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방타이에 로맴을...2
회의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유흥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온 30대 초반의 평범한 사람입니다. 한국에서는 룸 같은 곳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고, 그냥 늘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며 지내왔습니다.
함께 간 직원 중에 태국 문화를 잘 아는 "타이 마스터"라고 불리는 분이 있었는데, 그분의 이야기를 미리 듣고 나니 흥미로우면서도 약간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런 평범한 삶을 살다 보니 이런 경험이 더 낯설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제 개인적인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남자 3명이 함께 투어를 다니게 되면서, 일정에 맞춰 계획을 세웠습니다. 비즈니스 목적으로 온 만큼 다음 날 일정도 고려해서, 마음에 드는 곳이 있다면 짧게 체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시간 제약이 있어 각 장소에서 최대 10분만 머물기로 합의했죠.
-1일차 나나플라자-
저녁 일정을 마치고 나서 밤 10시쯤, 나나플라자라는 곳으로 서둘러 향했습니다. 그곳에 도착하고 나니 정말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는 듯한 기분이 들더군요. 워낙 유명한 곳이니 구체적인 설명은 생략하겠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놀라웠던 경험만 기록해봅니다.
가게마다 문을 열고 들어갈 때마다 타이 마스터 직원과 함께 등장한 "마마상"이라는 사람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 달려 나왔습니다. 이런 환대는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이 먼 타국에서, 낯선 외국인을 이토록 환영해주는 사람이 있다니 굉장히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마마상이 술을 공짜로 제공하고, 심지어 푸잉도 자리에 무료로 앉혀주더군요. 처음에는 그냥 다섯 잔 정도 같이 마시라고 건네주면서 자기 돈으로 샀다고 하더라고요. 사전에 가게의 구조와 운영 방식에 대해 어느 정도 설명을 듣고 갔던 터라, 뭔가 체계적인 환영 문화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계속 머릿속에 떠오르던 생각은, 이런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인생을 살아온 걸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그렇게 여러 가게를 둘러보며 나머지 시간을 보내고, 첫날의 경험은 주물럭과 해장국을 먹으며 마무리되었습니다.
- 나나 플라자: 2일차 -
기대와 설렘이 가득했던 2일차. 첫날의 분위기를 제대로 맛보고 나서 깨달았습니다. 여기서는 머리 쓰지 말고 그저 마음껏 즐겨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한 뒤, 재충전된 상태로 다시 나나 플라자로 향했습니다.
오늘은 새로운 파트를 공략해야 할 차례. "이번엔 레이디보이를 한번 경험해보시죠!" 하는 제안에, 살짝 꺼림칙한 마음으로 가게 문을 들어섭니다. 솔직히 제 안에 존재하는 고정관념 때문인지 이 상황 자체가 좀 어색하더군요. 그래서 처음부터 제대로 놀지도, 적응도 못 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진짜 놀라운 건, 그분들이 너무나도 아름답다는 겁니다. 제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려울 정도로요. 하지만 자세히 보니... 어깨 골격 같은 게 저보다 더 좋더군요. 묘한 감탄과 어색함 사이에서 헤매다 보니 어느새 레이디보이 바(솔직히 이름조차 기억이 안 납니다) 중앙에 제 동료 두 명과 함께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제 동료들은 이미 광란의 파티 모드로 진입한 상태. 춤추고, 리듬 타고, 분위기에 완전히 취해 몰입하는 모습이었죠. 반면 저는 멋쩍게 앉아 하하, 괜찮아요... 하고 겉으로만 웃어보이는 중이었는데, 이제 생각해보니 제 "뇌구조 개조"가 덜 끝난 상태였던 것 같습니다.
그 순간 제 귀에 아주 자연스럽게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괜찮아요... 다들 이렇게 놀아요~ 맘 편히 있어요. 한국어 잘해요." 그 말투와 발음이 너무나 완벽해서 또 한 번 놀랐습니다. 네이티브 수준의 한국어라니, 믿기 힘들 정도였죠.
그러는 와중 갑작스럽게 공황 증상이 찾아왔습니다. 등에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시야가 어두워지는 느낌. 견디지 못하고 "잠깐 화장실 다녀오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복도로 나가 숨을 돌렸습니다. 후들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려 담배 한 개비를 피우며 차분히 마음을 추슬렀습니다.
담배 한 대를 피우고 있는데 전화가 옵니다.
A: 형, 어디에요?
