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혼란스럽고 유쾌한 방아다 2
안녕!
이틀째를 맞이했어. 하지만 기록은 하루 늦게 시작하네.
함께 태국에 온 푸잉이는 일을 하러 가야 해서 먼저 출발했고, 나는 조금 여유롭게 일어나 왕궁을 구경할 계획이었어. 그런데 실수로 여행 중 입을 바지를 한국에 두고 온 거야! 그래서 시암에서 급하게 쇼핑을 한 뒤, 택시를 타고 왕궁으로 향했어.
하지만 태국 교통이 워낙 혼잡한 탓에 시간이 지체되고 말았어. 결국 왕궁은 구경하지 못하고 바로 근처 사원들만 조금 둘러본 후, 다른 푸잉이를 만나기로 했지. 약속 장소인 야시장에서 그녀를 만났는데, 와... 사진이랑 얼굴이 똑같더라구.
함께 시간을 보내며 데이트 아닌 데이트를 즐겼지만, 솔직히 큰 화학 반응은 없었어. 그냥 '저스트 프렌드' 느낌? 그녀도 그 이상 깊게 교감하려는 마음은 없어 보였고, 나를 호텔까지 데려다줬어.
호텔로 돌아와 계획을 재정비한 나는 아직 가보지 못한 나나 플라자, 테메, 그리고 소이 카우보이를 방문하기로 마음먹었어. 그때가 밤 10시쯤이었을 거야. 나나 플라자부터 갔는데... 와, 여기는 정말 충격적이더라. 초보 여행자에게는 꽤 강렬한 인상을 주는 곳이었어. 윗옷을 벗고 춤추는 사람들, 지나가는 나를 손잡아 끌던 푸잉들, 심지어 내 가슴을 만지고 사라져버리는 푸잉까지... 당황스럽긴 했지만, "여기는 아직 준비 안 됐다!"는 생각으로 곧바로 테메로 이동했어.
테메는 또 다른 세계더라구. 마치 남자가 회전 초밥처럼 움직이고 여자가 선택하는 시스템인 것 같았어. 그런데 나는 눈 마주치는 것도 어렵고, 레이디보이인지 아닌지 구분조차 잘 안 가더라. 게다가 술도 안 마신 맨정신이라 더 그랬던 것 같아. 결국 다음 목적지인 소이 카우보이로 발길을 옮겼어.
소이 카우보이는 조금 더 편안했어. 지나가는 내게 말을 걸기도 하고 분위기가 살짝 밝았달까? 그러다가 한 푸잉이가 한국말을 엄청 자연스럽게 하더라고! 이건 예상 못 해서 깜짝 놀랐어. 그래서 "좀 둘러보고 올게"라고 하고 자리를 떴어.
날씨가 너무 더운 탓에 땀도 많이 흘렸고, 맥주 한 잔 하고 싶어서 다시 걷고 있는데 아까 그 한국말 잘했던 푸잉이가 다시 날 붙잡는 거야. 그러더니 갑자기 "오! 실례합니다" 하길래 뭐지 싶었더니... 내 청바지 남대문이 열려 있었던 거야. 세상 민망했지... 자랑스럽지도 않은데 말이야. 황급히 지퍼를 잠그고 고마운 마음으로 그녀를 따라가서 맥주도 한 잔 사줬어.
푸잉이랑 한 시간 정도 얘기를 나누고 그녀가 내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면서, "세 시에 끝나니까 기다려줄래?" 하더라구. 고민 끝에 나는 다시 테메를 가기로 했어. 이번에는 용기가 좀 생겨서 몇 마디 건네기도 했는데 역시 싸게 즐길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더라구. 늦은 시간까지도 가격대가 꽤 높아서 결국 또 이동했어, 이번엔 나나 플라자로.
마음속으로 이미 '보험'은 마련했다고 생각하며 둘러보는데, 갑자기 어디인지 모르는 2층 쪽으로 끌려 들어가게 되었어...
괜찮은 사람을 우연히 봤는데 춤을 추고 있더라고.
그래서 바로 마음에 들어 픽했지. 그녀는 내 옆에서 간단하게 술 한 잔 마시더니 나랑 내기를 시작했어. 소주 잔을 꺼내더라.
근데 나는 술을 잘 못 마셔서 문제였어. 가위바위보를 했는데 계속 져서 진짜 많이 당했지. 내가 산 술인데 내가 거의 다 마셨던 거야.
한편으로는 마마가 계속 와서 팁 내놓으라고 압박을 하는데 짜증이 조금 나긴 하더라고. 그런데 그 친구도 그런 게 싫은지 뭐라고 계속 말을 하더니, 나한테도 별로라고 하더라. 그렇게 술을 마시다 보니 어느새 2시가 돼서 가게가 마감됐어.
그 친구가 나랑 같이 가고 싶다고 해서 "얼마냐"고 물어봤더니 처음엔 번역기에 4000을 적다가 갑자기 3000으로 바꾸더라고.
이게 그냥 호감이었던 건지, 아니면 뭔가 계산된 걸까 싶었는데, 그건 아마 그녀 마음속에 답이 있겠지.
어쨌든 같이 내 숙소로 갔고, 본격적인 술 게임이 시작됐어. 이번 게임은 내가 많이 이겼는데, 규칙이 이길 때마다 상대가 보드카를 마시든 탈의를 하든 해야 했거든. 덕분에 그녀를 거의 모델처럼 만들어 놓았지. 꽤 뿌듯하더라.
그러다 서로 눈이 마주치자마자 분위기가 급변했어. 그렇게 뜨겁고 치열한 순간을 보냈지.
알고 보니 그 친구는 숏타임이었고, 약간 인조적인 부분들이 있긴 했지만 몸매도 예쁘고 얼굴도 정말 매력적이더라.
같이 씻으러 갔다가 말 그대로 다시 불붙은 것처럼 뜨거운 시간을 보냈어. 불을 끄기 힘들 정도였다고나 할까?
그렇게 새벽 6시쯤 돼서 그녀는 집에 가고 난 잠들었어. 그런데 아침에 정신 차려보니 별걸 다 두고 갔더라고. 세정제랑 브라 끈 같은 것들 말이야. 가져다달라고 연락 오긴 했는데 왠지 귀찮기도 하고 고민 중이야.
오늘 다시 그 친구를 만날까 말까 고민 중인데, 자꾸만 내가 지갑전사가 된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망설여져.
사실 어제 일이 너무 생생해서 지금도 웃음이 나네. 오늘 있었던 일도 내일 한번 적어볼게.
혹시 재미없었거나 너무 길었다면 미안해, 형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