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의민족
태국

더위 속으로 떠난 하아학씨의 여행기 마지막 - 잠시만 안녕~!

드라큘라발작
2025.06.04 추천 0 조회수 43 댓글 6

 

어느덧 마지막 날이 찾아왔고, 나는 늦은 아침 즈음에 눈을 떴다. 짐을 서서히 정리하던 중, 침대 옆에 놓인 귀걸이가 눈에 띄었다. 이것이 혹시 누군가의 큰 그림일까?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잘 풀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하다.

 

 

오늘 점심에는 나를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푸잉과 함께 식사를 했고, 이어서 아마존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즐겼다. 이상하게도 그녀는 밥만 먹고 그냥 떠났는데, 왜 그렇게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어떤 특별한 말이나 행동이 없는지라 다소 미스터리하게 느껴진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이다.
호텔로 돌아와 짐을 모두 싸두고 울프에 글을 남겨둔 뒤, 야간 외출을 나섰다. 첫 번째 목적지는 부아카오였는데, 폭우가 쏟아졌다. 원래 818로 가려 했지만, 걷기에는 거리가 멀 것 같아서 팍붕 로이3으로 즉흥적으로 행선지를 바꿨다. 그곳에서 저녁을 먹기로 결정하고 길을 나섰다.

 

 

이번 메뉴는 찐 크랩과 무쌉의 조합이었다. 이번이 이곳을 세 번째 방문하는 건데, 언제나 만족스럽다. 밴드 동생에게 택시 예약이 확정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식당 정보도 공유했다.

 

 

빗속을 걸어 비어바에 도착하니, 모두 반갑게 맞아주었다. 특히 그 할아버지 같은 푸잉은 진짜 일본인 할아버지와 일본어로 대화 중 나를 보더니 일본어로 오늘 멋져 보인다며 한국으로 돌아가는 거냐고 물어왔다. 문제는 본인이 일본어로 대화하고 있다는 걸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는 점이다.
다행히 알아들을 수 있는 일본어여서 나도 대답을 이어갔고, 몇 번 대화를 나눈 뒤에야 뒤늦게 자신이 일본어 중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더니 서로 몇 초 동안 마주 보고 웃었다. 내가 어떻게 일본어를 아냐고 묻길래 예전에 친구랑 공부했었다고 대답했더니 자기보다 어린 푸잉을 소개해줬다. 꽤 괜찮은 사람 같아서 속으로 다음 여행 공략대상으로 추가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일본어를 하는 걸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아서 너는 태국인이고 나는 한국인이라고 이야기했더니, 약간 멍한 표정을 짓더니 또 웃음을 터뜨렸다. 알고 보니 이 사람, 그동안 날 일본인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참 우습기도 하고 재미있었다. 어느 순간 그렇게 오해했는지 궁금했지만 굳이 더 알아보기는 생략했다.

 

 

일기예보에 따르면 비가 8시까지 내린다고 해서 10분 정도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예보가 크게 틀리지 않았는지, 8시가 되기 직전에 비가 점점 사그라들었고 나는 썽태우를 타고 소이혹으로 향했다. 라오스 소녀들을 만나 인사하고 싶었지만 보이지 않아 그냥 지나쳐야 했다. 소이혹에서 처음 방문했던 바에 가보니 망나니 같은 푸잉이 생일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축하의 의미로 술 한 잔과 약간의 팁을 건네주었다. 그곳에서 이전에 엇갈려 만나지 못했던 푸잉을 우연히 마주쳤다.
이 바에는 나를 아는 A, B, C 푸잉이 있는데, 언젠가 셋을 한 자리에서 만날 날도 오겠지 싶었다. 그날이 오면 정말 재밌는 일이 벌어질 것 같다는 생각에 혼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 작은 가게에서 벌어지는 재미난 점은, 세 명이 동시에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두 명은 일을 잘하고 바쁘게 지낸다는 의미겠지.  
다시 썽태우를 타고 워킹 거리로 이동하며 두 군데를 들렀다. 이번에 준비한 선물을 아고 푸잉에게 건네주라는 말을 남기고 바로 가게를 나왔다. 그리고 다른 장소에서 맡겨둔 귀걸이를 배달해 놓고 나니 문득 생각이 들었다.  
왜 마지막에는 이렇게 갈 곳이 많은 걸까?  
뉴페 푸잉에게 인사를 건넸더니 잠깐 외출한다고 했다. 설마 외출이 된다고? 이런 상황은 예상도 못했는데, 시간도 어정쩡한 상태라 가볍게 대화를 한 뒤 볼트를 불러 호텔로 돌아왔다.  

