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움이 있지만 결코 쉽지 않아 귀차니즘에 빠져 있는 방타이 12. 오랜만에 판다를 만져 보며, 이어지는 고된 날들의 연속.
오늘은 전 여자친구가 일하던 바에서 술을 한잔하며 새로운 인연을 찾아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물론 전 여친이 싫어했겠지만, 나도 이제 자유를 느끼며 살아야 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숙소로 돌아와 밀린 일을 처리했다.

판다에 도착하니 오랜만이라 그런지 반가운 느낌이 들었다. 먼저 와서 이미 테이블까지 세팅해 둔 친구 브로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 자리를 잡았다.

브로는 알고 지내는 친구들 테이블로 왔다 갔다 했고, 나는 솔로였다. 네바다 브로는 짝이 있었고, 또 다른 친구 라이코넨 브로도 푸잉과 함께였다. 우리는 모두 같은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판다에서 만난 푸잉들이 그리 진지하게 발전한 적은 드물었기에, 이번엔 차라리 그동안 연락처를 주고받았던 푸잉들에게 다 함께 오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조금 이쁘다 싶은 애들은 예상대로 안 온다고 하더니, 뒤늦게 보스 테이블인 걸 보고 오겠다고 말하는 태도에 바로 연락을 끊었다. 결국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올 수 있다던 J1과 다시 만났다. 솔직히 J1과는 이제 그만 만날까 했지만, 이번을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시간을 보냈다.
역시 판다는 푸잉과 함께 가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낯선 푸잉들끼리 금세 친구가 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추가로 블랙 한 병을 더 주문해 함께 즐기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새벽 3시가 넘어서 완전히 취한 상태로 푸잉 J1과 함께 숙소로 향했다.
숙소에 도착해 비틀거리는 몸을 푸잉의 손에 의지한 채 건물 입구로 들어서는데... 어? 전 여친이 왜 여기 있지?
푸잉 J1과 들어오는 걸 본 전 여친은 아무 말 없이 바로 뺨부터 날렸다.

그녀의 힘이 너무 좋아서 한 방에 휘청였다. 상황 파악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는데, 클럽에 있을 때 내가 다른 여자와 있다고 메시지를 보냈을 때부터 일이 꼬였던 것 같다. 그녀가 미친듯이 영상통화와 메시지를 보내왔지만 내가 무시했던 게 원인이었다. 나중에 보니 퇴근 후 바로 내 숙소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내 얼굴이 세 번 정도 주먹의 세례를 받은 뒤였다. 안경은 그 과정에서 역시 세 번이나 날아갔고, 웃기는 상황이지만 어쩔 수 없이 그대로 받아들여야 했다.

내가 대응하면 크로스라인, 상대가 팔로 목을 치면 래리어트. 덕분에 관련 용어를 검색하며 공부까지 하게 됐다. 웃음만 나온다. 래리어트까지 당하고 나니, 이 상황이 재미있고 황당하기도 하다. 대체 뭘 고르란 소리지? 아, 두 푸잉(여성) 중에 한 명을 말하는 거구나.
고민 끝에 J1 푸잉을 선택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전 여친은 그냥 불청객일 뿐이니.
그런데 그 선택의 결과로 또 뺨을 맞고 날아갔다. 주변 사람들은 상황이 황당했는지 어린양을 구하듯 나를 부축해주는 이름 모를 친절한 푸잉과 함께 방으로 올라갔다.
근데 생각해보니,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 콘도 입구에서 가드들은 대체 뭘 하고 있었던 걸까? 하긴, 기대 이상의 걸 바라면 안 되겠지.
결국 둘 다 돌아가라고 했다. 그런데 J1은 다음 날 가게에 가서 비용을 지불하겠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완강히 돈을 받아야 떠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갑자기 짜증이 밀려왔다.
상황 파악도 못 하는 건가? 바파(음료나 서비스 이용료로 지불하는 돈) 1000밧에 오늘 롱 값(밤새 머무른 비용)을 달라고 하는 건, 따지고 싶어도 이 상황에서는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결국 4000밧을 줘서 보내버렸다.
아직도 이해할 수 없는 건 롱 값을 왜 요구했는지 모르겠다. 정신적 위자료라도 바란 건가?
그렇게 J1에게 돈을 주고 상황을 정리했더니, 전 여친은 분노로 가득 찬 표정으로 "나는 네가 공짜라서 만난 거냐?"라고 묻더라. 너무 어이가 없어서 내가 가진 마지막 20밧까지 꺼내주며 말했다.
아마도 6~7천밧쯤 쓴 것 같은데, 통장 잔고는 점점 내려앉고 있었다.
그러자 그녀는 내가 나쁜 놈에 바람둥이라고 몰아세우기 시작했다. 오늘 다른 여자가 있다는 걸 솔직히 이야기했음에도 이러는 건 참...
우린 애초에 다시 연애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애매한 사이였다는 걸 본인도 인정한 거 아니었나? 그런데 왜 이 난리를 치는 걸까?
결국 그녀는 울면서 미안하다며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안겨왔지만, 나는 차갑게 "꺼져"라고 말했다. 그리고 혼자 침대에 누워 잠들었다.
복잡했던 하루의 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