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파타야 - 태국 여행일기 5
5월 26일, 여행의 7일 차가 도래했습니다. 몇몇 형님들의 추천으로 워킹 스트리트에서 아고고 클럽을 탐방하려는 계획을 세웠지만, 결국 어제 시간을 보냈던 판다 푸잉을 다시 만나기로 했어요.
푸잉과 약속은 오후 4시. 그런데 푸잉, 이 친구가 워낙 열심히 사는 사람인지라 실은 두 가지 일을 병행하는 중이었어요. 주업 외에도 미용실에서 파트타임 일을 하고 있었는데, 손님의 추가 요청으로 약속에 늦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했어요. 미안한 마음에 저녁을 대접하겠다며 제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더라고요.
망설임 끝에 아고고나 클럽은 뒤로하고 푸잉과의 시간을 선택했어요. 워낙 제 스타일에 가깝기도 해서, 한 번 속아보자는 심정으로 약속 시간인 밤 10시에 다시 판다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신기한 상황이 벌어졌죠. 막상 도착해 푸잉을 찾아보니 그녀가 보이지 않는 겁니다. 메시지를 남겼더니 화장실에 있으니 기다리라고 하더군요.
컨셉 잡힌 카페의 독특한 분위기 속에서 맥주 한 잔 주문하고 기다리다 보니 마마상이 다른 푸잉들도 잔뜩 쇼업시켜서 민망했던 순간도 있었지만, 드디어 판다 푸잉이 모습을 드러냈어요. 우리 관계를 풀어갈 겸 엘디 두 잔을 즐기며 주사위 게임도 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습니다. 결국 어제와 같은 가격으로 그녀를 바 파인 해주기로 했고, 저녁을 먹으러 함께 이동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도착한 식당은 베카딘! 푸잉은 여전히 어디서든 인싸답게 직원들을 전부 다 아는 모습이었어요. 직원들한테 친근히 돈도 슥 나눠주고, 분위기를 한껏 띄우며 촌깨우도 시전하고 놀랄만한 광경이었습니다.
혼자 오면 들킬 것 같은 특유의 느낌이 드는 장소였지만, 푸잉과 함께하니 복잡한 감정은 사라지고 분위기를 몰입해서 즐길 수 있었어요. 고기를 구워준 식당 여직원은 소이혹 출신이라는데, 엘디 판매가 어렵다 해 베카딘에서 일하게 됐다더라고요. 생활력 200% 넘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다양한 생각이 오갔습니다.
저녁 식사를 마치니 나온 계산서 금액은 무려 1800바트! 몰랐던 진실에 당황스러웠지만, 여기서 또 까올리의 자존심을 지킨답시고 제가 지갑을 열었답니다. 서로에게 있던 날카로운 경계선들이 슬그머니 사라지며 더 강한 유대를 느낀 날이었어요.
호텔로 돌아오는 그랩 택시 안에서 너무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어요. 판다 푸잉이 가방 속에서 1800바트를 돌려주는 겁니다. 이건 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럭키비키의 순간 아니겠어요? 그녀가 저녁값을 내게 선물을 준 셈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호텔에 도착하니 어느새 시간이 새벽 2시를 넘었더라고요. 하루를 정리하며 함께 시간을 보내고 눈을 떠보니 벌써 아침 6시였습니다. 정신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진정한 타임킬링을 했달까요.
오늘은 꼬란섬에 가려고 원래 계획했던 날이지만 비도 오고 몸도 피곤해 당연히 포기했어요. 아침부터 하루를 단순하게 보내자는 결심 끝에 배달음식 한 끼로 시작해서 세탁물을 찾고 마사지 의자에 앉아 있습니다.
발마사지 받으면서 여유롭게 후기를 작성하는 것도 꽤 괜찮은 방법이네요. 오늘은 기분 좋게 휴식을 취한 후, 저녁에 워킹 아고고에 출동할 계획입니다. 클럽도 가볍게 분위기를 살펴보는 정도로 들를 예정이고요. 사실 오늘은 특별히 픽업할 생각 없이 그저 구경하는 마음으로 나가려고 해요.
바파로 2천만 원을 내라면 또 데리고 와야 하는 건가 싶지만, 이건 상황을 좀 보고 판단해봐야겠죠. 모든 경험은 차곡차곡 쌓여야 좋은 추억이 되니까요.
내일 또 생생한 후기 들고 돌아올게요. 브로들, 오늘도 멋진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