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의 아름다운 기억 (다시 떠난 파타야...) - 5

어머니의 반대는 정말 강렬했다. 평소 나와 다르게 큰 소리로 말씀하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쉽게 잊히질 않는다. 이번 만큼은 단호한 목소리로 "절대 가지 마라"고 못 박으셨다.
"5월에 너 가면 안 돼. 다칠 거야. 너무 최악으로 치닫게 될 거야. 그냥 참아라. 그게 너에게 가장 좋아. 5월에는 무조건 집에만 있어."
솔직히 어머니의 경고가 듣기 불편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나도 운세를 좀 아는 사람이다 보니 마음 한편이 무거워졌다. 올해는 바로 끔찍한 삼재의 시작, 그것도 들삼재라 불리는 가장 안 좋은 시기였으니까. 돼지띠인 내가 상대적으로 조심해야 할 뱀띠의 해라니, 여기에 내가 가장 운이 안 좋은 달인 5월까지 겹쳐 있었다.
사람들은 중년이 되는 시점에서 삼재를 특히 조심하라고 말한다. “이제는 네 힘으로 사는 시기니 더 신중하게 살아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그리고 그 와중에, 기묘한 꿈을 꾸게 되었다.
꿈속에서 나는 그녀의 이름을 휴대폰에서 완전히 삭제하는 장면을 반복해서 보았다. 그때 눈에 띈 건 벽화 속 메두사 같은 얼굴을 한 무섭게 생긴 여성이 날 쏘아서 바라보는 모습이었다. 주변 사람들마저 공포에 찬 목소리로 "조심해, 귀신이야!"를 외쳤다. 상황은 점점 기괴하게 돌아갔고, 내가 제일 싫어하는 비주류 신앙인 무당들까지 등장해 굿판을 벌이고 있었다. 심지어 신령님에게 제사를 올리는 상차림까지 보였다.
불교를 믿는 나로서는 이런 토속신앙이 전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오히려 꿈속의 이 장면이 나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모든 게 어딘가 섬뜩하고 심상치 않게 느껴졌던 것이다.
하지만 진실을 말하자면, 이런 불길한 이야기들조차 지금 내겐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이미 그녀에게 빠져버렸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이성을 잃고 돌아갈 줄 모르는 바보로 살고 있었다. 그녀가 변한 것 같았지만, 이미 돌이키기에는 너무 늦었는지도 모른다.

태국에 무사히 도착하면서 여행의 첫발을 내디뎠다. 공항에서 파타야로 향하는 택시에 올라타며 기대감에 부풀었지만, 곧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그녀와 연락은 이어졌지만,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나 판다야에 있어."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내가 오는 걸 알고 있으면서 왜 '판다'라는 곳에 있는 걸까? 집에서 쉬고 있을 줄 알았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장소라 기분이 심란해졌다. 마침 화가 치밀어 올라 그녀에게 직설적으로 물었다. "일하는 거야? 왜 거기 있는데? 나랑 같이 시간을 보내기로 했잖아?"
그녀는 놀랜 듯, 친구들과 자리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갔다고 해명했다. 그리고 내가 오면 같이 술을 마시고 호텔로 가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의심스러웠다. 이미 시계는 1시를 넘어 있었고, 그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술자리를 가졌을지 상상만으로도 불안해졌다. 결국,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라인을 통해 날카롭게 말했다.
"너랑 안 볼래. 기분 상했어."
그녀는 이해할 수 없다는 답변을 짧게 남기며 대화를 끝냈다. 호텔에 도착한 나는 마음이 복잡했지만, 친구 브로가 함께 있어줘서 겨우 마음의 평정을 찾았다. 브로와 함께 판다에 합류하며 분위기를 조금 느껴본 뒤, 그녀를 찾아보기로 했다. 하지만 그녀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답장은 오지 않았지만 마침 친한 MD를 통해 그녀의 행방을 물어볼 수 있었다. 충격적이게도 그녀는 다른 남성과 함께 있다가 자리를 비웠다고 들었다. 의심과 분노가 휘몰아쳤다.
"나를 사랑하는 건 맞아?"
"우리 추억은 그냥 고객 서비스였던 거야?"
"내가 다른 사람 안 만나는 거 알면서 왜 그래?"
"정말 나를 사랑한다면 내게 와줘."
몇 번이고 메시지를 보냈지만, 그녀는 읽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고 복잡한 감정 속에서 브로는 함께 기다려주었다. 고맙게도 그 시간은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다. 우리는 판다 보스 테이블 근처에서 담배를 피우며 조용히 시간을 보냈다. 한갑을 다 피울 때쯤 새벽 4시가 지나갔고, 드디어 그녀가 메시지를 읽고 답장을 보냈다.
"알았어, 갈게. 근데 오늘 오빠 때문에 나한테 손실 생겼고 고객도 놓쳤어. 이제 합당한 보상을 해줘. 왜 자꾸 날 힘들게 하는 거야?"
그 순간 브로는 자리를 떠났지만 그의 존재는 정말 큰 위안이었다. 잠시 후 그녀가 나를 찾아왔고, 우리는 판다 입구에서 마주하게 됐다. 얼굴엔 화난 기색이 역력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무릎을 꿇었다. 이를 본 그녀는 살짝 미소를 짓더니 곧 나를 일으켜 세우며 환하게 웃으며 괜찮다고 말했다.
그녀의 웃음은 마치 마법처럼 모든 감정을 해소시켜주는 힘이 있었다. 새벽 늦은 시간 둘은 함께 미스트를 방문했는데, 처음 가보는 장소라 모든 것이 새롭고 낯설었다.
그녀가 내게 다시 돌아와줘서 고맙고 설레는 마음으로 가득 찼다. 그녀는 정말 매혹적인 분위기를 풍기며 섹시한 옷차림으로 나타났고, 그 순간 내 심장은 마치 빠르게 뛰는 듯했다. 되돌아보면, 그녀는 아마 나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면 다른 이유로 판다에 왔던 것 같고, 연락이 닿았다면 나를 만나기로 마음먹었을 가능성이 커 보였다.
그렇게 매력적인 그녀와 함께 미스트에서 신나게 놀았다. 사실 미스트는 꽤 만족스러웠다. 분위기도 괜찮았고, 아름다운 사람들도 많더라. 다음에는 미스트에 조금 늦게, 대략 새벽 1시 넘어서 가야겠다 싶었다.
그날 밤, 우리는 뜨겁고 광란의 시간을 보냈고 결국 호텔로 향했다. 그녀는 여전히 따뜻하고 안락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내 몸은 완전히 망가져 있었다. 하루에 담배 두 갑을 피우던 습관에 더해, 이날은 단 두 시간 만에 담배 한 갑을 비우고 술까지 마셨다. 게다가 제대로 잠도 못 자니 몸이 회복할 틈도 없었다. 결국, 내 몸 상태는 최악으로 치닫았고 하지 말았어야 할 경험을 하게 되었다는 걸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