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을 알아버린 방린이의 후기 EP 01_자매의 어택 1_2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다음 편을 재촉하길래, 고맙기도 하고 좀 황송한 기분이야 😆. 이걸 쓰다 보니 또 길어지고 말았네. 14일치를 언제 다 기록하지...ㅜㅜ
어쨌든, 빈 깡통 ATM 덕분에 30분 넘게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헤맸어. 해외에서 출금하는 것도 처음인데, 계속 안 되다 보니 등에서 땀이 주르륵 흐르더라고. 푸잉이도 약간 지친 기색이었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하면서 다른 ATM으로 가보자고 하더라. 이런 푸잉이 점점 더 사랑스럽게 보이기 시작했어. 아, 진짜 돌 것 같아...🤣
결국 원하는 금액은 아니었지만, 액수를 줄여보니까 드르르릉~ 하면서 돈 세는 소리가 들리는 거야. 그 순간 온몸에 긴장이 확 풀리면서 꼭 2002년 월드컵 4강 진출할 때의 그 감정이 떠올랐지. 홍명보의 환한 미소처럼 나도 푸잉을 향해 크게 한 번 웃어줬어. ‘됐어?’ 하고 묻는데, 내가 ‘응, 됐어!’라고 대답하니까 바로 뭐 먹으러 갈까 묻더라. 배 안 고프냐고 하니까, 내가 먹고 싶은 게 뭐냐는 거야. 그래서 “너 자주 가는 곳 있으면 거기 가자”고 얘기했더니 바로 콜!
그랩 불러서 탑승! 내 첫 아고고 걸 푸잉이와의 궁합을 기대하며 마냥 신난 상태였지. 근데 정작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전혀 예상 못 하고 있었다는 게 문제...🤣🤣🤣🤣
푸잉만 믿고 어딘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차를 타고 밤길을 헤매다 보니 점점 골목 안으로 깊이 들어가는 거야. 이러다 진짜 큰일 나는 거 아니야? 머릿속에는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어. 콩팥 하나 내줘야 하나 싶은 순간 드디어 목적지 도착!
내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는데, 푸잉이 이곳은 워킹들 일이 끝나면 밥 먹으러 오는 곳이라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더라고. 국물 먹고 싶다고 하니까 어떤 옹기 같은 그릇에 국물이 담겨 나오고, 푸잉은 채소를 손으로 뚝뚝 뜯어서 넣기 시작했어.
“와, 너 요리도 잘하네?” 했더니 푸잉이 “응, 나 요리 잘해^^” 이러는 거야. 생활력 강해 보이는 모습에 더 예뻐 보였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뭐 마실래?” 해서 맥주! 바로 맥주 두 병 주문했지.
종업원이 술을 따라주더라? 자연스레 푸잉도 부르더니, 굳이 시켜서 따르게 하길래 '태국 화류계의 룰인가?' 싶더라고.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생선구이도 나오고, 내가 고기 먹고 싶다고 해서 고기도 나왔어. 몇 번 먹어보려고 했는데 고기가 질겨서 결국 국에 넣고 끓였지. 그런데 푸잉이 국 만드는 솜씨가 꽤나 좋은 거야. '이건 진짜 살림 잘하겠다'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내 마음속 점수판이 계속 최고점을 찍는 기분이었어.
근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어이가 없네… 속궁합만 잘 맞으면 그만이지, 내가 무슨 와이프를 찾으려고 그런 건 아닌데 말이야. 그러다 푸잉이 문득 자매 이야기를 꺼내더라고. 자기 동생을 소개하면 어떻겠냐면서 말이야. 그래서 홀린 듯이 '콜'을 외쳤는데, 정말 하지 말았어야 했어. 갑자기 등골이 싸늘해지는 그런 불길한 기운 있지 않나? 그걸 느꼈어. 푸잉이 하는 말로는, 동생이 일을 끝나고 여기로 온대나 뭐래나. "일 끝나면 집에 가야지 왜 굳이 여기까지 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
동생에 대해 듣자 하니, 아버지가 다르고 코로나 때 고향에 머물다가 최근에 일하러 왔다는 거야. 나름 성인이고 열심히 산다니까 뭐 그러려니 했지. 근데 드디어 동생이 등장했는데… 분위기가 뭔가 이상하더라고. 혼자 싱글벙글 웃고 있는데 몸 상태도 좀 불안해 보이고 말야. 여기서부터 언니 푸잉은 1, 동생 푸잉은 2라고 부를게.
