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의 아름다운 기억 (질투심, 집착...) - 4

그래서 나는 결국 한국으로 돌아왔고, 그녀는 그녀의 일을 시작했어.
매일 연락을 주고받긴 했지만, 그녀는 프리랜서로 일을 하면서 술을 마셔야 했기에 거의 매일 취한 상태였지.
나는 그런 그녀가 걱정돼서 어떻게든 응원의 말과 즐거움을 주려고 노력했어.
그녀가 알려준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보면서 댓글도 남기곤 했지.
하지만 여기서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어. 그녀의 인스타그램 릴스를 보다 보니 매일 다른 남자들과 술을 마시는 영상들이 많았어.
남자들과 키스를 하거나 껴안고, 정말로 즐거워 보이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내 마음은 점점 무너졌어.
'혹시 저 사람들을 사랑하는 거야?', '진짜 저 남자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거 아니야?', '혹시 함께 호텔까지 가는 건가?'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고, 결국 나는 업무 중에도 그녀의 인스타그램을 들락날락하며 업데이트를 확인했어.
그러다 보니 그녀와 주고받는 메시지조차 거칠어지고 날카로워졌지. 그야말로 내가 스스로 프로텍터가 되어가는 듯했어.
내 안에서는 그녀를 향한 질투심이 커져 갔고, 점점 그녀에게 집착하게 되었어.
그녀는 계속해서 말했지. “이건 그저 일이야. 내가 이 판다에서 일을 하려면 어쩔 수 없는 거야. 제발 이해해줘.”
하지만 이미 내 머릿속에 그러한 말은 들어오지 않았어. 그녀가 어떤 사람들과 어떤 일을 하는지를 자꾸 상상하며 화가 쌓여갔지.
그녀는 판다에서도 상당히 유명했어. 고객도 많았고, 당연히 한국 사이트들에도 그녀에 대한 후기들이 올라와 있었지.
그런데 내가 그 후기를 보기 시작한 건 최악의 결정이었어. 네, 결국 열면 안 되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던 거지.
다른 한국 남자들이 남긴 후기들을 보기 시작했는데, “돈만 있으면 뭐든 가능하다”, “최고다” 같은 문구들이 줄지어 있었어.
결국 나는 사진까지 찾게 됐고, 그녀의 일과 관련된 영상을 통해 모든 걸 알게 되었어.
그리고 최종적으로 나를 무너지게 만든 건 한국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도 그녀에 대한 이야기가 놀이개 처럼 공유되고 있다는 사실이었어.
분노가 폭발하듯 치밀어 올랐지. 그때 문득 형님의 조언이 떠올랐어.
“너 그렇게 사랑하지 마라. 그냥 좋아하는 정도만 해라. 너 성격상 너 못 버틴다. 정신 차려.”
형님의 얘기를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그뿐으론 부족했어. 문제는 내 감정을 어떻게든 받아들이는 데 있었지.
그녀를 만나려면 다른 남자와 함께 가는 모습을 보고도 “오늘도 고생 많았다”라고 말하며 웃을 수 있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
아직 그걸 받아들이긴 어려웠지만, 그런 태도를 가져야 그녀를 만나는 게 가능했다는 현실이 너무도 냉혹했어.
아고고나 소이혹 같은 곳의 여성들은 술 판매만으로도 돈을 벌 수 있었지만, 프리랜서 입장은 달랐어.
프리랜서로 일하는 그녀는 반드시 남자들과 함께해야 돈을 벌 수 있는 구조였던 거야.
그래서 맘에 들지 않는 남성이라도, 돈 때문에 술을 마시고 그들과 시간을 보내야 했던 거지.
심지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스스로 완전히 취해버린 상태에서 일을 하기도 했어.
하지만 고객들은 그런 그녀를 벗기고, 사진을 찍고, 영상을 찍으며 자신들의 사이트에 자랑처럼 올리곤 했지.
