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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아직은 로맨스 – 방콕 이야기 3

벗쥬
2025.06.24 추천 0 조회수 15 댓글 0

 

새벽 5시에 문자가 도착했어. 아침 10시에 오는 건 예정대로일 것 같은데, 밤 5시는 너무 이르고, 아마 10시쯤 되어야 도착할 것 같다고 하더라고. 내가 아니면 저녁을 못 먹을 것 같아서 미안하다고 했는데, 사장님이 계획을 변경해서 다들 기다려야 할 상황인 것 같아. 뭔가 큰 이벤트가 있었던 모양이야. 그래도 다음 날 하루는 확실히 빼기로 했다고 해서 다행이라며 안심시켜줬어. 
뭐, 저녁은 다음 날 같이 먹으면 되니까 괜찮다며 나도 위로했지. "운전 조심히 해~"라고 말하고선, 10시까지 시간을 버티는데, 정말 1초가 1분처럼 느껴졌어. 진짜 시간이 왜 이렇게 안 가는 건지! 그러는 와중에 브로한테 오늘은 같이 시간을 보내기 힘들 것 같다고 양해를 구하고, 운동하면서 기다렸지. 
운동을 끝내고 샤워를 하러 들어가기 직전에, 대략 9시 45분쯤 연락이 왔어. 도착했다고, 지금 로비에 있다고 하더라. 뭐야, 예상보다 일찍 왔네? 준비도 하나도 못 했는데! 그래도 로비에서 혼자 기다리게 두기 싫어서 땀 범벅에 완전 초라한 모습으로 내려갔어. 그러고는 방으로 데리고 올라왔지. 
샤워를 좀 해야 될 것 같아서 기다려 달라고 하니 알겠다고 쿨하게 받아주더라고. 그런데 옷을 보니까 병원 관련 글씨가 새겨져 있길래 웃음이 나왔어. 알고 보니 점심시간에 잠깐 시간을 내서 온 거였고, 가끔 방콕에서도 일을 한대. 날짜가 잘 맞았던 거지. 옷에 이름이 메뉴얼처럼 적혀 있어서 흘끔 봤는데, 두 손으로 급하게 가리더라. 근데 솔직히 그 손으로 다 가려질 가슴은 아니잖아… 웃기기도 하고.
어쨌든 얼른 샤워를 마치고 같이 밥 먹으러 나가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나보고 왜 옷을 입냐고 물어보는 거야. "응? 밥 먹으러 나가야지. 안 나갈 거야?"라고 되묻자, 자기랑 밥은 따로 먹으라고 하고는 장난스럽게 묻더라. "콘돔은 사놨어?"  
아니 이 사람이…! 지금 밥이 문제가 아니잖아. 이미 모든 게 준비돼있는데, 아침에 혹시 몰라서 5개 정도 사둔 내 과거의 나를 진짜 칭찬하고 싶더라. 어찌나 잘했는지! 웃으면서 다가가 키스를 한 뒤에... 정신 차리고 보니 벌써 1시였어.
그러다 친구는 다시 일하러 떠났고 나는 센트럴 엠버시라는 쇼핑몰로 가서 혼자 점심을 먹었어. 저녁 때랑 다음 날 입을 옷도 사고 말야. 그런데 돌아오는 길이 어찌나 막히던지! 결국 집에 도착했을 땐 벌써 6시쯤이었어. 힘들어서 그대로 눕고 밀린 잠을 조금이나마 보충하고 있었는데, 8시쯤 다시 연락이 왔어.
이번엔 10시보다 조금 일찍 올 수 있을 것 같대. 한 9시쯤? 간단하게 밥이나 먹자며 약속을 잡더라고. 그래서 호텔 가장 꼭대기 층 레스토랑을 10시로 예약했지. 친구를 기다리다가 8시 50분쯤 호텔로 돌아왔어. 역시 일본에서 일하는 사람이어서 그런지 시간 관리가 철저하더라고.
조금 이야기 나누다가 룸에서 옷도 슬쩍 차려입고, 약속 시간에 맞춰 레스토랑으로 향했어. 제일 좋은 자리로 예약했는데, 중간 자리에 배정받는 바람에 좀 아쉬웠지 뭐.

 

 

와인 하나 적당히 괜찮은 걸 골라 주문하고, 요리 몇 가지를 곁들여 두 시간 동안 쉼 없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어. 대화가 끝도 없이 이어지더라.
그러다 보니 자정이 되었고, 레스토랑도 문 닫을 시간이 다가왔지. 결국 우리는 옥상으로 올라갔는데, 그곳에서 우리 둘이 마지막 손님이었어. 올라가는 길에 주변을 둘러보니 며칠 전에 왔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더라. 색감도 뭔가 새롭게 느껴지고. 이게 내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행복도가 높아져서 그런 거겠지, 웃음만 나오더라.

 

 

옥상 한쪽, 코너 자리에서 딱 앉아 야경을 배경 삼아 눈빛으로 대화를 나누었어. 이상하게도 그곳에서는 서로 말을 많이 하지 않았던 것 같아. 그냥 서로를 계속 바라보게 되더라. 그렇게 말없이 눈빛으로 대화를 이어가며, 마지막 영업 시간인 새벽 1시까지 있었다.
눈이 마주칠 때마다 네가 ‘뭐~?’ 하며 미소를 띠는데, 그래, 어쩌겠어. 나를 완전히 무장해제시키는데 성공했지. 나중에 방으로 돌아와 욕조에 물을 받아 놓고 둘이 들어가 샴페인을 마시며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어. 그러다 키스로 이어졌고.
어느덧 새벽 5시쯤 잠에 들었던 것 같아. 그리고 그렇게 우리의 마지막 아침이 밝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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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호치민 3일차~!
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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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주
2025.06.21 조회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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