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의민족
태국

늦바람이 핀 40대 초반 방린이(방콕 초보 여행자)의 세 번째 방타이 세번째장~!

초보여행객
2025.05.07 추천 0 조회수 58 댓글 5

 

오늘은 홀로서기를 시작하는 날이었다. T를 택시로 배웅한 뒤, 브로에게 간단히 메시지를 남겼다. 브로가 올린 글을 보니, 도시락이 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쉬움을 조금 뒤로하고 마지막 날 브로와 가볍게 한 끼를 하기로 했다. 그렇게 나는 홀로서기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구름을 바라보며 기분이 좋아지는 건 F 때문일까? 무심코 생각해본다. 맡겨두었던 세탁물을 찾아오는 길, 세븐일레븐 옆에서 유독 고소한 냄새가 풍겼다. 아니, 꼬치를 굽고 있는 게 아닌가! 결국 지나칠 수 없었다. 다섯 개를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즉흥적이었지만 결심한 대로 발코니 같은 공간에 앉아 꼬치를 하나씩 먹기 시작했다. 첫 두 개는 정말이지 맛있었다. 하지만 그 후로는 느끼함이 몰려와 더 먹기는 어려웠다. 그렇게 간단히 배를 채우고선 집을 나섰다, 이번엔 마사지를 받으러 가기 위해.
내가 자주 가는 마사지 샵에 도착해 로컬 직원인 로맴녀를 지명했다. 타이 마사지를 예약했지만, 실제로는 대화를 더 나누고 싶어 그냥 누워 이야기하는 쪽을 택했다.
M: 왜 미리 말 안 했어?  
나: 너 서프라이즈 좋아하잖아. 그래서 그랬지.  
M: 근데 어제 왜 파타야에 돌아왔다는 걸 늦게 말했어?  
나: 그래서 미안해, 바로 부르긴 했잖아.  
M: ..........  
나: 지난 얘기는 그만하자. 오늘은 올 거야?  
M: 일 끝나고 갈게. 내일은 쉬는 날이야.  
나: 그럼 지금 나가서 같이 놀자. 내가 바파 해줄게.  
M: 송크란에 놀려면 돈 벌어야지.  
나: 알겠어, 네 마음대로 해.  
M: 시간 되면 연락할게.
그렇게 마사지 시간이 끝났다. 혼자 샵을 나와 비치로 천천히 걸어갔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생각이 많아지는 하루였다. 혼자 걷는 시간에는 마음의 빈칸이 채워지는 것 같다. 그래, 이렇게 나만의 시간을 온전히 누리는 것도 홀로서기의 한 과정임을 느끼며 나는 앞으로 더 좋은 날들을 기대했다.

 

 

줌을 땡겨 파타야까지 찍고 나서, 뭐 할까 고민하다가 N을 보러 미쓰로 가기로 했어. 가는 길에 태국 공차 한 잔으로 여유를 즐기면서 말이야.

 

 

