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평범할지도 Happy birthday
아침부터 그녀와 함께 파타야 곳곳을 돌아다니며 고된 하루를 보낸 후,
호텔로 돌아와 루프탑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쉬고 있었다.
바람은 선선했고, 멀리 보이는 파타야 바다의 반짝임이 하루의 피로를 잊게 해주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녀가 클럽에 가자고 조르기 시작했다.
나는 이번 여행의 목적이 ‘휴양’이라며 조심스럽게 거절했지만,
그녀는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지갑에서 ID 카드를 꺼내 보였다.
"오늘이 내 생일이야!"
정말이었다. 순간 미안한 마음이 들어
"클럽은 잘 모르겠고, 일단 맛있는 저녁부터 먹자"며 그녀를 달랬다.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우리는 힐튼 호텔의 루프탑 바 EDGE로 향했다.
"술을 마실 수도 있으니까, 볼트를 부르자"고 하자,
그녀는 귀여운 푸잉(태국 여성)처럼 "응, 좋아" 하고 대답했다.
저녁 8시쯤 도착한 힐튼 EDGE는 한적했고, 분위기는 여유로웠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파타야의 야경과 바다는 정말 아름다웠다.
그녀의 생일을 축하해주며 조용히 잔을 기울이는 그 순간,
파타야의 밤은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힐튼도 처음, EDGE도 처음인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정말 기뻐했다.
샴페인 한 잔을 시키고, 디저트 코너에서 조각 케이크를 모아 그녀만을 위한 생일 케이크도 만들어주었다.
스테이크를 가져와 와인과 함께 한 입 베어무는 그녀의 모습은,
세상 누구보다 행복해 보였다.
음식을 가지러 갈 때마다 꼭 같이 가자고 하던 그녀.
그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손을 꼭 잡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신기한 듯 둘러보는 푸잉 그녀를 보며
나도 모르게 마음이 말랑해졌다.
나에겐 그저 당연한 하루 한 끼 식사가
누군가에게는 평생 기억될 소중한 추억이 될 수 있다는 걸,
그날 처음으로 느꼈다.
연인처럼 손을 잡고 음식을 담으러 다니며
"맛있다", "좋다", "예쁘다"
감탄사를 연발하는 그녀를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계속 미소가 지어졌다.
“왜 자꾸 나 보고 웃어?” 하고 묻는 그녀에게
“너무 예쁘고 귀여워서.” 라고 답하자,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잉~~” 하고 쑥스러워했다.
“그냥 널 보면 너무 예쁘고… 고마워.”
그녀는 작게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 난 여기, 힐튼 같은 데는 한 번도 못 와볼 줄 알았는데… 너 덕분에 왔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스타벅스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을 들고
파타야의 밤바다를 따라 워킹 스트리트 쪽으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9시쯤 비치로드를 걷는 바람은 시원했고, 사람도 많지 않아 걷기 참 좋았다.
연인처럼 손을 꼭 잡고, 커피 한 잔 들고 천천히 걷는 그 순간이
그 어느 럭셔리한 공간보다 더 큰 힐링이었다.
워킹 스트리트 초입에 위치한 ZEUS CLUB에 도착했을 땐,
생각했던 클럽보다는 라이브 펍 같은 느낌이었다.
리모델링된 건물은 예전의 계단식 오픈 구조가 막혀 있었고,
새롭게 단장된 외관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둘이 나란히 앉아 맥주 한 잔과 간단한 안주를 시켜두고, 음악에 맞춰 리듬을 타고 있었다.
둠칫둠칫 몸을 흔드는 우리를 본 여가수가 무대에서 말을 걸었다.
“어디서 왔어요?”
우리가 “한국!”이라고 외치자, 바로 반가운 멜로디가 들려왔다.
2NE1의 ‘보고싶다’와 BIGBANG의 ‘뱅뱅뱅’이 라이브로 울려 퍼지자,
주변 손님들도 함께 따라 부르며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라이브 공연이 끝나자 이어지는 댄서 타임.
ZEUS CLUB의 댄서들은 파타야 내 다른 클럽인 판다나 헐리우드보다 훨씬 세련되고,
무대 위 퍼포먼스도 수준급이었다.
하지만 정신을 차려야 했다.
오늘은 내가 아니라 우리가 주인공인 밤이니까.
시간이 흘러 호텔로 돌아왔다.
“너 좀 취한 거 같은데, 괜찮아? 운전은 안 되겠지?”
“응, 너 방에서 조금만 쉬다가 갈게.”
그렇게 그녀와 함께 방으로 올라왔다.
편하게 앉아 대화를 나누다 보니, 우리는 어느새 더 가까워져 있었다.
6개월 동안 알고 지냈지만, 오늘처럼 서로를 온전히 바라본 건 처음이었다.
씻고, 함께 맥주 한 잔 하러 루프탑에 올라갔다가, 다시 방으로 내려와 쉬고…
조용하고 따뜻한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자고 가.”
“응.”
다음 날 체크아웃 시간까지, 침대 위에서 느릿느릿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창밖으로 보이는 파타야의 햇살은 어제보다 더 부드럽게 느껴졌다.
파타야에서 많은 푸잉들과 어울려봤지만,
이렇게 마음이 편하고, 궁합까지 잘 맞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이번 여행은 단순한 휴양이 아니라,
내게도 예상하지 못했던 따뜻한 힐링의 연속이었다.
친구들과 어울려 마시고, 먹고, 웃으며 보냈던 시간들.
그리고 그녀와 함께한 특별한 하루.
이 모든 기억이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