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의민족
태국

더위 속으로 떠난 하아학씨의 여행기 12 - 20년간의 방황을 마무리하며 돌아보다

드라큘라발작
2025.05.31 추천 0 조회수 71 댓글 6

 

이번 여행은 두 가지 중요한 목적이 있었어요. 하나는 건강 회복을 위한 요양, 다른 하나는 앞으로의 인생 설계와 마음을 다잡기 위함이었죠. 이번 여행에 적당한 시간과 여유를 가졌던 만큼, 후반부는 과한 자극보다는 모든 것을 잘 정리하고 일상으로 돌아가 집중할 수 있는 마무리로 이어졌으면 합니다. 아마 특별한 일이 없다면, 다음 글이 이번 여행 기록의 마지막이 될 것 같네요.
여행 중 '오라병(여행이 끝나고 돌아오는 아쉬움)'을 줄이는 저만의 팁이 있습니다. 미련 없이 놀기라고 할까요? 아무리 잘 즐겨도 아쉬움은 남게 마련입니다. 또,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보자고 해도 결국엔 또 다른 리스트가 생겨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접근합니다. 즐거운 여행 후반에는 조금 더 의미 있는 여정을 만들어보는 거예요. 내가 왜 이 여행을 떠났는지, 이번 여행은 어땠는지 스스로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죠. 그렇게 하면 다음 여행을 충동적으로 계획하지 않고 차분한 마음으로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이 방식은 저와 꽤 잘 맞는 방법이에요. 오히려 오라병도 줄어들고, 현실로 돌아가는 준비를 단단히 할 수 있게 해주거든요. 물론 비행기 안에서 정리해도 되지만, 저는 보통 마지막 날에는 가능하면 비행기에서 푹 자는 편이고요. 집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짐을 정리하고 대청소를 빠르게 끝냅니다. 마치 여행을 다녀오지 않은 것처럼, 일상으로 바로 복귀하죠.

 

 

그리고 하루의 시작은 언제나 그렇듯 브런치로 시작하곤 해요. 오늘은 태국의 소울푸드 중 하나인 '카오소이'를 먹으러 갔죠. 쌀국수 꾸웨이뛰여우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음식으로, 고소하면서도 진한 커리 국물에 닭고기를 넣어 만든 태국 북부의 대표 요리입니다. 제가 찾아놓은 집은 정말 집밥 같은 간으로 마음을 사로잡는 곳인데 갑자기 문이 닫혀 있더라고요.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보니 영업 중이네요. 특별한 정기휴일도 아니었는데, 쉬는 날을 딱 맞아버린 거죠.
어쩔 수 없이 다른 옵션을 찾았습니다. 브로(친구)가 추천했던 '보트 누들'이라는 유명한 태국 쌀국수 가게로 방향을 틀었죠. 오늘은 꼭 국수를 먹겠다는 다짐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두 장으로 보이지만 사실 한 장 같은 느낌의 배열을 시도해봤어요. 개인적으로는 괜찮았지만 어딘가 아쉬움이 남았네요. 다음에는 더 잘해봐야죠.  
음식 관련해서 카오소이를 대신해 달낡개 튀김을 선택했는데요. 조합적으로는 뭐 무난했어요, 아주 특별하진 않았고요. 그래도 그 자리에 맞춰 라임을 곁들인 코로나 맥주를 곁들였더니 분위기는 살더군요. 
차이아푼에 위치한 한 바에서는 처음부터 환하게 웃으며 친근함을 보여주는 젊은 푸잉(여성)에게 살짝 눈길이 갔습니다. 맥주 한잔하면서 더 가까이서 보니... 그래요, 나이는 참 솔직하게 얼굴에 나타나는 법이죠. 하지만 단순히 나이가 문제가 아닌 경우도 있으니 이런 이야기는 그냥 여기까지만 하기로 해요.  
그리고는 차이아푼 근처, 관심이 간 마사지 가게에 들렀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수줍은 미소로 맞아주는 푸잉이 있었는데, 오일 마사지를 받아보니 정말 손길이 부드럽더라고요. 너무나 편안해서 잠시 눈 감았다가 살짝 선잠까지 잔 것 같아요. 그런 순간엔 내가 부드러운 남자가 맞구나 싶지만, 사실은 전부 다 드러운(?) 남자라는 농담도 떠오르게 되죠. 마사지를 끝내고는 바로 호텔로 향해 오일을 말끔히 씻어냈습니다.
마사지를 받고 나면 어쩐지 허기가 지더군요. 그래서 항상 애정하는 간식—치즈 쌀과자와 초코우유—로 간단히 배를 채운 뒤 샤워를 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몸에 오일을 세척한 후에도 배가 기름진 느낌이 드니 문득 태국에서 먹고 마시며 또 살이 오른 건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도 늘 그랬듯, 귀국하고 나면 3개월 정도 지나야 원래 몸 상태로 돌아오니 크게 걱정은 없습니다.

