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에서의 6일차 ~!
여섯 번째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마음이 싱숭생숭해졌습니다.
아주 약하게나마 향수병에 걸린 것 같았습니다.
머나먼 타국에서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미묘한 감정이 밀려왔고,
그 작은 마음을 달래기 위해 빈탄에 있는 한식당을 찾았습니다.
정통 한식당은 아니었지만,
한류 열풍으로 만들어진 패스트푸드점(김밥천국)이었습니다.
독일 친구가 유럽에서도 한류가 대단하다고 하며 블랙핑크를 좋아한다고 했는데,
한국에서 아름답지 않으면 여기서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크게 느꼈습니다.
입구는 오토바이 주차장처럼 생겨서 아닌가 싶었지만,
들어가 보니 3층까지 있고 손님들은 어린 로컬 베트남 여자아이들로 가득했습니다.
맛이 문제였는데,
외국 음식은 다 나쁘지 않다고 넘겼던 저는 한국 음식에는 까다로운 편입니다.
떡볶이는 한국 맛의 반도 재현하지 못했고,
김치찌개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다만 너무 더워서 땀이 비 오듯이 나고 하여튼 고향 음식을 먹고 조금 향수를 달랬습니다.




사진을 보면 두 번째 사진이 강가입니다.
사람이 이렇게 없는 지역은 베트남에서 처음 봤습니다.
한적하고 조용하며 몇몇 사람들은 낚시를 하고 해먹에서 자고 있었습니다.
혼자서 고즈넉하게 강가를 바라보며 산책하다 더워서 커피숍에 갔습니다.
커피숍에 가면 무조건 차를 시켜 마시는 편입니다.
잠깐 쉬려고 들른 커피숍에서 얼음 커피는 금기사항이라 그냥 한 모금 입에 넣고 앉아서 쉬다가 왔습니다.
모든 사진이 그럴싸하지만 막상 가면 덥고 좀 더러워서 추천하지 않습니다.




숙소에 와서 쉬다가 3시와 4시에 약속을 잡았습니다.
특별히 한 것은 없고 앱에서 심심한데 밥 먹을래라고 던지고 끝냈습니다.
그동안 잘로도 10개 넘게 받았지만 단 한 명도 연락하지 않았고 앱도 하지 말라는 말이 많아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시도해봤습니다.
3시 약속을 위해 움직여야 하는데 빨래가 문제였습니다.
세탁 서비스를 맡겼는데 오후 3시쯤 준다고 합니다.
샤워 후 치장하고 땀에 찌든 옷을 입는 건 너무 괴로운 일이었습니다.
샤워 후 9만원 주고 산 스킨로션인 척하는 로얄젤리를 바르고 선크림을 발랐는데
진심으로 선크림이 잘 먹는 느낌이라 비싼 건 다르구나 생각했습니다.
타카시마야 백화점에서 3시 여자를 만나기로 했습니다.
일단 베트남 업소 애들을 만나면 잘로 사진과 실제 모습의 일치율이 40%도 안 됩니다.
그래서 앱으로 만나는 건 절대 안 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3시 여자를 만났는데 키, 몸매, 얼굴 모두 놀라울 정도로 좋았습니다.
솔직히 호치민 애들의 얼굴이 내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크게 끌리는 애는 몇 명 없었습니다.
사실 가장 예쁜 애는 어제 숙소 엘베에서 마주친 옆방 여자였습니다.
훤칠한 키에 슬랜더하고 건강한 피부를 가진 그녀는 동남아 여행자 같은 패션을 하고 있었습니다.
먼저 저에게 인사를 건네는데 정말 떡이라도 돌리고 싶었습니다.
다시 돌아와서 3시 여자는 제 스타일 중 하나였습니다.
백화점에서 피자를 먹고 맥주 한 잔하며 구경하다 MZ세대 커피숍으로 이동했습니다.
이미 4시 여자의 약속은 취소했습니다.


MZ세대 커피숍 이름은 몰라 주소를 남길 수 없습니다만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자세하게 쓰고 싶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반쯤 거짓말 같아서 넘어갑니다.


정신이 붕 뜨는 느낌을 받으며 호치민 만세를 속으로 외쳤습니다.
여자는 7시쯤 친구를 만나러 간다고 해서 저도 배가 고파 독일 친구와 함께 밥 먹으러 갔습니다.
Hoa Túc Saigon이라는 곳인데 맛있었습니다.
독일 친구가 맛집을 잘 찾는 것 같습니다.
메뉴 하나 더 시키고 맥주 시키며 역사 이야기와 요즘 MZ세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저녁에는 러닝빈 카페에서 또 다른 약속이 있었습니다.
가는 길에 찍은 사진과 함께 독일 친구에게 음료 하나 사주며 같이 있다가 8시 여자를 만났는데
외모 차별하기 싫지만 기억하세요,
못생기면 매력도 없습니다.
30분만 이야기하고 우리 것만 계산하고 나왔습니다.
라이브바 정보 몇 개 알아냈다는 게 다행입니다.





독일 친구는 내일 떠나고,
영국 할아버지는 내일 태국에 갔다가 금요일에 돌아옵니다.
금요일에 연락할 테니 무조건 오라고 합니다.
이제 저는 한동안 호치민에서 친구 없이 지내야 합니다.
세 명이서 여기저기 파스퇴르 바를 돌아다니다가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어서 혼자 다른 바에서 놀았습니다.
11시 50분쯤,
새벽 3시에 만난 여자가 저를 슬슬 간을 보기 시작합니다.
결론적으로 친구 세 명과 놀고 있었는데,
친구들은 이미 다 취했고 그녀는 머리가 아프고 배가 고프다고 했습니다.
브이비엔이라는 클럽으로 오라고 하는데,
제 파트너가 저에게 조언을 합니다.
"너는 지금 너무 피곤하고 졸리니까 그냥 집에 가서 자라.
내가 보기에 그 여자는 워킹걸 같다.
갈 이유가 없다.
정말 만나고 싶으면 푹 자고 내일 만나."
어느 여자 말을 들어야 할까요?
새벽 3시에 만난 여자에게
"니 친구들 다 보내고 연락하라"
고 했습니다.
여러 가지 주고받았지만 정보가 부족합니다.
한국에서도 새벽 2시 넘어서 좋았던 일이 없었습니다.
첫날 만나서 자연스럽게 떡까지 그런 동화 같은 이야기를 믿을 나이는 지났습니다.
저는 패를 확인하고 싶지 않습니다.
여자 네 명 술값 업어주는 거 몇 푼 하겠습니까?
하지만 그렇게 되면 우리가 오늘 하루 종일 한 대화는 다 거짓말이 되고,
저는 상처받기 싫었습니다.
그냥 슈뢰딩거의 워킹걸로 남겨두면 제 추억 속에 그녀는 아름다운 일반인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연락을 안 하니까 그녀는
"취했고 미안하다 재미있게 놀라"
며 마지막 메시지를 보냅니다.
마지막으로 독일 친구와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누고 헤어집니다.
첫 시작은 스포츠 펍에서였습니다.
새벽 1시 집에 도착했습니다.
제 휴가의 반절이 지나갑니다.
호치민은 도시 전체가 거대한 서비스업 시장 같습니다.
서울 사는 모든 인구가 서비스업을 하지는 않죠.
이제 호치민에 맞게 돈을 쓸 시간입니다.
문자가 되는 유심을 집요하게 산 이유가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