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이 오지 않아 글을 쓰는 '하드코어 세부 여행기 - 02
어쨌든 난 자고 일어나니까 오후 2시쯤 됐더라고.
우린 뭘 할까 고민하다가, 우선 가이드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에코를 부르려다가 가격이 비싸서 포기하고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있을 때,
예전에 대구에서 다국적 클럽에서 일하던 바바에가 떠오르더라고. 그가 돈을 모아서 필리핀에 가기로 했었는데, 그래서 카톡을 보냈지.
그러니까 필리핀에 있는데, 나도 지금 세부에 있어. 집이 세부에 있대. 그래서 나도 세부에 왔는데, 내 집이 마볼로 스트릿 근처에 있어서 30분 정도 걸렸어.
그래서 담배를 피우러 1층 로비로 나갔는데,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났어. 호텔 정문에 샷건을 든 경비에게 물었더니, 지금이 시눌룩 기간이래. 아기 예수 탄생 기념일 같은 거라더라고. 그러고 나니까 밤 9시까지는 폰이 안 된다고 했어. 정부에서 데이터 차단을 했다고.
그래서 몰이나 큰 가게에 와이파이가 있다면 그걸로 쓰라고 했어. 와이파이는 되니까, 나랑 친구는 비상회의에 들어갔어. 여기서 모든 걸 정해서 나가야 해. 밖에서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게 쉽지 않으니까.
그래서 일단 생필품을 사고 먹을 걸 좀 사서 숙소에 와서 옷을 갈아입고 클럽을 가기로 했어. 이렇게 대략적인 스케줄을 정하고 기다리고 있을 때, 그 바바에가 나타났어.
"한국에서 봤을 때도 별로 이쁘진 않았는데 여기 와서 더 안 이뻤어. 대신 몸매는 좋아졌더라고."
내 친구랑도 아는 바바에라서 인사하고 담배를 피우면서 그랩을 호출했어.
여기서 작은 팁 하나. 시눌룩 기간에는 외국인들이 많이 오지 않으니 피해야 해. 폰이 먹통되는 것도 둘째치고 이동이 너무 불편하거든. 그랩을 불렀는데 5km 거리에서 30분이나 걸렸어.
여튼 그랩으로 호출한 우버를 타고 일단 파크몰로 향했어. 세부에서 가장 큰 몰은 아얄라몰이지만 거기는 사람이 많을 거라고 그냥 적당한 로컬 몰로 가자고 했더니 그곳으로 가게 됐어. 파크몰 외관은 옛날의 낙원상가 같은 느낌이었고 실내도 그랬어. 좀 더 꾸며 놓은 느낌이었어.
거기서 생필품을 좀 샀고 배가 고파서 근처에 먹을 곳이 없냐고 물었더니 족발이나 새우를 좋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