나: 밖에서 담배 피우고 있어. 근데 지금 공황 왔어, 야발…
A: 에이, 빨리 와요. 형 지금 다 기다리고 있어요.
나: 누가? 나 기다리는 사람 없어.
A: 여기 형들이 동그리 귀여운 오빠 어디 갔냐고 빨리 오래요. 개귀엽다고 난리예요. 여기서 아니면 찾아나가겠대요~
나: 다 꺼지라 그래. 슈발… 지금 속 뒤집혀서 안 되겠어.
A: 일단 진정 좀 하고 숨 돌려요. 나갈게요, 형.
결국 진정하고 살아남은 저는 동료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저 앞에서 A와 B가 나타납니다.
아니, 두 사람이 립스틱 자국과 엉망이 된 상태로 돌아오더군요. 한 명은 눈까지 풀린 모습이었습니다.
그렇게 우리 레보 형님들의 모험은 막을 내리고, 목적지는 A의 단골 가게였습니다. 플라자 입구 바로 왼쪽 1층에 위치한 곳이죠.
도착한 아지트에서 숨을 돌리며 제로 콜라 한 잔을 마셨습니다. 마마상이 형들 어떻게 놀다 왔냐며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여기서 방콕에서의 그녀를 마주하게 됩니다. (참고로 이건 로맨스 주인공 이야기는 아닙니다.)
마마상이 저쪽 친구를 가리키며 한 잔 해보라고 했는데, 고개를 들어 보니 오잉? 귀여움 폭발! 남자들의 흔한 반응, 3초 컷으로 심장이 동합니다.
함께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데, 영어도 유창해서 소통까지 잘되었습니다. 이 경험 이후로 영어 가능한 사람을 더 선호하게 된 계기가 되었죠.
그렇게 약 20분 동안 대화하며 술잔도 왔다 갔다 하던 중, 그녀와 숏 타임을 할까 말까 고민하는 찰나,
A: 형, 우리 운기조식 끝났으면 3층 한 번 가보죠.
라는 말에 이끌려 "그래, 뭐 어때" 하며 따라나섰습니다.
예상대로 별다른 소득 없이 돌아오니 그녀는 이미 사라져 있었습니다. 역시 인생은 타이밍… 갈지 말지를 고민할 때는 가야 하나 봅니다.
다시 아지트로 돌아와 마마상에게 "아까 그녀 어디 갔냐"고 물어보니 오늘 컨디션이 안 좋아 조금 전에 퇴근했다고 합니다…
아놔… 이렇게 끝나다니…
그 순간, 게이 느낌 풍기는 사장님이 핸드폰을 꺼내 들며 급하게 “웨잇웨잇! 마 보이~” 외칩니다. 설마… 혹시?
전화 통화를 이어나가며 뭐라뭐라 대화하는데, 무슨 내용일까 싶어 20년 전에 봤던 수능 듣기 평가보다 더 열심히 귀를 기울였습니다.
결국 "마 보이, 쏘리캅~ 그녀는 집에 갔다네, 홈 얼레디." 따흡...
사장님이 다시 묻습니다. "그래서 어쩔 건데? 내일 다시 오면 바파인은 안 받을게."
내일 다시 오겠다고 감사하다고 했지만… 고맙긴 뭐가 고맙습니까. 내일은 파타야로 넘어가야 하는데 말이죠.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
그렇게 방콕에서의 2일 차는 막을 내렸습니다.
3일 차 소이 카우보이
원래 계획은 이른 오후쯤에 일을 마치고 바로 파타야로 이동하는 것이었지만, 예상보다 일정이 늦어지는 바람에 잠시 소이 카우보이의 매력을 느껴보기로 합니다. 어제의 그녀가 생각났지만, A가 말하길,
"1일 1푸잉도 부족한데 우리에겐 아직 '파타야'라는 2단계가 남아 있으니, 만날 사람은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되어있어. 다음 기회를 노리자."
그 말을 듣고 설득되어 소이 카우보이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그곳에서 A와 B는 놀라운 매력을 가진 두 여성을 만나게 됩니다. 둘은 한껏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광란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죠. 저는 어제의 그녀가 계속 떠오르던 터라 제로 콜라를 홀짝이며 두 친구들의 즐거운 시간을 지켜보며 흐뭇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찰나, 갑자기 뒤에서 제 어깨를 누군가 톡톡 두드렸습니다. 깜짝 놀라 돌아보니, 한 손엔 스냅백, 모자 위에는 편광 선글라스를 얹은, 술 기운이 오른 듯한 한 형님이 서 계셨습니다. 저절로 동탄 남편룩이라는 단어가 떠오를 정도로 친숙한 모습에 의식의 흐름대로 그를 D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또 뒤에서 D님께서 제 어깨를 툭툭 치며 이야기하십니다.