별 생각 없이 입구를 지나가는데, 첫날 봤던 그 예쁜이가 거기 서 있는 거다. 잠깐 고민하다가 N이 있는 곳으로 바로 갔는데, 막상 가보니 N이 없는 게 아닌가. 어쩔 수 없이 멀뚱히 서 있던 찰나, 브로의 파트너 언니가 나를 알아보고는 N을 불러줘야겠단다. 참 고맙더라.
시간을 보니 7시 좀 넘은 때였다. 조금 있다 N이 도착했고, 서로 어색하게 인사를 나눴다. 하하, 뭐 어색해야 관계가 시작되지 않겠나. 그리고 우린 포켓볼을 치기 시작했다. 근데 둘 다 솜씨라곤 없어서 게임이 엉망이더라. 웃긴 건, 만약 둘 중 한 명이라도 잘 쳤다면 재미없었을지도 모르는데, 우리 둘 다 비슷비슷해서 왠지 더 즐거웠다. LD가 떨어질 때마다 바로바로 시켜주시고, 그럭저럭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그렇게 즐겁게 놀다 보니 벌써 새벽 2시가 넘어 있는 거다! 이 곳 영업시간이 언제 끝나는지 물었더니 4시까지란다. 그래서 바로 바파(음료 서비스) 하고 나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잠깐, 여기서 7시간 동안 놀았는데도 바파 비용 포함해서 3천도 안 나온다? 뭐랄까, 뭔가 잘못된 것 같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부아카오가 미래다."
그런데 놀다보니 배꼽시계가 울린다. N에게 “배고프지? 뭐 먹고 싶은 거 있어?”라고 물었더니, 뜻밖에도 “그냥 세븐(편의점) 가면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순간 소박함에 감동받아버렸다. 편의점에서 적당히 먹고 싶다는 걸 고르고 숙소로 데려가면서도 마음이 따뜻했다.
아, 잠깐만, M을 깜빡했구나! 그러고 보니 M한테 온 톡을 12시 넘어서 읽씹해버렸더라. 뒤늦게 “어디야?”하고 물어봤더니 M이 답이 없다가 “집에 갔다”고 하더라. 그래서 “내일 보자~ 나 이제 놀다가 숙소 들어왔다”고 말했더니 “올 거냐”고 묻길래 안 간다네. 휴~ 안도의 한숨이 났다... 아니 그때는 다행이라고 생각했지, 실제로는 아니었다.
어쨌든 N과 함께 편안하게 밥 먹으며 시간을 보내고 나서, 나는 씻고 다시 거실로 나갔더니 N이 폰만 보고 있는 거다.
바에 있을 때는 그런 모습이 아니었는데, 갑자기 이런 상황이 당황스럽더라. 내가 과민 반응하는 건가 싶기도 했어. 여러 번 말을 걸고 달래봤지만,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했지. 숙제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 신경 끄고 그냥 누워 자려고 했는데, 잠시 후 그녀가 씻으러 가더라.
씻고 나오더니 옷을 하나씩 다시 챙겨 입기 시작하더라고. 그래서 혹시 어디 밖에 나갈 생각인가 했는데, 아니었어. 옷 입은 채로 이불 속에 들어오는 거 있지.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더라. 뭐, 결국 그녀를 내 쪽으로 살짝 당겨서 안고 잠들었어.
12시쯤 잠이 깨 일어나보니 그녀는 여전히 옷을 입은 그대로 자고 있더라고. 슬며시 긴 바지를 내려보려고 했는데, 호흡도 없고 반응도 없어서 쉽지 않았어. 포기할 순 없었지. 남자도 결심했으면 손 끝이라도 움직여야 하는 법이니까. 결국 숙제를 마쳤고, 씻고 나와서 물었지. 왜 아무 반응이 없었냐고 말이야. 그녀는 바에 갔던 게 처음이라고 하더라.
친구 얘기를 꺼내봤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어서, 이해가 가지 않는 느낌이었어. 그래서 택시비를 조금 챙겨주고 보냈어. 시간을 보니까 벌써 오후 4시더라고. (숙제 이야기가 간단한 이유는 RG 때문인가?) 아무튼 브로에게 바로 메시지를 보냈지.
원래 계획대로라면 브로는 방콕 도시락을 즐기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야 할 타이밍이었지만, 도시락이 상해버려서 브로의 실망이 컸던 것 같아. 우린 대박집에서 만나기로 하고, 이른 저녁을 먹었어. 역시 어디를 가든 한식은 늘 옳은 선택이지. 맛있게 먹은 후, 각자 호텔로 돌아가 잠시 동안 체력을 충전했어. 그리고 9시에 소이혹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지.
밤 9시에 다시 만난 우리는 소이혹을 걸으며 상황을 즐겼고, 비치로드로 넘어가 코코넛걸들과 펼쳐진 현장을 구경했어. 그러다 각자의 파트너와 함께 미쓰로 향했지. 아쉽게도 세인트 브로의 파트너는 고향으로 돌아가 있는 상태라 다음 날 와야 한다고 했어. 그러다 보니 그는 파트너 대신 그녀의 친언니랑 시간을 보냈지.
분위기 좋았던 우리는 다시 능혹뺏으로 가서 시간을 보내 보기로 했어. 이때 브로는 자기 파트너가 없으니 잠시 돌아본다며 자리를 비웠지. 그런데 얼마 뒤 돌아온 브로는 첫날 내가 괜찮다고 추천했던 푸잉을 데리고 왔더라. 그녀는 어제도 능혹뺏에 다녀왔다고 말하더라.

 

 

M이 내 휴대폰으로 찍어준 사진.  
우린 네 명이서 볼트를 타고 그곳에 도착했어. 막상 안내받은 자리라고 앉아보니 자리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곳이더라. 그래도 잠시 분위기를 느껴봤어. 와, 이건 뭐 정글 같더라고. 거기다 살짝 노출이 있는 푸잉들도 있고, 예쁜 애들, 괜히 더 예뻐 보이는 애들, 여자에 미친 애들, 여자 같다 싶은 애들 등 정말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을 구경했지. 그러다가 우린 각자 숙소로 헤어졌어.  
사실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는데, 막상 가보니까 기대만큼 대단할 건 없더라. 혹시라도 브로들 중 갈 생각 있는 사람 있으면, 꼭 파트너 없이 가는 걸 추천해.  
숙소로 돌아오고 나니 다음 날이 마지막 날이라 체크아웃 준비도 해야 했거든. 그래서 N에게 오늘은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잘 거라고 말하고 씻고 누웠는데, 아니, N이 갑자기 막 달려드는 거야! 나는 정말 미안하다고 하면서 진짜 잠만 잘 거라고 달래주고 안아줬어. 그런데 좀 있더니 목에 키스마크를 만들기 시작하는 거야. 계속 거절했는데 너무 미안해서 결국 허락했더니 한참 동안 그러더라.  
아침이 되어 거울을 보는데, 목 상태가 굉장히 난감했어.  
첫날도 아니고 막 떠나는 날 이런 짓을 하면 어쩌라는 거야...

