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의 혼란과 새로운 시작
드디어 첫날의 어리버리한 마음가짐에서 벗어나,
깊은 잠을 자고 일어난 덕분인지 머리가 맑아지고 정신이 또렷해졌다.
슬리퍼를 질질 끌며 아침 8시쯤 집 앞에 나가보니 노상 음식점이 있었다.
이번에는 동네에서 조금 큰 마트에 가보았다.
한국 마트에 있는 것들이 다 있다고 보면 된다.
냉동식품, 요거트, 아이스크림, 샴푸, 세안제 등 다양한 물건들이 있었다.
물티슈 100개짜리 휴지,
마시는 요거트, 음료수를 사고 나왔다.
물론 여기도 스킨이나 로션은 없었다.
과연 언제 사게 될까 궁금했다.
남탕! 역시나 어딜 가나 태국 빼고는 남탕이었다.
키 크고 잘생긴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명함도 못 내밀고 찌그러져서 맥주와 칵테일 한 잔씩 했다.
입장료 9000원을 내면 프리드링크 한 잔을 준다.
대부분 3000~6000원 정도로 클럽치곤 혜자스러웠다.
와인이나 위스키를 병째로 시키면 비싸겠지만 말이다.
조식을 먹으러 가야겠다.
밥 먹고 자야지.
몸은 피곤한데 잠이 오지 않았다.

마트에서 산 물건들을 들고 집 앞에 아무 음식점이나 들어갔다.
구글에도 나오지 않는 곳이었다.
일단 집 앞에 노점 음식점 하나가 있었고,
이렇게 생긴 음식점이 세 개 있었다.


베트남 음식이 나에게 잘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맛있었다.
국물이 진하고 새우는 오통통했다.
음식 자체가 가성비라는 게 느껴졌다.
국물 안에 새우와 메추리알, 간 고기 면 등이 들어있었고
위에 각종 고수나 채소를 넣으면 대충 한 끼에 필요한 영양소를 다 챙길 수 있었다.
스페셜 메뉴로 시켰는데 80000동,
약 4400원이었다. 매일 가고 싶었다.
동네를 돌면서 느낀 점이 있었다.
계획 도시가 아니라서 내가 예상하는 건물이 나오지 않았다.
호텔 옆에 갑자기 노상으로 과일을 팔거나 길에서 음식을 파는 모습이 보였다.
건물이 오래되어 낡은 지역인가 싶으면 바로 새 건물이 나오기도 했다.
혼란 그 자체였다.
필리핀 느낌이 나면서도 조금 더 좋았다.
도시 자체가 젊음과 에너지가 느껴졌다.
어제 바이크 그랩을 타면서 시원하고 재미있었지만 무서웠다.
혼란 속에서도 질서가 있다는 느낌이었다.
오늘 동네를 돌면서도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인도와 차도의 구분도 모르겠고 사람이 다녀도 오토바이는 절대 멈추지 않았다.
그냥 알아서 천천히 속도를 줄이며 다녔다.
나도 멈추지 않고 처음 보는 오토바이와 텔레파시를 주고받으며 자연스럽게 길을 건너거나 돌아다녔다.
일상 속에서 아주 작은 미세한 두려움이 느껴지는 이동이었다.
가게는 네 가지 등급으로 나눌 수 있다.
1등급: 오토바이가 바로 옆에 지나가는 진짜 생 노상 음식점
2등급: 가게는 있지만 에어컨이 없는 곳
3등급: 에어컨이 있는 곳
4등급: 백화점 같은 대형 쇼핑몰
백화점이라는 것이 가난한 사람과 부자를 나누는 구분선을 그어주는 것 같았다.
번외로 그랩이나 많은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에게 포장음식을 파는 곳도 있었다.

홍콩에서 먹어본 흑당펄 밀크티가 생각나서 하나 시켰는데 펄 매진이라 그냥 흑당밀크티만 받았다.
가격은 21000동,
약 천백 원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