 

 

밤에 다시 저녁 산책 겸 나섰습니다. 이때 브로와 교신을 주고받으며 소이혹에서 파트너를 겟했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었죠. 저는 부아카오와 LK 메트로 주변을 목표로 이동했습니다. 요즘 프로모션 때문인지 특정 아고고 바를 방문하면 앞에 있는 비어바 이용권을 준다고 하더라고요. 딱 한 잔만 마셔도 되니 가볼 만한 듯합니다. 뉴페이스 푸잉이나 비교적 젊은 분위기의 여성들이 있긴 한데, 아직 튜닝(?)을 덜 거쳤다는 느낌의 풋풋함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참고로 샤크 바도 비슷한 분위기더라고요.)
사실 저는 슬렌더 스타일이 취향이 아니라 이쪽은 패스했어요. 원래 오늘 목표는 폴댄스를 보러 크리스탈에 가는 것이었는데, 가보니 상황은 기대와 좀 멀었습니다. 연말보다 더 분위기가 무겁고 밝은 에너지가 부족하더군요. 매력 있는 푸잉은 단 한 명도 눈에 띄지 않았고, 손님은 저 혼자라 온갖 어색함까지 더해졌죠. 게다가 직원들 표정이나 열정도 어딘가 어둡고 침체된 느낌이라 이곳은 다시 찾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비어바에서 푸잉과 처음 만나 포켓볼을 치게 되었는데, 그녀도 꽤 잘 치는 편이었지만 운이 좋았던 이번 여행에서 내 실력이 최고로 빛났던 순간이었다. 거의 실수가 없어서 완승한 듯하니 주변 사람들이 나를 고인물처럼 봤을지도 모르겠다.
술을 마시며 푸잉과 대화하는 동안 병맥주 한 병을 마시고 계산할 때 500바트짜리 지폐를 냈는데 거스름돈이 2xx 바트였다. 그런데 일부러 100바트로 나눠서 2x6으로 돌려줬다니, 왠지 장사를 좀 이상하게 하는 가게 같았다. 그래도 복잡하게 따지지 않고 푸잉에게 20바트짜리를 팁으로 주고 깔끔히 자리에서 나왔다.
그 후 브로1과 함께 AREA 39로 가서 푸잉을 다시 만나기로 했다.  

 

 

가다가 갑작스럽게 비가 내렸고, 우린 자리를 이동하면서 벙개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마침 브로2도 미리 그곳에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합류했다. 주변엔 괜찮아 보이는 몇몇 푸잉도 있었지만 딱히 끌리는 느낌은 없었고, 처음 본 브로2와 이야기를 나누며 리젠시 한 잔과 안주를 즐겼다.  
브로2는 함께 온 자신의 푸잉을 마무리하고 우리 그룹과 다시 합류하려고 했지만 결국 사랑과 전쟁의 드라마를 찍으러 가게 되었다. 우리는 브로1이 데리고 온 푸잉의 제안에 따라 Back카딘3로 다시 향했다.  