푸잉1이 배부르다면서 소주 마시자고 하고는 갑자기 "프레쉬 어디 있어!" 이러는 거야. 속으로 '미친 술꾼 아니냐?' 싶었는데 다행히 과일 소주만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안도의 한숨 쉬면서 마음을 가다듬었지. 그런데도 푸잉2가 괜찮아 보이지 않아 보여서 "동생 괜찮아?" 물어봤거든? 그랬더니 괜찮다고 하는데… 글쎄 모르겠더라.
일단 소주를 따기 시작했는데, 푸잉1이 팔을 꼬아서 소주병을 열고 따라주는 기술을 선보이는 거야, 뭐랄까 '우와, 신기하다!' 싶더라. 아재인 나는 그런 거 할 줄 모르는데, 역시 세상은 넓고 사람은 다양하잖아? 푸잉1의 이런 재주는 진짜 인정.
그러다가 푸잉2가 요즘 힘들다고 하소연을 하기 시작했어. 알고 보니 남자친구랑 헤어진 이유가 충격적이더라고. 알고 보니까 그 남자가 한국 유부남이었다는 거야! 어휴… 태국에서는 성인이라지만 겨우 열여덟 살짜리 애가 한국 유부남과 연애라니… 어이가 없어서 브로들에게 미리 사과하지만, 모든 한국 남자를 싸잡아 놀리듯 "피케 코리아맨!" 하고 외쳐서 기분 달래줬다.
그 와중에 푸잉2가 말하면서 눈가가 촉촉해지는 거야. 마음 한켠으로는 '아이고 애기야, 왜 이렇게 힘드니' 싶으면서도 막 웃기기도 하고 짠하기도 했어. 그렇게 셋이서 웃고 떠들다 보니 어느새 소주를 두세 병 비웠더라고.
마침내 푸잉1과의 시간을 마무리하고 합체(?)하러 가려고 하는데, 푸잉2가 갑자기 자기가 손님에게 거의 새 양주를 받았다고 식당에 킵해놨으니 거기 가자고 하더라. 그 당시엔 그 순간이 마지막 기회라는 걸 몰랐다... 생각하면 답답하고 아쉬울 뿐이다.
푸잉1은 동생이 취했으니, 어차피 술을 많이 못 마실 거라면서 잠깐만 같이 가달라고 부탁했다. 평소라면 단호하게 거절했을 수도 있지만, 이미 마음속 점수판에서 푸잉1의 점수가 치솟아 있는 상황이라 도저히 거절할 수 없었다. 결국, 내가 왜 이렇게까지 푸잉들을 모시고 다니나 싶어도 셋이서 그랩을 불러 이동하기로 했다.
식당에 도착했는데, 놀랍게도 새벽인데도 사람들로 꽉 차 있어 깜짝 놀랐다. 거기다 양주가 1리터짜리였는데, 그냥 병만 따 놓은 상태였다. 날 보고 잠깐만 있다가 가자며 조금 더 참아보자는 눈치였다. 그런데 푸잉들은 종업원에게 술을 따라달라고 요청하질 않나, 아까부터 무언가를 맵게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건지 솔직히 잘 이해되지 않았다.
그 사이에 둘은 게임도 하고 농담도 주고받으며 정신없이 떠들어댔다. 푸잉2는 은근슬쩍 잔머리를 쓰기도 했고, 갑자기 뭔가 황당한 행동을 하곤 했다. 그러다가 영상통화를 넘기면서 상대방을 "커스터머"라고 소개했다. 처음엔 중국인인 줄 알았는데 한국인이었고, 그래서 나한테 통화를 넘겼다고 했다. 어리둥절했지만 서로 몇 마디 나누다 보니 어느새 양주가 이미 절반 이상 사라져 있었다.
밖으로 나오니 푸잉2는 취한 나머지 호랑나비 춤(?)을 추며 에너지를 다 소진한 듯 바닥에 주저앉더니 일어나지 못했다. 그런데도 정신력 하나는 대단해서 그랩을 또 불렀다.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싶었다. 그들이 타고 떠나는 걸 확인한 후에 우리도 그랩을 잡아 호텔로 돌아왔다.
