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의민족
태국

더위 속으로 떠난 하아학씨의 여행기 10 - 만약 행복을 살 수 있다면...

드라큘라발작
2025.05.29 추천 0 조회수 47 댓글 10

 

호감푸잉이 어젯밤 남겼던 의미심장한 말이 자꾸 머릿속을 떠다닌다. "내일 만나면 당신은 행복할 수 있을 거야." 과연... 그런데, 정작 라인을 받지 않고 헤어진 걸 지금에서야 깨닫는다.

 

 

느지막이 일어나 전날 사왔던 카파오무쌉으로 간단히 끼니를 때운 뒤, 세탁소에 들렀다. 손에 들린 옷가지를 보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 며칠 전, 아고녀를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던 당시의 일이 떠오른다. 호텔로 돌아가기 전, 클럽에서 아고녀가 실수로 술잔을 쏟아 내 바지가 젖었던 그 상황. 그 결과물을 지금 이렇게 들고 가는 중이다.
그 날 이후로 아고녀와의 관계는 너무 조용해졌다. 필요한 정리는 됐지만, 어딘가 서운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게다가 최근 몇 주 간 너무 행운 같은 일들이 이어지다 보니 묘한 불안감도 함께 몰려오기 시작했다. 내 인생은 운이 따르는 경우가 거의 없었고, 낮은 확률의 악재를 종종 겪으며 살아왔으니까.
그런 불안감을 의식한 탓일까? 아침부터 원정푸잉이 바파인과 풀비용을 요구하며 뭔가 달라진 태도를 보인다. 거기다 하루 늦게 생긴 새로운 누군가... 믿고 있던 망고는 코로나에 걸려 일을 제대로 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본인도 직접 이야기를 했고 가게 측에서도 확인해줬지만, 그 진위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결국 믿었던 세 명의 푸잉이 모두 사라져버린 듯한 느낌이다. 일어날 것을 예상하며 셋을 관리해 왔건만, 하필 이렇게 한 번에 모든 게 몰아치는 타이밍이라니. 새로운 푸잉과의 연락조차 깜빡해버려 라인 하나조차 받지 못했다니 안타깝기만 하다.

 

 

남은 며칠 동안 또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가성비 좋은 버거를 먹고 자스민 향이 가득한 카페에서 여유를 즐긴 후, 며칠 전부터 눈여겨봤던 바들을 지나쳤지만 정작 예상했던 '타겟'들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결국 아무 소득 없이 호텔로 돌아와 지친 몸을 잠시 쉬였다. 뭔가 잘 풀리지 않는 하루라는 느낌이 들었다.

 

 

예전 같았으면 망설임 없이 구매했을 만한 티셔츠를 보고, 이제는 나이를 생각하게 되는 내 자신이 새삼 느껴졌다. '굳이...?'라는 생각에 마음속으로만 간직하며 사진으로 남겼다. 감정적으로 보는 관점이 바뀌었음을 스스로도 깨달아가고 있었다. 
잠시 머릿속에 스며든 원정녀 생각에, 마음이 어딘가 딴곳으로 가버린 듯한 기분. 그녀와의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없겠다고 결론지었다. 오늘은 전날 과음으로 몸이 안 좋다고 핑계를 대면서, 새로운 인연과 더 깊은 관계를 쌓아갈 방향으로 마음을 돌린 것이다. 특히 어제 함께했던 '뉴페이스'와 좀 더 친밀해질 기회를 잡아보고자 했다.
그리하여 브로 일행을 포함시켜 약속을 정하고 그의 새 숙소 근처에서 만나기로 했다. 함께 브로의 '킵푸잉'과 시간을 보내다 보니 활기 넘쳤던 기분도 잠시, 욱일기 문양의 옷을 입고 있는 외국인을 보고는 살짝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더불어, 평소 즐기던 4목 게임에서도 연패가 이어지며 어쩐지 운이 따르지 않는 날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일행 중 몇몇이 나오지 못하게 되면서 브로와 둘만 남아 워킹을 진행하기로 했다. 그녀가 있는 곳으로 가기 전, 새로운 장소 한 군데를 먼저 들러봤는데 분위기와 전체적인 모습은 매우 마음에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인 한 가지 요소, 사이즈의 부족 탓에 망설였다. 결국 콜 할 수 없었다는 아쉬움 속에서,

 

 

