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어쩌다가 또 가게된 파타야 4 - 새로운 시작 [2]
아, 저 친구 코를 너무 심하게 골아서 잠을 좀 설쳤어. 그런데 또 직장에서 일하라고 연락이 오더라. 진짜 짜증. 결국 노트북 켜서 일을 하고 있는데, 거실까지 코고는 소리가 들리는 거야? 웃기기도 하고. 계속 듣다 보니 왠지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서 코고는 소리 녹음까지 해봤어. 그런데 또 이게 나름 규칙적이라 그런지 묘하게 힐링 되는 느낌? 웃프다, 진짜.

코고는 게 괘씸해서 사진 한 장 찍어봤는데, 다 가려져서 의미가 있나 싶더라. 진짜 푸잉들은 한국이랑 다르게 다리가 길긴 하네.
업무 마치고 나도 잠을 설쳤던 터라, 걔 옆에 가서 꼭 껴안고 같이 숙면에 들었어.
그런데 12시 40분쯤 나를 깨우는데, 깜짝 놀라서 침대 옆으로 굴러 떨어질 뻔했지.
그 애는 그걸 보고 깔깔거리며 웃고 있더라.
쓰다듬어 주니까 갑자기 하는 말이 "오빠, 머니?" 이러더라고.
뭔지 모르겠고 그냥 넘겼어.
근데 문이 안 열리길래 어떻게든 열어보려고 열심히 손기술 써 봤더니 조금 열렸어.
그래서 천천히 끝부분을 넣고 점점 확장해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더라. 그래도 예의를 차려 끝까지 넣은 채로 잠시 적응 시간을 가지며 열심히 키스를 나눴다. 그런데 키스를 너무 서투르게 하는 것 같네? 혹시 이제 막 시작한 건가? 이번에는 방향을 바꿔가며 진행하다가 후배 위에서 마무리했다.
나름 괜찮다고 느껴졌다. 중간에 예상치 못한 상황에 놀라기도 했고, 갑작스러운 일이 생겨 조금 당황했다. 침대에 묻은 자국들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스러웠다. 준비가 부족해 급하게 수건으로 간단히 정리하고 서로 닦았다. 상대도 오늘 일이 시작된 것 같다며 놀라는 모습이었다. 이후에는 간단히 함께 샤워를 마치고 잠시 소파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오빠, 돈 줘.
얼마?
2천 밧.
그 정도면 괜찮겠다 싶어서 건넸다. 그녀는 지갑을 꺼내면서 민증이 살짝 보였다.
나도 모르게 말이 나왔다. 나 아이디카드 한 번만 보면 안 돼?
오케이 캅, 그녀가 순순히 보여줬다. 그렇게 자세히 본 건 처음이라 신기했다.
사진 찍어도 될까?
천 밧.
안 돼, 마이미땅 캅, 하며 웃었다. 대신 키스 몇 번 해줬더니 그녀가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렸다.
늦었다며 시간이 없다면서 서두르는 그녀를 보내며... 또 보자는 말에 속으로 생각했다. 아니야, 독립문 푸잉은 이제 그만.
근처 탑스 데일리에서 숙소에 없는 것들을 이것저것 샀다. 간식, 술, 휴지, 세제, 물, 얼음 같은 거 말이다.
숙소로 돌아와 비치된 커피로 아아를 만들어 마셨다. 발코니에 앉아 수영장에서 노는 러시아 푸잉들 구경하며 느긋하게 시간을 보냈다. 그래, 이런 여유가 몇 번쯤은 필요해.
그 후 밀린 빨래를 한 번 돌리고 떡볶이 국물이 묻은 시트도 세탁기에 돌릴지 고민했다. 그런데 바디워시로 문질러보니 깨끗이 지워졌다.
그렇게 준비를 마치고 숙소를 나섰다. 오늘은 좀티엔을 탐방하기로 계획했었기에, 송태우에 올라탔다. 적당한 곳에서 내리니 해지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장관이었다.