 

 

체크아웃 후 N이랑 센탄에 가서 스시를 먹었는데, 음식이 정말 맛있어서 기분 좋게 시간을 보냈어. 늦게까지 같이 있는 것보다 오히려 적당히 일찍 헤어지는 게 더 깔끔하고 괜찮은 것 같더라.
그 후 바로 세인브로에게 연락을 했고, 우리는 샤르르에 가기로 계획을 세웠지. 센탄에서 세인브로와 합류한 뒤 근처 이발소에 들러 케어를 받고 나왔어.

 

 

가게 시설은 꽤 깔끔했고 푸잉 직원들도 나름 괜찮은 것 같았는데, 내 개인적인 기준에서는 특별히 인상 깊진 않았던 것 같아. 그래도 다음번 방타이 방문 때 한 번 더 들러보기로 했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해. 많은 친구들이 아마도 아마존 커피를 좋아하지. 우리도 그 근처를 지나 소이 혹을 통과해 저녁을 먹으러 갔어. 친구가 애정하던 그 장소는 정말 훌륭했어. 입맛을 사로잡는 음식에, 여기에 분위기와 풍경까지 더해지니 더할 나위 없더라고.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한없이 찡해졌고, 브로와 함께 시간을 보내다가 예약한 택시 시간에 맞춰 각자의 숙소로 돌아가게 되었어.
숙소로 돌아와서 미리 준비해둔 선물을 꺼내 들고 M을 찾아봤어. 너희들 아는 바와 같이, M과는 이미 오래전에 끝난 사이야. 그래도 지난날의 기억으로 인해 준비했던 선물인데, 친구들에게 여기 있다고 사진을 보냈더니 M이 너도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있는 거냐며 연락하지 말라길래 마음 한쪽이 씁쓸했지. 
하지만 뭐, 어찌됐건 준비했던 선물은 꼭 주고 싶었어. 그래서 빠르게 움직여 다른 동료들에게 선물을 전해달라고 부탁했어. 그리고 M에게 짧은 메시지를 남겼지. “너 주려고 가져온 거야. 알아서 해.” 그런데 M은 뜻밖에 "버릴 거면 왜 굳이 주냐"고 화를 냈고, 나는 머쓱하게 미안하다며 “그럼 대신 버려줘” 라고 답했어. 이런 상황 속에서 나는 순간 왜 그렇게 ‘호구’처럼 느껴졌는지 모르겠어.
그렇게 감정이 한층 복잡해진 나는 친구 P가 있는 바에 들렀어. 판다 바였는데, 아무 생각 없이 데킬라 다섯 잔을 주문했어. 그걸 단 3분 만에 마셔버렸고, 긴장이 풀렸는지 바로 공항으로 향했어.
공항은 완전히 송크란 축제 분위기로 활기가 넘쳤어.

 

 

아쉬움을 뒤로하고 맥도날드 햄버거로 허기를 달래며 무사히 귀국했다.

 

 

이번이 나의 세 번째 방콕-파타야 여행이다. 사실, 사진도 별로 없고 해서 글로 남길까 말까 고민했는데, 결국 이렇게 끄적여 본다. 그냥 내 나름의 여행 일기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다. 다만, 일기라고 하기엔 한 달이나 지나서 쓰는 게 조금 민망하긴 하다, 브로들.
참, 참고로 다음 주에 다시 방콕과 파타야를 갈 계획이다. 이번에야말로 사진 좀 열심히 찍어보도록 노력할게. 그래도 재미없진 않았길 바라며 여기까지 내 소소한 후기를 읽어준다고 고생 많았고, 다가오는 주말 연휴도 즐겁게 보내길 바랄게, 브로들! 행복한 하루 보내자!

댓글 5


홀로 서기 성공 하셨군요 ㅋㅋ

샤르르 이름부터 좋네

샤르 한번 가봐야 겟군

바로 다시 오는거 아임까 ㄷㄷ

아쉬움이 느껴지네요

자유게시판

전체 필리핀 태국 베트남 그외
베트남 3군 GOLD ONE 2 착석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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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르미
2025.05.05 조회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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