전날 사용했던 또 다른 패션 타투(스티커)는 꽤 마음에 들어 샤워할 때도 조심하면서 하루 더 유지했었어. 이제는 아쉽게도 사라졌지만, 그 모습을 공개해본다.  
어제는 그녀와 그녀의 일행을 브로와 함께 만나서 술을 몇 잔씩 대접하고 이메일 주소를 받았어. 조금 특이한 규칙들이 있더라. 예를 들어, 핸드폰 소지를 제한하고 라인 교환을 못하게 하는 규정이 있던 곳들에서, 화면으로 이를 감시하는 시스템도 있었다고. 그래서 나는 이메일 주소를 받은 다음, 그 이메일로 내 라인 QR 코드를 보내 라인 교환을 진행하는 방식을 사용했어. (ID 교환은 에러 문제가 종종 발생하거든.)  
그동안의 연속된 클럽 피로 탓인지 브로가 너무 지쳐서 결국 거기까지만 함께하고 나왔어. 함께 즐거울 수 있길 바랐던 호감 있던 푸잉과 더 시간을 보내지 못한 건 아쉬웠지만 말이지. 혼자라도 즐기자 싶어서 이동했고, 브로를 호텔로 돌려보냈어.  
소이혹을 갈까 고민했지만, 원정녀가 떠올라 결국 오늘은 가지 않기로 결론 내렸어. 대신 혼자 부아카오 아고고 쪽으로 가보자 싶어 한곳에 들어갔는데, 예상 밖의 경험을 하고 말았어.  

 

 

처음 갔던 곳에서 만난 푸잉과의 지나친 스킨십과 살짝 나는 입 냄새는 마치 에일리언과 키스를 하면 이런 느낌일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했어. 결국 안 되는 분위기라는 걸 깨닫고 재빨리 그곳을 떠났어.  
두 번째로 간 곳에는 한국어를 조금 할 줄 아는 직원이 있어서 조금 새로웠어. 한국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다며 친절하게 케어를 해줬고, 몇 명의 푸잉을 추천받아봤는데 묘하게 고바야마(?) 같은 느낌만 들었어. 왜 이렇게 내가 선택한 푸잉들은 암벽 등반이라도 하러 온 것처럼 높은 벽만 느껴질까. 마치 내가 말하자 마자 메아리가 되돌아올 것 같은 산맥 속에 있는 기분이었어. 뭐 어쨌든 여기도 별로였다 싶어서 나왔지.  
그러다 마지막으로 들어간 곳에서는 뉴페이스라고 소개받은 푸잉이 나왔어. 외관은 괜찮았고 특히 탄탄한 허벅지가 돋보였어. 하지만 다소 아쉬웠던 점은 키와 언어 소통 능력이었지. 소통이 쉽지 않아서 조금 답답했어. 핸드폰을 봤더니 아직 라인 추가는 안 되어 있더라.

 

 

장단점이 뚜렷한 두 선택지 중 하나는 연락이 되지 않는 상황. 머릿속이 복잡해질 뻔했는데, 문득 자신이 20살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며 마음이 조금 밝아졌다. 이번 여행은 제대로 된 첫 바파인 풀비용 호텔이라 설렘 반 기대 반의 마음으로 왔다. 도착 후 과거 일을 잠시 들려주는데, 전에 더 좋은 곳에서 일하다가 여기로 온 것 같았다. 솔직히 조금 불안한 감정이 스치긴 했다.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샤워를 마치고, 상대방도 씻기고 나서 한가롭게 기다리던 중, 향수 롤러를 바르고 휴대폰 알림을 확인하는데 그때서야 라인 추가 문자가 날아왔다.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는데, 춤출 때의 생기는 온데간데없고 늘어진 고무줄처럼 영혼 없는 영업 미소만 띠고 있었다. 처음엔 나이가 젊어 탱글탱글한 젤리 같은 느낌일 줄 알았는데, 막상 보니 푸석한 말린 과일 같은 느낌이었다. 숨기고 있는 과거가 있는 듯 싶지만 굳이 더 고민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냥 난로처럼 따스하게 활용하면 그만이다. 안고 잠든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갑작스레 호텔에 비상 경보가 울리고, 붉은 불빛까지 번쩍이며 깜짝 놀란 순간이 찾아왔다. 깜짝 놀라 잠에서 깨고 상대는 투덜거렸지만 얼른 가서 자라고 달래 보내버렸다. 이후 경보가 누군가의 실수였는지 안내나 조치도 전혀 없었고, 그저 황당하기만 했다. 다시 잠들 요량으로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아 이렇게 후기를 쓰는 중이다.

 

 

아, 정말 오늘따라 좋은 푸잉을 만나지 못한 걸까. 행복이 나를 빗겨간 것은 아닌지 생각도 들며...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며 마무리한다.

댓글 10


악 그래도 나이가 깡패 아임까
으것도 아니더라구요

아쉬웠나 보군요
기대가 컸을지도요

여기 찍어보고 맛봐야 하는군요
ㅋㅋㅋㅋ

내일 재도전 가셔야겟네요
첫술에 배부를순 없죠

그래도 새장국 아니면 땡큐 해야죠
그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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