나: 네?
D: 쟤네들 여기 가게 에이스야, 둘 다. 그런데 하필 이쁜 애들을 앉혔네요. 저렇게 계속 놀게 두면 돈이 엄청 빨리 나갈 겁니다. 친구들 잘 챙기세요.
나: 아, 감사합니다! 확인해볼게요. 야, 너네 얼마 썼어? 진정해봐... 뭐? 3천 밧을 넘겼다고? 나: 야,야 정신 차리자! 나가자 이젠. 마마~ 첵빈! (꼴에 며칠 사이 많이 듣고 배워선 바로 써봅니다.)
D님께 감사의 눈짓을 보내고 계산 후 나왔습니다. 친구 둘은 술에 취한 건 아니고, 멀쩡하긴 한데 그냥 신나게 놀다 온 기분이라 재밌게 즐겼다고 하네요. 그거면 된 거죠 뭐. 시계를 보니 이제 슬슬 파타야로 넘어가야 할 때입니다. 짧지만 D브로와 반가운 만남이었네요. 이렇게 방콕에서의 시간을 마무리하고 볼트로 파타야행 택시를 부르려는데 마침 만났던 바이어가 대뜸 자기 친구가 택시기사라며 편하게 타라고 합니다. 그리고는 택시비도 자기가 낼 테니 걱정 말라며 택시를 잡아주네요. 꿀이라 생각하며 차를 타고 출발합니다.
그러나... A가 약간 이상한 촉을 느끼는 듯합니다.
A: 형, 이 택시 뭔가 불안한데요. 느낌이 쎄합니다...
나: 조용히 좀 해. 괜히 털지 말고 퉤퉤퉤 하라고 했잖아. 차라리 여기서 잘 타고 가자.
눈치도 주고 달리는 고속도로 위에서 신경을 곤두세우던 찰나, 갑자기 택시 안에 '띵~띵~띵' 소리가 울립니다.
나: 뭐야? 이게 뭔데? 내가 아까 퉤퉤퉤 하라 그랬잖아, 왜 또 이래...
그렇게 우리의 택시는 고속도로 한복판에 멈춰 섭니다...
D: 한국인이세요?
나: 아, 예...(순간 머릿속에서 '태국에서는 한국인을 더 경계하라'는 이야기가 스쳐 지나갔지만, 목소리를 차분히 가다듬으며) 예, 한국 사람입니다. 혹시 형님도 한국 분이세요?
D: 맞아요, 반갑습니다. 여기 처음 오셨어요?
나: 네, 저랑 B는 처음이고요, A는 뭐... 고인물이에요. ㅎㅎ
D: 아, 그렇군요. ㅎㅎ 저는 여기서 5년째 지내고 있어요. 한잔 하실래요?
나: 아 반갑습니다. (짧은 고민 끝에 '사기꾼은 아니겠지?'라는 생각으로 경계심을 숨기며) 네, 한잔하시죠.
D 형님은 자연스럽게 제 옆으로 자리를 옮기더니 이곳에서 어떤 장소가 좋은지, 어느 가게의 여자들이 예쁜지 등을 술술 풀어내며 설명해 주셨습니다. 알고 보니 D 형님이 데려온 레이디들은 워킹걸이 아니라 그냥 태국인 친구들일 뿐이며, 그저 친구들과 한잔하며 노는 중 제가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말을 건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고는 술잔을 기울인 후 원래 자리에 돌아가셨죠.
하지만 그 순간에도 A와 B는 아까 만난 두 여성과 계속 화려한 시간을 즐기느라 정신없었습니다.

냉각수가 터지다니 정말 난감했네요. 살다 보니 이런 타지에서, 그것도 본넷에서 냉각수가 솟아오르는 광경을 직접 목격하시다니... 참 희한한 경험이네요. 그래도 유쾌하게 넘어가시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퇴근 시간이 거의 다 됐군요! 그리고 많은 분들이 기다릴 것 같은 파타야 로맴 그녀 후기는 헬스장 다녀오신 후에 작성하신다니 기대할게요. 퇴근길 조심히 돌아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