 

 

이번 여행에서 느낀 점은, 다음엔 마지막 날에 괜히 뭘 하며 시간을 보낼지 고민하지 말아야겠다는 것이다. 하루 전에 다 인사를 끝내놓고, 마지막 날엔 체크아웃 시간이 허락하는 한 호텔에서 푸잉과 시간을 보내다 모든 일을 마무리하고 떠나는 계획도 괜찮을 것 같다. 왜 항상 당일 일정만 생각했을까? 하루 먼저 움직이는 방법도 분명 있었는데 말이다.  
역시 묘수는 늘 지나간 뒤에 떠오르는 법이다.  
매번 여행 중 동물 프린트 티셔츠를 입다가 마지막 날 셔츠를 입으니 주위 반응이 꽤 좋았다. 셔츠 덕분인지, 자기 셔츠를 벗어서 나보고 가져가라며 푸잉이 두 명이나 그런 말을 건넸다. 이건 마이크몰에서 구매한 셔츠 덕분일까? 기분이 좋아지며 역시 남자는 셔츠빨이라는 걸 새삼 느꼈다.  
모든 일정과 인사를 마치고 호텔 로비에서 택시를 기다리는 동안 직원 푸잉이 와서 “오빠, 이제 다 끝났어요.”라며 말을 걸었다. 워킹 거리에서 한국어가 익숙한 고용인들에겐 살짝 거리감이 느껴졌지만, 일반인이 그렇게 말하니 뭔가 뜻깊게 느껴졌다. 그 와중에 호텔 직원으로 익숙해진 여직원 셋이 동시에 “오빠 뭐라뭐라” 하며 말을 하는데 기분은 좋았지만, 내용은 잘 들리지 않았다. 발음이 조금 부정확했던 것도 이유인 것 같다.  
그래도, 떠나는 순간까지 미소를 짓게 만들어준 푸잉 트리오에게 마음 깊이 감사한다.

 

 

비수기라 한적한 분위기여서 비행기 출발 2시간 40분 전에 여유 있게 집을 나섰는데도 해야 할 일을 모두 처리하고 20분 정도 여유가 남았던 것 같다. 딱 적당한 타이밍이었다.  
비행기 안에서도 좌석이 널널해서 내 옆 중간 좌석은 비어 있었다. 나는 통로 쪽에 앉았고, 창가 쪽에는 어떤 여성이 앉아 있었다. 태국을 떠나는 비행기에서 그녀는 옆으로 몸을 돌려 잠들었고, 무심코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조금 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이내 방향을 바꾸며 머리를 내 바로 옆에 두고 잠들기 시작했는데, 멀리서 보면 마치 연인이나 가족처럼 보일 법한 모습이었다. 얼굴이 가까이 보이는 순간, 젊은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옷차림과 꾸밈새가 어딘지 모르게 아줌마 같은 느낌이라 안타깝게 느껴졌다. 아까 그 뒷모습에서 받은 좋은 인상은 순식간에 지워진 기분이었다.  

 

 

한국에 도착하기 얼마 전, 기내식으로 죽을 먹으며 주변을 둘러보니 한 칸씩 떨어져 앉은 이른바 '아줌마 느낌'이 강한 여성들이 갑자기 단정히 꾸미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한국 사람들은 정말 타인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바로 어제만 해도 스쿠터 뒤에 무심하게 엎드린 채 속옷과 엉덩이가 살짝 보이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던 태국의 여성들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이 점에서 한국에 돌아왔음을 실감했다.  
공항버스를 타고 잠시 병원을 들렀다가 집으로 가는 길, 이렇게 마지막 글을 적어본다. 러시아워 시간을 피해 이동하니 기분도 상쾌하다. 이번 여행은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꽉꽉 눌러 담았던 것 같다. 아마 휴민이 함께하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다양하게 하지 못했을 것이다.  
저 멀리 병원이 보이니 이쯤에서 글을 마무리한다. 모두 건강하고 각자 하는 일이 잘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당분간 현실에 집중하며 지낼 예정이고, 가끔 여기로 들러볼게요. 그럼 모두 안녕!

댓글 6


깨달음 항상 끝에 오죠 ㅋㅋ

다음번에 업그레이드 대시겠군요

막날은 역시 소이혹이죠

마지막 까지 좋네요

다음에 또 바로 오시는거 아닌가요 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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