파타야 비치보다 분위기가 더 좋은 느낌이다. 노점도 없고 코코넛을 파는 아주머니들도 안 보여서 그런지, 한결 깔끔하고 조용하다. 차도 거의 없어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완탕 누들을 노점에서 주문했는데, 이건 정말... 인생 국수였다. 왜 이렇게 맛있는 거야? 솔직히 홍콩에서 먹었던 것보다 내 입맛에 훨씬 잘 맞았던 것 같다.

주류점에 들렀다가 내가 좋아하는 화요가 진열된 걸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사진까지 찍었다. 여기선 꽤 비쌀 것 같긴 하지만.
그렇게 좀티엔의 골목 곳곳을 탐험하기 시작했다. 이곳은 확실히 서양 사람들의 놀이터 같은 분위기다. 그러다 우연히 보석 같은 곳을 발견했는데, 진주도 아니고 다이아몬드 원석 같았다.

좀티엔의 골목골목을 탐방해보았어.
형광색 구역은 워킹스트리트에서 성태우를 타고 좀티엔까지 이어지는 주요 거리였어.
빨간색 지역은 비어바들이 밀집된 곳이고, 빨간색 X 표시된 곳은 뭔가 묘하게 성 정체성에 혼란을 줄 수 있는 분위기더라. 마사샵에도 남자 직원만 있고, 게이들이 눈에 많이 띄었어. 아직 이른 시간이었는데도(해가 막 진 이후), 꽤 독특한 느낌이었어.
그리고 나서 다시 발길을 돌려 이전에 다이아몬드 같은 매력을 느꼈던 곳으로 향했어. 그곳을 잊을 수 없더라고.

마치 부아카오 근처에 있는 오래된 건물처럼 보이는 작은 비어샵에서, 묘한 매력을 가진 누군가를 만났어. 피부도 하얗고, 완전 대학생처럼 풋풋해 보이는 아이였지. 동네를 잠시 한 바퀴 돈 후에도 계속 생각나서 다시 가게 되었고, 그 애가 반갑게 날 맞아주었어.
20살의 C양이라는 친구였는데, 낮에는 어학을 공부한다고 하더라. 대학에 다니는 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어, 영어를 전혀 못해서 제대로 물어보진 못했거든. 한국에는 그녀의 친언니가 있고, 언니의 남자친구와 찍은 사진도 보여줬어. 25살이 되면 한국에 가고 싶다고 하더군. 그녀는 정말 순수해 보였고 미소가 너무 밝았어. 마주 볼 때마다 묘하게 내가 더 부끄러워지는 기분이었다니까?
태국에 와서 이런 기분을 느끼게 될 줄은 몰랐어. 어떤 일이야 이게...
그녀가 자신은 여기서 알바 중이라 남자와 외출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고 했어. 대신 연락이라도 할 수 있도록 라인을 주고받았지. 일 끝나고 연락하자며 헤어졌는데... 이거 혹시 그린라이트인가?
그 후로 좀티엔 근처의 엄청난 규모의 비어바 골목을 둘러봤어.
동북아시아 스타일 푸잉은 잘 보이지 않았고, 대부분 파랑 스타일의 사람들이 많았어.
비어바 네다섯 군데를 돌아다녀 봤는데 진짜 매력적인 사람은 한두 명 정도였던 것 같아.
여긴 파랑들이 정말 부지런한 것 같았어, 대낮부터 푸잉들을 데려가는 걸 보니 말이야. 그래서인지 예쁜 애들은 이미 자리를 뜬 건지 잘 보이지 않았어. 주로 90% 정도는 일본인이나 중국인들보다도 파랑들이 대부분이었고.
배가 고파져서 좀티엔 나이트 마켓으로 가서 끼니를 해결했어.



아까 비어바에서 찍은 사진들을 C양에게 보냈어. 그리고 이렇게 대화를 시작했지.
"나 대충 뭐 먹고 있어. 끝나고 나랑 같이 음식 먹을래?"
"아니, 나 일 끝나고 바로 잘 거야."
"너네 숙소 앞으로 가도 돼?"
"아니, 친구랑 같이 생활해서 안 돼."
뭐지? 싶더라. 왜 일 끝난 뒤에 연락하자고 했는지 이해가 안 갔어.
"그럼 일 끝나는 시간에 내가 데리러 갈게. 내 콘도에서 잘래?"
"아니."

