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의민족
태국

더위 속으로 떠난 하아학씨의 여행기 5 - 만약 세상이 끝난다면

드라큘라발작
2025.05.24 추천 0 조회수 32 댓글 0

 

6일째 되는 날 아침이야. 어제는 건강 문제가 좀 있었고, 브로들과의 자리, 그리고 아고 푸잉을 정리하려다 약간 전쟁 같은 상황이 벌어졌던 이야기야. 물론 퀘스트는 클리어했지. 
후기를 쓰자니 내용이 좀 짧아서 이틀치를 한데 묶어 작성할까 했지만, 결국 따로 적었어. 어제는 망고가 쉬는 날이라 주변 탐방 겸 부아카오를 돌아다녀봤는데, 정말 괜찮은 날이었어. 내가 표시해둔 루트 외쪽에서 부아카오 상급 아이들 두세명을 발견했거든. 게다가 어린 귀요미들도 몇 명 찾아내서 기분 좋았지.  
그리고 이제 브로 두 명을 떠나보냈으니 새로운 인연이 찾아오려나 싶기도 했어. 그런 와중에 잠깐 고민을 하게 만든 LB도 한 명 봤는데, 머릿속으로 감탄을 안 할 수 없더라. 내가 방타이를 오래 했는데 이렇게 진지하게 생각하게 될 정도라니 말이야. 
다시 숙소 얘기로 돌아와서, 망고나 아고녀 모두 쉬는 날이라 숙소 점령 문제가 좀 있어서 결심을 내렸지. 아고녀를 정리하기로 했어. 그녀들과의 관계는 사랑의 기간이 짧은 편이라 유통기한이 보이면 빨리 마무리하는 게 낫더라고. 하루만 더 빨랐어도 망고와 온전히 휴일을 보낼 수 있었겠지만, 세상일이 그렇게 완벽하게 돌아가진 않더라. 전날 몇 가지 변수가 있었어, 그중 가장 큰 건 내 건강 상태였지.  
다행히 지금은 잘 쉬면서 회복 중이고, 정신적으로 아주 멀쩡해. 전날 브로들과 밤늦게까지 클럽에서 시간을 보내던 중, 아고녀가 갑자기 연락 두절됐었어.
 


시라차에 거주하는 사촌이 바이크 사고를 당했다고 해서 돌봄을 위해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지만 푸잉들이 돈을 요청하고 이후 연락이 두절되는 상황에는 공통점이 늘 있는 것 같다. 쉬는 날을 앞둔 전날에는 꼭 약간의 돈이 급히 필요해지고, 그 뒤에는 누군가가 아팠다거나 무슨 일이 생겼다는 얘기가 추가되기 마련이다. 물론 실제일 수도 있지만, 왜 꼭 그런 시점에만 일이 생기는지 의문이 든다. 젊은 친구들이다 보니 하루 휴식도 아쉽겠구나 생각하며 이해는 하지만, 나 역시 작은 금액이라면 공덕을 쌓는 의미로 내 자유로운 지출이라고 생각하고 허용하는 편이다.
아무튼 브로1의 귀국 선물 구매를 같이 하고 나서, 브로2의 친절한 저녁 대접에 감사를 표했다. 그 뒤에는 데이트를 하자는 아고녀와 함께 이야기가 이어졌는데, 이제부터는 사랑과 전쟁이 시작될 모양이다. 나는 과거와 달리 푸잉들에게 있어선 이번엔 좀 삐딱하게 반응해보겠다는 다짐을 했다. 원래도 그랬던 것 같기도 하지만, 경험상 점잖고 부드러운 방법들은 대부분 효과적이지 않더라.
숙소에 짐을 두고 난 뒤, 마음이 떠난 푸잉도 이제 더 이상은 내게 짐처럼 느껴졌다. 어젯밤 푸잉이 했던 말, '피곤할 테니 얌전히 자고 있으라'를 되받아 그녀에게 전했다. 물론 처음엔 수긍했겠지만,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뭐 해, 오빠?"라는 메시지가 도착할 게 뻔히 보여서 속으로 웃음이 났다.