 

 

헐리우드가 문을 닫기 전에 도착한 덕분에, 스태프들이 고기도 구워주는 여유로운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었다. 테이블도 아직 몇 개 남아 있었고. 익숙한 얼굴들 사이에서 한 푸잉이 "어디에서 왔냐"고 물어보길래, 끄룽텝(방콕)에서 왔다고 대답하며 농담도 살짝 얹어봤다. 재미 삼아 대화를 이어가다 보니, 자기소개를 하던 한 푸잉이 자긴 레이디보이라고 해서, 혹시 “하반신은 레이디인데 상반신은 보이냐”는 엉뚱한 농담을 던졌더니 당황과 눈치를 동시에 주는 모습이 참 귀여운 순간이었다. 역시 이런 재밌는 분위기를 만들어 줄 사람이 있어야 여행의 즐거움이 배가 되는 것 같다.
새롭게 합류한 브로"와 함께 분위기가 더 살아났다. 간단히 술잔을 기울이며 대화하던 중, 우리가 동갑내기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 신기하기도 하고 괜히 더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그 뒤에는 잠을 한껏 참고 있던 브로의 루틴을 챙길 겸 푸잉들과 헤어진 후 그의 추천을 받아 워킹 스트리트에 다시 발을 디뎠다. 그리고 브로가 꼭 가보고 싶다고 했던 아고고 두 곳을 방문하게 됐다.
첫 번째 아고고에서는 사람은 많았지만 이상하게 끌리는 푸잉은 없었다. 그러나 내가 전에 잘 어울렸던 푸잉들은 이미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더라. 그래서 자연스럽게 두 번째 아고고로 이동했다. 여기서 브로가 본인의 닉네임에 걸맞게 '타짜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그는 젊음의 아우라를 뽐내는 푸잉에게 접근했지만, 새벽 4시라는 애매한 시간대와 기대에 못 미치는 조건 때문에 결국 성사가 안 됐다.
나중에는 브로에게 미스트 클럽과 후반부 시장도 구경시켜 주었다.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며 야식으로 따뜻한 쌀국수를 먹었다. 이날은 딱 그 정도의 활동으로 충분히 만족하며 숙소로 돌아가 쉬기로 했다.

 

 

쌀국수를 먹으면서 브로와 그동안의 여행 이야기를 나눴는데, 우리가 참 많은 공통점이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비슷한 방식을 즐기며 여행해온 동질감 때문인지 한참 대화가 끊이지 않았다. 이번 여행에서 무엇보다 값진 점은 새롭게 알게 된 친구들이다. 서로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동갑내기 동행자를 만나게 된 것이 이 여정에서 가장 기쁜 순간으로 기억에 남는다.

 

 

어제 마지막으로 나눈 대화들, 그리고 잠시 들른 미스트 클럽에서 우연히 얼마 전에 정리한 아고녀를 다시 마주친 덕분에 태국이라는 나라와 그간의 방타이에 대해 생각을 정리해볼 수 있었던 것 같아. 그 밝음과 어두움을 새삼 되짚어보는 시간이었달까.
늦게 일어나 점심으로 어제 먹지 못한 국수로 해장을 하고, 호텔 내 마사지샵도 한번 이용해봤어. 시설이 깔끔하고 나쁘지 않았네. 씻고 저녁 전에 잠깐 시간을 내어 이렇게 후기를 남겨본다.
아고녀와의 짧은 만남에서는 영국발 행운의 메시지를 전하고픈 마음이 들진 않았지만, 어쨌든 지금까지 인연이 닿았던 워킹걸들의 삶을 응원하는 나 자신을 떠올렸어. 남은 여정 중 진심으로 마음을 사로잡을 누군가를 만난다면 또 다른 여행의 의미가 생기겠지만, 지금으로선 아직…

댓글 6


일정중에 이런 만남 좋죠

이렇게 맘 음 사람 만는것도 복이네요

그래도 새장국은 ㅜ.ㅜ

그래도 이런 인연이 만들기 힘든데 좋은 추억이네요

그래도 알차게 즐기셧네요

그루틐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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