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움 속의 도전, 그리고 끝. 방타이 13th 수미상관의 여정
드디어 마지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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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했던 푸잉J1과의 시간을 뒤로하고, 발코니에 앉아 커피 한잔과 담배 한 모금으로 이번 여행에 대해 깊은 생각에 잠겼다. 왜 이렇게 예상치 못한 일들로 가득했을까. 방콕으로 돌아가려다 문득 첫날 함께했던 푸잉A가 떠올라 마지막으로 연락을 해봤다. 의외로 빠르게 답장이 왔고, 식사 약속이 잡혔다. 어디까지나 푸잉들의 시간 약속은 믿지 못하기에 직접 그곳으로 찾아갔다. 그런데 이미 화장을 다 끝내고 내려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그녀가 묵고 있는 숙소는 현지 푸잉들이 거주하는 곳으로 센트럴로드 아래쪽 싸이삼로드 근처였다. 그녀는 일 때문에 방콕에 갔다가 이날 새벽 돌아왔다고 했다. “한식, 일식, 또는 서양식 중 뭐 먹고 싶어?” 라고 물으니, 일식은 한 번도 안 먹어봤단다. 갑자기 마음 한구석이 짠했지만 가까운 점보스시에 갔다. 분위기도 괜찮고 가격도 합리적이었다. 일본인들도 많았던 이곳에서 장어가 남성에게 좋은 음식이라 알려줬더니, 내 밥 위에 장어 한 점을 올려주는 귀여운 센스까지 보여줬다.

이후 소이혹 근처 칵테일 바로 이동했다. 이제는 세 번째 방문이다 보니 직원들이 나를 알아보더라. 다만 올 때마다 동반 푸잉이 달라서 조금 민망하기도 했다. 붐붐 온더 비치와 피나콜라다를 주문하며 그녀와 시간을 보냈다. 특히 이곳은 일몰 맛집으로 유명하며 큰 양의 칵테일을 160밧이라는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었다. 이후 그녀의 룸메이트인 간호조무사 푸잉과 그의 노르웨이 남자친구와도 대화를 나눴다. 그 사이 그녀가 예상 밖으로 나를 따라 볼트 택시까지 올라탔다.
숙소에 도착한 후엔 조금 쉬자는 핑계로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오랜만의 만남 때문인지 그녀도 나도 서로를 탐하는 마음이 그대로 전해졌다. 좁은 문 같은 그녀의 특징 때문에 예상 외로 긴장이 되었지만, 만족스러운 시간이 지나갔다. 매 순간 넘치게 좋았던 그 시간이 아쉬울 정도로 빨리 지나갔다. 다만 짐을 챙겨야 하고 체크아웃 일정이 있었기에 더 오래 있을 수 없었다.

그녀는 친구들에게 나를 남자친구라고 소개했지만, 순간 양심에 찔리는 기분이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지난 이야기를 공유해 주던 그녀는 다음 여행에서는 자신의 고향 피찟 주를 방문하라고 권유했다. 공항까지는 한 시간 거리인데, 그때는 자신이 바이크를 타고 데리러 오겠다고 했다. 천진난만하게 반지는 가져왔냐고 묻는 모습에서 그녀만의 순수함이 느껴졌다.
짐을 정리하고 숙소를 정리한 뒤 톰택시를 불렀다. 1100밧이라는 조금 오른 요금이었지만 최신 SUV 전기차로 편하게 이동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바이크 운영비가 부족하다며 40밧을 청하고는 바이크를 타고 다시 숙소로 돌아갔다. 우리는 작별의 포옹과 키스를 나누며 어느덧 이번 여행도 끝나감을 실감했다.
방콕으로 가는 길동안 택시는 120~130km 속도로 달려 아찔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래서 팁은 생략하고 1100밧 요금만 지불했다. 공항에 도착해 S121 흡연실을 찾으며 마지막 여정을 정리해본다. 이번 여정도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