호텔에 도착하니 동이 트는 시간대였다. 대략 새벽 5시에서 6시쯤으로 기억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방에 들어오자마자 잠깐 정신이 끊겼다가 돌아왔는데, 푸잉1이 갑자기 방 한쪽에서 울고 있는 걸 봤다. 뭐가 문제인가 싶어 물었더니, 나를 향해 말도 안 되는 얘기를 늘어놓고 있었다. 이게 뭔 상황인가 싶어서 어처구니가 없었다.
결국 문까지 열며 "나 집에 갈 거야!" 이러는데, 겨우 쏘리쏘리쏘리를 반복하며 진정시키려 했다. 가까스로 그녀를 붙잡아 앉히고, 나중에 가더라도 이유를 말하고 가달라고 설득했다. 혹시나 감정적이 될까 조심스레 천천히 이야기를 전하자 그녀도 조금씩 마음을 가라앉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 와중에 갑자기 돈을 달라고 해서 참 멘탈이 갈렸다.
여기에서 짜증이 확 치밀었던 순간이 생각난다. 아마 그때 상황이 60바트 정도였으니, 그냥 30바트를 주고 택시비까지 얹어 보내버렸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때는 일단 60바트를 손에 쥐여주고 "잠깐만 기다려, 담배 하나 피고 오면 얘기 좀 하고 보내줄게"라고 했었다. 발코니에 나가 담배를 피우다가 하필 필름이 끊겨버린 게 문제였다. 영어도 잘 못하는데 내가 뭘 그렇게 했길래 상대가 울고불고 난리를 칠까 싶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안으로 들어가 봤더니 푸잉이 없어졌다. 급히 뛰어나가 봤지만 이미 사라진 뒤라 허무함이 밀려왔다. '내가 왜 이렇게 찐따로 사냐'며 자책하면서 방으로 터덜터덜 돌아왔다. 혹시나 해서 욕조에 누워 있는 건 아닌지 확인까지 해봤는데, 결국 답답한 마음만 남았다. ‘이따 다시 가서 제대로 얘기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씻고 잠에 들었다.
다음날 일어나 보니 이미 오후였다. 기분은 영 별로였고 속도 살짝 쓰린 느낌이었다. ‘밥은 먹어야지’라는 생각으로 몸을 씻고 나섰는데, 가게로 다시 가볼까 말까 고민이 들었다. 그냥 옷을 입고 발길 닿는 대로 걷다 보니 아고고 쪽으로 향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문득 전자담배가 없어진 걸 깨달았다. 아마 푸잉이 가져갔거나 어디에 두고 온 것 같은데, 결국 다시 하나 샀다. 이후 골목 안에 평점 높다는 쌀국수집에 들러 국물을 한 그릇 후루룩 들이켰다. 속이 좀 풀리면서 해장이 되는 기분이었다. 시간을 보니 오후 네 시에서 다섯 시 사이였다.

뭘 하든 여행자들의 거리 쪽으로는 가야 할 것 같은 미묘한 느낌이 들었다. 천천히 길을 걷다가 ATM에서 현금을 충전하고, 파타야 바다를 보며 마음을 추스르려고 고요히 시도했다. 풍경이 정말 죽여줬다.

파티에서 글자가 잘 보이는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잘 안 보여서 결국 직접 가보기로 했어. 아고고는 당연히 오픈 전 상태였고, 건물이 완공되면 정말 멋질 것 같더라. 바로 앞에 선착장도 있고, 큰 리조트가 있는 데다 여행자의 거리도 가까워서 더더욱 기대됐어.

핀업에 가기 전에, 오늘은안대요 브로가 1티어로 뽑았다는 XS를 구경하기로 했어. 와, 가게가 핀업보다 크더라. 전체적으로 더 여유로운 느낌이랄까? 푸잉들도 더 많은 것 같았어. 하지만 오늘은 픽업할 생각이 없어서, 노래 들으며 핀업으로 갈지 라용에 산다는 귀여운 푸잉을 보러 갈지 고민했지. 클럽도 가보고 싶고... 미쳤나 봐, 하고 싶은 게 왜 이렇게 많아.
옆에 있던 동양인은 내가 들어오기 전부터 자리 잡고 있었는데, 콜라는 손도 안 대고 나가더라. 음, 이런 게 아고고를 즐기는 방법인가 싶기도 했어. 어쨌든 어제 푸잉1이 왜 그러는지 너무 궁금해서 콜라 계산하고 핀업으로 출발했어. 연락처가 없으니 어제 얼굴 도장 찍은 스태프들에게 물어볼 생각으로 갔지. 밖에는 없는 걸 확인한 뒤 입장을 했고, 한 번 와본 곳이라 익숙한 느낌도 들어서 자리에 앉았어.
