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슥사 스토리 최종 마무리 에필로그
올리는 족족 삭제되는 바람에 본사람만 보인다는 낙승사 스토리
이제 막 편할 수 밖에 없는 게, 얘가 오늘 고향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러 방콕으로 갔다가 방금 잘 도착했다고 라인이 왔어. 아파할 때 약이나 음식을 배달해 준 것부터 정말 이상할 정도로 잘해준 친구였고, 그에게 집착이라고 할 만한 게 있나 싶을 정도로 항상 얌전한 핑계를 대고 바쁘다 그러면 억지로 안 궁금해하고 그냥 가만히 있었던 신기한 친구였어. 물론 가끔 폭발하는 날도 있었지만, 그건 지금 고향으로 갈 때만 되서 특별한 상황이었고, 좀 무섭게도 내게 너무 잘해준 것에 비해 자존감은 정말 높았어. 모두 다 써버리면 너무 길어져서 생략한 판다 오갯다고 했던 그저께의 일을 생각해보면 자존감이나 자존심이 정말 강하다 싶은 친구야.
어쨌든 어제가 마지막 밤이라 오래 있진 못하고 밥만 한 끼 먹고 또 비치에 가서 이번에는 술도 많이 못 마시니까 맥주나 한 캔 하자 해서 무까따집으로 가서 무까따를 구워먹었어. 여기 근데 둘이 와보니 왜 이렇게 싸냐 싶더라. 무까따랑 소주 1병, 콜라 1병 시켰는데 370바트? 정도 나왔어. 마하나콘 옆에 있는 무카타집이었어. 먹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그는 파타야에 오기 전까진 외국인이라곤 말레이시아인 하나나 중국인 몇 명 본 게 다였는데 파타야 인턴십 때문에 와서 각종 외국인을 너무 많이 봤대. 특히 한국인은 핀에서 많이 봤는데 뭐 다 똑같은 얘기라 다들 심각한 표정이고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자꾸 수시로 머리를 만지고 있다고 하더라. 한국인 표정 따라하는데 너무 웃겨서 웃었어. 머리를 슥슥 만지고 심각한 표정으로 두리번거리다가 다시 탁 자리에 놓고 또 심각한 표정으로 표정짓고 두리번거리다가 폰을 처다보고 있었어. 이게 그가 느낀 한국인 인상이래. 처음 본 날에는 나랑 바카라 형이랑 바카라 푸잉이랑 세 명이 한 테이블에서 놀고 있었는데 바로 옆에 얘가 지 친구라고 하긴 걍 핀에서 만난 태국인 친구인 것 같더라. 걍 얘들 문화가 그런대로 술집에서 짠하고 얘기하면 브라더 시스터인가 봐. 휴지의민족1.com
어쨌든 여자애들이 세 명? 일케 옆 테이블에 있었는데 내가 특이했던 건 다른 한국인들이랑 다르게 거기서 제일 많이 웃고 해맑게 놀고 있어서 계속 보게 됐다고 그랬어. 그 날 대략 기억이 자세히 나는데 되게 즐겁게 놀았거든. 바카라 형이랑 만난 것도 너무 좋았고 분위기도 좋았고 어쨌든 그랬어.
바카라 형도 "유어 브라더"라고 하면서 너무 좋은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했어. 그래서 용기를 내서 바카라 형 푸잉한테 말 걸어서 이새기들 까올리인가 물어보고 나가는 길에 라인으로 물어봤던 것.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파타야를 떠나면 그리워하지 않겠느냐 했더니 별로 그럴 것 같진 않다고 했어. 어쨌든 고향에 가면 집과 학교만 다닐 텐데 그것도 자기한텐 잘 맞다고.
밥을 다 먹고 가기 전에 비치에서 맥주나 한 캔 하자고 해서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 사서 이동하고 마침 제주 때 왔던 친구도 오늘 얘의 마지막 날이라고 아쉽다고 와서 같이 술을 마셨어. 그냥 저냥 이야기를 하고 쭈욱 짜고 이런 거 없이 담담하게. 아 그리고 얘 친구도 나한테 자꾸 왜 웃냐고 하더라. 아무 이유 없이 눈만 마주치면 웃는 거 같아서 기분이 좀 나빠했다고. 그래서 아니다 원래 내가 눈만 마주치면 웃는 이상한 놈이라서 그런 게 아니다라고 말해주니까, 약간 자기를 비웃는 거 같아서 기분이 좀 나빴대. 그래서 그런가 웃지 않았다며 얘가 좀 특이한 거라고 하고 나한테도 웃었다고. 눈만 마주치면 웃는 버릇이 좀 고쳐야 할 것 같기도 하고, 가끔 얘처럼 나를 비웃나 싶어서 기분 나빠하는 친구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요래 요래 대충 새벽 1시쯤까지 비치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나는 먼저 콘도로 들어가볼게 하고 들어가고, 그는 지 친구랑 더 얘기하다가 집으로 간다길래 응응 조심해서 들어가고 이제 마지막이라 다시 보게 되면 건강하고 어쩌고 작별 인사를 하고 콘도로 들어왔어. 얘 내일 오전 9시에 방콕으로 가야 한다고 했어. 콘도에 들어와서 뒹굴뒹굴하는데 이제 집으로 간다고 라인이 왔어. 집에 들어가서 라인이 오고 뜬금없이 줄게 있는데 깜빡했다고 함. 얘가 되게 독실한 불교 신자라고 전에 얘기한 적이 있어서, 우리 집도 엄마 때문에 불교 집안에 가까워서 물론 나는 무교지만 어느 정도 불교적인 영향을 받고 자랐다고 얘기했었어.
그걸 주려고 했다고 함. 나는 여행을 자주 다니니까 보이지 않는 것으로부터 지켜주는 부적 같은 건가봐. 너 9시에 가는데 어떻게 주려고? 하니까 아침에 가기 전에 다시 보내줄 거라고 했어. 알람을 맞춰놓고 잘 자고 일어나니까 아침이 돼서 전화가 왔고 로비로 내려가서 물건을 받으라고 했어. 내 이름을 적고 봉투를 포장해서 무슨 것이 있는지 확인해 보니까 두 장이 들어있더라. 흰색은 트레이드를 위한 것이고 보라색은 아까 말한 보이지 않는 귀신으로부터 날 지켜주는 것이라고 해.
암튼 부적을 선물 받았어. 진짜 뭐 해준 게 한 개도 없는데, 마지막 가는 마당에도 아침에 이사 때문에 정신 없는 와중에도 챙겨서 그랩으로 보내준 게 정말 감동적이었어. 그동안 귀찮고 바쁘고 뭐 이런 저런 핑계를 대고 못 놀아준 게 너무 미안해 지기도 하고.
다시 볼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얼굴 못 보면 갈수록 띄엄띄엄 라인 한두 번 안부만 묻다가 자연스레 멀어질 것 같아. 그도 거기 가면 또 정신 차리고 공부도 하고 남자 만나 연애도 하고 이럴 텐데, 어쩌다 만난 인연은 언제까지나 기억할 리는 없을 것이고 나는 나대로 계속 만날 거고.
마지막이고 얘가 고향에 가면 쁘락찌가 있을리도 없고, 브로인 얘를 다시 만날 일도 없겠으니 시원하게, 얼굴 깐 사진 하나 올리고 마물할까도 생각했는데. 나한테 넘나 잘해준 친구인데 아무리 모를 거라 해도, 그건 좀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대충 얼굴 가린 사진 하나로 마물할까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