그녀가 계속 나에게 이런 상황을 설명하며 힘듦을 토로했지만…
항상 스폰서가 없어서 슬프다고 이야기하던 그녀는 사실 스폰을 받는 것이 가장 큰 희망이자 바람이었다. 그렇게 되면 더는 힘든 일을 하지 않아도 되고, 스폰서에게만 집중하며 편히 지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어딘가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었다. 바로 술을 마시며 남성들과 함께 있는 시간을 즐긴다는 점이었다. 그것이 그녀의 진짜 모습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우리 어머니는 오래도록 소고기집을 운영하시면서도 틈틈이 역학, 즉 운세에 대한 공부를 하셨다. 덕분에 내 운세뿐 아니라 나와 관련된 사람들의 궁합도 종종 봐주셨다. 그녀의 생일을 알게 된 나는, 그녀와 나의 궁합을 어머니께 부탁해 보았다. 결과는 정말 놀라웠다. 그녀와 나는 궁합이 아주 잘 맞는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집안 사정에 문제가 많았고, 특히 지난 3월의 수술은 그녀 인생에서 최악의 순간이었다.
또한 어머니는 그녀가 도화살을 가지고 있다고 하셨다. 그런데 이 도화살은 불안정하고 삐뚤어져 있어, 그녀가 화류계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 상태라고 했다. 이런 도화살을 가진 여성은 이 일 자체를 즐기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오히려 그런 일을 하지 않으면 답답하고 견딜 수 없는 상태가 된다고 하셨다.
어머니는 내가 그녀를 좋아하고, 그녀 또한 나를 좋아한다면 그것은 단지 감정이 아니라 우리의 궁합이 잘 맞아서일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심지어 그녀에게는 내가 더 특별한 존재로 남을 거라며 나를 절대 잊지 못할 거라고까지 하셨다.

결국 그녀를 잊으려고 인스타그램도 지우고, 페이스북도 삭제했으며, 심지어 그녀와의 추억이 가득한 라인조차도 바보같이 지워버렸어. 하지만 그녀를 잊으려고 아무리 애써도, 매일 몇 통씩 대화하던 라인을 멈추니 너무 괴로웠지. 그래서 결국 그녀의 전화번호를 통해 라인 친구로 다시 추가하고 말았어.
그동안 그녀의 프로필은 전과 크게 달라져 있었고, 뭔가 변화가 느껴졌어. 내가 미안하다고 하니 그녀는 괜찮다며 이해한다고 말해줬고, 다시 대화를 이어가기 시작했어. 전보다 더 나를 신경 써주는 모습이 느껴졌고, 인스타그램을 삭제했기 때문에 비교적 마음이 덜 복잡했지.
그리고 어느 날 나는 그녀의 생일에 맞춰 방문하겠다고 이야기했어. 그런데 그녀는 내가 오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이미 다른 손님과 약속을 잡았다고 하더라고.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아직 한 달이나 남았는데 왜 벌써 약속을 잡았을까? 생일처럼 중요한 날에 다른 사람과 함께 있다니... 이때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그녀는 자신의 일 때문이라며 "중요한 고객이니 이해해 달라"고 했고, 생일 포함 4일은 제외하고 다른 날 와줬으면 좋겠다고 했어. 나는 마침 연휴도 있고 내가 자주 연락하는 친구들도 그 연휴 기간에 파타야에 있을 예정이라 월 초에 가겠다고 결정했어. 이번에는 그녀의 마음을 확실히 확인하고, 나의 존재를 분명히 새기겠다는 결심을 했지. 생일선물도 오래 기억에 남을 만한 걸 준비하려고 했고.
그녀는 최근 수술 이후 집 안일, 본인 일, 숙소 이동 문제 등으로 인해 하루하루 매우 힘들게 지내고 있었거든. 쉬고 싶어도 장기간 일을 쉬었기 때문에 돈이 필요했고, 그러다 보니 매일 술에 취한 상태로 일을 이어가야 했어. 그런 그녀에게만큼은 내가 있는 동안이라도 쉴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싶었어. 그래서 조금 부담이 되는 여행임에도 불구하고 파타야로 가기로 결심한 거야.
그렇게 연휴가 시작됐고, 나는 다시 파타야로 떠났어.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과 지인들과 함께할 설레는 마음을 안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