스테이지를 한 번 훑었는데, 저 끝에서 푸잉2랑 눈이 딱 마주쳤어! 서로 웃었는데, 진짜 그 순간 내상의 원인이 떠오르더라. 손목을 흔들며 번호표를 보여달라는 신호를 보냈어.
스태프에게 얘기했더니 무대 체인지 때 저한테 오라는 말을 들었어요. "너 잘 들어갔냐? 기억은 나? 마지막은 잘 기억 못하는 것 같던데…" 이런 식으로 얘기하면서 말은 아꼈죠. 솔직히 "너 때문에 분위기 박살 났잖아"라고는 못 하겠더라고요. 그래서 "그러면 너네 언니는 어디 있어?" 하고 물었더니 술병이 나서 집에서 쉰다고 하더군요. 결국 토하고 난리였다고... 아휴.
그래서 다시 물었죠, 언니에게 무슨 얘기 못 들었냐고. 아침에 너 보내고 호텔 갔다는데 너네 언니가 울면서 떠났다더라. 이유를 아냐고 물어봤는데, 뭔가 숨기는 느낌인데 끝내 말 안 해주더라고요. 씁쓸했죠.
어제는 또 다른 사건이 있었어요. 뚱뚱한 아줌마가 저를 발견하고서 "또 왔네?"라는 눈빛으로 접근하더라고요. 속으로는 "좋았어, 뭐 이런 걸 물어보려고 그러나…" 싶었는데, 의외로 그런 게 아니라 "너 살아있네?" 같은 느낌. 하지만 뉘앙스는 "너 정말 정신 나간 거 아니니? 작살나 있어야 하는데 왜 멀쩡하냐?" 이런 식이었어요.
그래도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으며 상황을 풀어보려고 했어요. 잘못한 거 사과도 하고요. 그러면서 뚱뚱한 아줌마가 푸잉1에게 말 좀 전해달라고 부탁했어요. 내일 다시 오겠다고, 푸잉1이 출근할 거라고 하길래… 그런데 저는 오늘 마지막 밤이라 내일은 방콕으로 넘어가야 하거든요. 이 얘기 듣고 그 아줌마가 정말 불쌍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더군요. 갑자기 기분이 복잡미묘해졌어요.
그러다 오늘 뭐 할 거냐고 묻길래, 사실 계획이 없어서 고민했죠. 라용을 갈지, 클럽을 가볼지, 아니면 푸잉2를 데리고 나갈지… 하지만 마음을 다잡고 한국에서 못 한 것들을 다 해보자며 오픈 카톡방을 열었죠. 원래 여기서 어떤 아이디를 본 기억이 있어서 판다md를 검색했어요. 운 좋게 찾았고, "소개로 연락드린다"며 정중하게 12시쯤 VV자리 예약 가능한지 물어봤어요. 시간이 대략 밤 10시~10시 반쯤이었어요.
곧 MD한테 연락이 와서 두 자리가 남았는데 빨리 와야 한다고 하더군요. 5분 안에 도착할 걸 예상했지만 실제론 10분 정도 걸려 근처라고 알려주고, 뚱뚱한 아줌마에게 "다음에 봐요" 하고 인사한 뒤 나왔습니다.
결국 첫 아고고 경험은 완전 망했네요. 형들… 자매랑 엮이는 건 피하세요, 진짜. 그런데 어쩌다 보니 판다에서도 또 자매랑 얽혔습니다. 이번엔 푸잉3, 푸잉4로 칭할게요.
진짜 힘드네요. 지금 이게 여행 3일 차 후기인데… 어휴 체력이 딸립니다. 그래도 판다 푸잉은 판타스틱한 추억을 만들어줬어요! 이번 여행에서 제 자신감을 폭발하게 해준 계기가 됐달까요? 저를 한 단계 성장하게 해준 도화선 같은 느낌이에요.
다음 파타야 여행에서는 이번에 대실패했던 푸잉1을 다시 만나보는 게 제 개인적인 숙제 같아요. 이번 후기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편은 아래 사진 속 판다 푸잉과의 에피소드로 돌아올게요!

긴 후기 읽어줘서 감사합니다, 형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