. 그렇게 한 시간 정도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잠깐 통화도 하고 대화를 나눴는데, 기대했던 그 느낌이 오더라.
대화를 하던 중 친구는 다음 날 아침에 일해야 한다고 해서 굿나잇 인사를 하고 침대에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았어. 아마 시차 때문일지도 모르지.
새벽 다섯 시까지 고민했어. 이번에 이 친구를 다시 보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았거든. 난 후회하는 걸 정말 싫어해. 그래서 길게 메시지를 보냈어. 당시 생각했던 걸 그대로 담아서.
대충 요약하면, 전날 만나서 너무 좋았고 이렇게 헤어지는 게 싫다. 이번에 다시 만나지 못하면 후회할 것 같은데 만약 내가 하루 더 방콕에 머물 수 있으면 와줄 수 있겠냐고, 하룻밤만 더 같이 보내자고 했어. 다음 날 7시에 답장이 왔어...

댓글 3


그래도 새장국은 쫌 ㄷㄷㄷ

악 아쉽따리

하루 충전 하는 느낌으로 ㅋㅋ

자유게시판

전체 필리핀 태국 베트남 그외
베트남 호치민 도착 1일차~!
+3
흑주
17시간전 조회 59
1 2 3 4 5
/upload/0d9e17710414401f8aa444f27afb1803.web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