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의민족
베트남

그녀와의 아름다운 기억 (파국 지옥...) - 10

ONLY파타야
2025.05.31 추천 1 조회수 86 댓글 6

 

 

창밖에서 들려온 그녀의 전화 목소리는 지나치게 달콤했다. 지친 듯한 코맹맹이 소리로 "보고 싶어"를 반복하던 그녀의 말끝에, 수화기 저편 남자의 음성은 마치 오래된 지인을 대하듯 담담했다. 통화는 얼마 지나지 않아 끝났고, 나는 결국 밖으로 나가 그녀와 마주했다.
그녀는 묵묵히 날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저 사람, 내가 정말 힘들었을 때 도와준 사람이야. 오빠는 내 인생에서 NO2고, 저 사람은 NO1이야. 이번 생일은 그 사람과 함께할 예정인데... 지금 그 사람이 많이 화가 나 있어. 같이 못 있을 수도 있대. 아니면 아예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을지도 몰라."
그녀의 눈가는 피곤과 울음으로 부어 있었다. 그때가 새벽 다섯 시 반쯤 되었으니, 한국 시간으론 아마 오전 일곱 시 반 정도였을 것이다. 나는 심란한 생각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새벽 세 시 넘어 음악을 들으며 울던 게 결국 저 사람 때문인가? 아니면 또 다른 무언가 때문인가?'
묻고 싶은 게 한둘이 아니었지만,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그녀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수술하기 전에 돈이 없었거든. 그래서 몇몇 사람들에게, 오빠 포함해서, 내 사정을 알렸는데 오직 그 사람만이 돈을 보내줬어. 내가 3만 바트면 될 거라고 했는데, 그는 5만 바트를 보내줬어. 그리고 내 아기 이름도 그 사람이 지어줬다니까."
나는 충격을 숨기지 못한 채 물었다.
"그 사람 사랑해?"
"그냥 고객일 뿐이야. 오래전부터 알던 고객."
"고객이라고? 그렇다는 건, 그 사람이 너한테 가장 소중한 존재라는 거잖아. 결국 러버와 같은 거네. 근데 왜 나한텐 오로지 나만 사랑한다고 했어?"
"아니라니까! 그는 그냥 날 도와준 고객일 뿐이야. 왜 화를 내?"
"나는 진실만 말해주길 바랐을 뿐이야. 그러니까 결론적으로는 네가 그 사람을 사랑한다는 얘기네!"
"오빠는 내가 힘들 때 아무것도 안 해줬잖아!"
내 인내심이 점점 끊어질 것 같았다.
"난 3월 초에 너 보러 가려고 했단 말이야. 그런데 당신도 알다시피 불가능했잖아. 해외 송금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더구나, 네가 돈 얘기 한번 꺼낸 적도 없었잖아. 내가 도와줄까 물었을 땐 괜찮다고만 했지."
"그래도 그 사람은 나를 챙겨줬잖아! 그런데 오빠는? 오빠는 날 외면했잖아!"
그녀의 마지막 말에 분노가 북받쳤다. 애써 챙겼다고 생각했던 모든 노력이 무참히 짓밟힌 기분이었다.
"네가 다를 줄 알았어. 다른 여자들하고는 다르다고 믿었다고! 그래서 너랑 미래까지 설계했는데, 결국 너에게도 돈이 제일 중요한 거였구나!"
더 이상 이 자리에 계속 있어봤자 소용없을 것 같았다. 마음만 더 상할 것 같아서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그녀에게 말했다.
"내 여행 동안 무리해서 네게 더 챙겨주려고 했어. 이번에도 핸드폰 하나 사주려고 말이야. 내가 널 위해 노력한 거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러자 그녀는 불쑥 방으로 들어가 작은 봉투를 들고 나왔다. 그 안에는 내가 첫날 그녀에게 건넨 5천 바트가 그대로 들어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고스란히 내게 다시 돌려주었다.
그리고선, 아무 말 없이 눈물만 흘렀다. 이 상황이 너무 혼란스럽고 낯설게 느껴졌다. 그래서 대화를 더 시도해보려 했지만, 그녀는 울며 단호하게 말했다.
"제발 이제 그냥 가줘."
내가 계속 저항하자 그녀는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오빠, 나 진짜 힘들어... 제발."  
그녀에게는 말로 털어놓을 수 없는 어떤 문제점이 있었다. 그래서 요즘 그녀는 몹시 힘들어했고, 나는 최소한 그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가 눈물을 흘리며 그렇게 말하니, 순간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멍하니 그녀를 보며 묻기만 했다.  
"울지 마... 왜 우는 건데? 내가 정말 싫어진 거야? 나 이렇게 가버리면 그걸로 끝이야."  
그녀는 대답하지 않고 그저 끝없이 눈물만 흘렸다.  
"그러면 울지 말고 그냥 가라고 말해 봐. 그런데 왜 자꾸 울고만 있는 거야?"  
그때 깨달았다. 그녀는 내가 떠나주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무거운 걸음을 옮겨 그녀의 집을 나섰고, 잠시 집 앞에 멈춰 섰다.  
새벽을 지나 아침 7시가 되었고, 하늘에서는 억수같이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나는 라인으로 어쩌지 못할 여러 글을 보냈다. 그리고 한 시간이 지난 후 그녀에게서 도착한 메시지는 단 한 문장이었다.  
"Am done with you. Good bye."  
평소 같았다면 그녀가 화를 내도 다 받아주고,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라 믿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알 수 있었다. 정말로 끝난 것 같은 느낌이 스쳤다.  
오늘은 복귀일이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은 최악으로 끝나버렸다. 내가 너무 충동적으로 행동했고, 모든 게 급하고 성급했다는 생각에 후회만 밀려왔다. 결국 호텔로 돌아와 무력하게 시간만 보냈다.  
잠시 잠에 빠져들었던 나는 깨고 나서 내가 자주 찾는 사찰로 향했다. 그녀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랐기에, 그녀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과 함께 아름다운 사랑을 이어갈 수 있기를 기원했다.  
마침 태국에는 불교 행사가 열리고 있었던 날인지라 사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다양한 행사 용품들로 활기가 느껴졌다.  

 

 

향과 오일을 사며 그녀의 행복을 빌었다.  
'부디 그녀가 언제나 행복하고 건강하기를… 그리고 진실로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 마음껏 사랑할 수 있기를.'  
그렇게 내 여행은 끝을 향해 갔고, 공항에는 형님과 함께 도착했다.  
다행히도 형님과 같이 돌아올 수 있어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돌아오는 길에 형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과정에서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는 기분이었다.  
만약 나 혼자였다면 아마 끝없는 눈물과 함께 깊은 슬픔에 잠겼을 것이다.  
체크인을 하고 게이트를 통과하려던 찰나, 그녀에게서 라인이 왔다.  

 

 

그녀는 몇 가지 메시지를 보냈지만, 그중 한 문장이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난 도대체 그녀에게 무엇이었을까? 단순히 편한 고객… 돈 잘 쓰는 고객.'  
궁금한 점이 많았지만, 더 이상 깊게 확인하거나 물어볼 수는 없었다.  
결국 나는 한국으로 돌아왔고, 그녀에게서 오는 메시지는 그 이후로 없었다.  

댓글 6


넘버 투 선넘네 ㄷㄷㄷ

넘버 몇번까지 잇을려고 에휴 ㄷㄷㄷ

로맴매 끝이 다 비슷하네

역시 로맴은 ....

결국 끝이 파국이군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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