 

 

트리타운 문바 앞에 새로 생긴 곳이 있길래, 프로모션 한 번 즐겨볼까 싶었는데 예상보다 일찍 문을 닫아버려서 헛걸음을 했어. 주력 코스가 아닌, 평소 잘 가지 않던 코스를 거닐면서 몇몇 후보를 염두에 둬봤지. 그러다 괜찮은 마사지사를 발견해서 잠깐 오일 마사지를 즐겼는데, 한국에서 온 연락 때문에 라인 받을 타이밍을 놓친 거야. 
이러면 어쩔 수 없이, 핑계를 대고 다시 가야 하잖아? 상황을 잘 활용해야 하는 법이지. "당신이 마음에 들어 라인을 받고 싶었는데, 한국 일처리가 급해서 타이밍을 놓쳤다. 그게 너무 아쉬워서 다시 왔고, 이렇게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이런 멘트를 준비해봤는데, 다음에 만나게 되면 써볼 생각이야. 브로들한테 참고하라고 한 번 예시로 알려주는 거고.

 

 

다시 만나게 될 그 사람은 로봇은 아닐 테니까, 더운 날씨만 아니라면 부러울 만한 시간이 될 수도 있지. 잠시 얼굴 트며 돌아다녀도 나름 괜찮은 사람들도 몇 보였어. 역시나 예상대로 연락이 오더라. 
내가 호텔에 들어가서 없으면 "우린 끝이다"라는 무언의 경고를 주고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클럽에서 같이 놀고 싶다고 하더라고. 사실 클럽 중독자 타입은 워킹 중에서도 가장 조심해야 할 부류라 볼 수 있어. 그만큼 자기 몸을 본격적으로 즐기려는 친구들이니까. 결국엔 정리하는 이유를 마음속에 각인하고 그렇게 정리하기로 했어.

 

 

아고녀는 춤에 푹 빠져 있었고, 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상황을 살폈다. 아고녀의 동료들은 나와 어느 정도 대화가 통하고 공감대가 형성되는 반면, 그녀와는 그런 부분이 잘 맞지 않을 때가 있었다. 게다가 아고녀는 동료들의 방식을 지루해하며 직장을 바꿀 고민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정황 속에서 나는 그녀의 내면을 어느 정도 파악했기에, 분위기가 무르익은 시점에 숙소로 가자고 제안했다.
만약 아고녀가 나와 헤어진 후 직장을 옮기게 된다면, 이전에 쌓아둔 관계와 마마와의 친분을 바탕으로 마음에 들었던 푸잉에게 새로운 시도로 다가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멀리 내다보면, 한 가게에서 꼭 한 명만 목표로 삼아야 할 이유는 없으니 말이다. 이런 식으로 나는 항상 긍정적인 평판을 교묘히 활용해왔던 것이다.

 

 

며칠 동안 충분히 즐긴 후, 나는 불기둥 대신 안개처럼 차분한 FPS 모드를 켜고 이별을 준비했어. 조용하게, 그러나 확실하게 이별의 이유를 설명하고 나서 기다리면서 본게임이 시작되지. 내 경우, 그동안 그녀가 약속을 어기고 일하는 중에 자주 연락해 온 탓에 늘 내 여행 계획이 틀어졌던 점을 이유로 들었어. 그리고 최근의 변화를 설명하며 이제는 그녀를 믿기 어렵다는 말을 하고 나서, 그 결과를 기다렸지.

 

 

고로케가 먹고 싶으니 끌리는 마음부터 이야기해 볼게. 대개 이런 욕구나 성향은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부분일 수도 있어. 예를 들어, 목욕탕에서 타월이 자주 없어지는 것도 비슷한 심리에서 비롯된다고 하잖아. 손해를 보기 싫어서 뭐라도 챙기려는 태도 말이야. 
이와 비슷하게, 워킹걸들은 마지막 순간에 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고. 결국 자신이 허용할 수 있는 최종선을 넘어가지 않으려는 선택일 테지. 그렇게 하면 깔끔하고 집착 없는 각자의 길을 가는 작별 비용 같은 게 될 수 있으니까. 두 사람 모두를 위해 결과적으로 나쁜 일은 아니겠지. 
어찌 보면 이건 교환으로 시작해서 교환으로 끝나는 관계랄까. 태국 워킹걸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하나의 태도라고 하더라. 그런데 문득 영화 엔드게임에서 했던 '삼천만큼 사랑해'라는 대사가 떠오르네. 묘하게 연결되는 느낌이라 웃음이 나와.

 

 

쌍 놈, 잘 가라.  
그럼 나도 또 한 번 새로운 시간을 즐기러 떠나야지.  
다시 만나게 될 땐 새로운 인연을 즐긴 후기로 찾아올게.  
P.S. 막 출발하려는데 비가 와서 탐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 중이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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