너무 어이가 없어서 정신 놓고 있다가, 아보카도 스무디를 흰 티셔츠에 쏟아버렸어. 급하게 화장실로 가서 (입장료 5밧) 손세정제로 열심히 지웠지. 그 상태로 성태우를 타고 숙소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하... 또 정신 줄 놓고 있다가 숙소를 지나쳐버렸어. 그래서 그냥 미스트로 가기로 했어.
그때가 밤 11시였는데, 미스트 기준으론 조금 이른 시간이었지. 근데 이미 안이 꽤 차 있더라. 테이블 잡고 앉아있는데 문득 보니, 소이혹이나 부아카오 근처에서 봤던 푸잉들이 엄청 많은 거야. 다들 위스키 마시고 있더라고. 나랑 합석한 푸잉 한 명도 혼자서 바카르디 마시며 자작하고 있었지. 분위기 참 달라졌더라. 판다에서도 비슷했지만, 이제 파타야는 누구랑이나 자연스럽게 합석하는 그런 느낌이 되는 것 같아.
근데 의외로 눈에 확 들어오는 푸잉은 없었고, 그나마 괜찮다 싶은 애들은 이미 파랑들이 붙어서 다 차지한 상태였어. 춥기도 하고 별 재미 없어서 1시쯤 되니까 밖으로 나왔어.
밖에서 한참 고민하다가 담배 한 대 피우면서 라인에 있는 푸잉들한테 "나 파타야 왔는데 나와서 놀자"라고 세 명 정도에게 메시지를 보냈어. 그중 소이혹에서 일했던 친구한테 연락이 왔더라. 원래 자주 봤던 친구야.
"나 일 관뒀어. 지금 2주 쉬고 있어."
"어디야?"
"부아카오 숙소."
"갈까?"
"응, 오빠가 괜찮다면."
그래서 바로 볼트바이크 불러서 아버호텔 근처로 갔어.

그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무기력한 하루에도 위로가 되어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참 고마운 일이다.
"네 집에서 자도 될까?"
"안 돼, 친구가 곧 올 거야."
"그럼 내 콘도로 가자."
우리는 다시 볼트를 불러 그녀의 제안대로 내 콘도로 향했다.
소이혹에 대한 얘기가 오갔다. 요즘 바파인의 가격이 3000밧으로 올랐고, 연속 바파인을 할 경우 추가 요금이 붙는다며 사람들에게 부담이 크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소이혹에서 일하던 사람 중 많은 이들이 일을 그만두었다고 했다. 최근 클럽들에서 소이혹 출신들이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모습을 많이 본다는 얘기도 들렸다. 아, 그래서였구나. 익숙한 얼굴들이 모습을 보이지 않고 소이혹 거리가 휑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런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우리는 함께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웠다. 자연스레 그녀와 키스를 나누게 되었는데, 그녀는 정말 키스에 능숙한 사람이었다. 나의 성감대가 귀와 목덜미라는 사실도 이런 경험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되었고, 또 한 가지 배운 건 '파이어볼.'
20분 정도 그녀가 내 민감한 부분과 파이어볼을 집중적으로 공략하자, 그 섬세함에 나는 곧 압도되었다. 마침내 클라이맥스에 이르고 나선 본 게임에서 단 10분 만에 끝이 났다.
"오빠, 평소엔 안 그러던데 왜 오늘은 이렇게 빨리 끝났어?"
"네가 너무 맛있게 즐겨준 덕분인 것 같아."
그렇게 침대 위에서 다시 대화를 이어 가던 중, 그녀가 피곤해서 하품을 연거푸 했다. 오늘 하루가 꽤 길고도 힘들었는지 지쳐 보였다. 그래서, 더 이상 욕심내지 않고 그녀를 편히 재워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