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의 아름다운 기억 (그녀의 친구들...) - 4

그녀는 성격이 진짜 매력적이다. 털털하고 솔직하며, 자신의 의견은 분명하게 말하는 당당한 부분도 있다. 자존심도 강하고, 싫은 건 싫다고 확실히 표현할 줄 아는 모습이 참 멋지다. 게다가 배짱도 두둑해서 주변 사람을 편안하게 만든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그녀는 남성들에게는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정말 친절하고 약속을 꼬박꼬박 지키며, 라인으로 연락하면 바로 답장이 오는 디테일한 센스가 돋보인다. 늘 상대를 챙기는 그녀의 모습에 자꾸 마음이 더 가는 것 같다.
나 역시 그런 그녀와의 관계를 좀 더 특별하고 깊게 만들고 싶어서 노력 중이다. 그녀의 친구들과 만남의 자리를 가지며 그녀의 삶에 더 가까워지고 싶었다. 그래서 최근에는 고향 친구들과 함께 만나 특별한 저녁 식사를 계획했다.

우리가 만난 곳은 3머에이드 레스토랑이라는 곳이었다. 분위기부터 남달랐다. 살짝 가격대가 있기는 했지만, 멋스럽고 고풍스러운 느낌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음식의 맛도 기대 이상이라 모두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저녁 식사 후 계산서를 확인해보니 세금을 포함해서 약 5,000밧 조금 넘게 나왔던 것 같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땡모반을 주문했을 때였다. 작은 수박 하나가 통째로 나오는, 눈으로 봐도 즐거운 비주얼이었다. 덕분에 친구들과 기분 좋은 분위기 속에서 한층 더 여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렇게 근사한 식사 자리에서 그녀와 그녀의 친구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이번 여행은 정말 모든 게 좋았다. 매일매일 즐겁고, 그녀와 하루 종일 붙어 지낼 수 있었던 시간이 그저 황홀했다.

판다에서의 마지막 날은 특히나 잊을 수 없었다. 다가오는 쏭그란 축제를 앞두고, 도시 전체가 들떠 있는 것 같았다. 거리 곳곳은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고, 다양한 공연들이 도시의 생기를 더했다. 그 분위기에 나도 자연스레 빠져들어 신나는 시간을 보내며 웃음과 즐거움을 가득 담았다.
하지만 모든 즐거움에는 끝이 있듯, 나의 휴가도 어느새 마지막 장을 맞이했다. 다시 한국으로 복귀할 시간이 찾아온 것이다. 늘 그래왔듯, 복귀 전날엔 그녀와 함께 수원왕갈비 집에서 한 끼를 함께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번에도 우리 둘은 고소한 갈비 향이 가득한 식탁 앞에서 마지막 순간을 느꼈다. 식사가 끝난 뒤 그녀를 집으로 데려다주었는데, 이상하게도 계속 같이 있다가는 떠나기가 더 어려워질 것 같았다.

그녀도 그런 내 마음을 알았는지 웃음 속에 담긴 조용한 작별의 표정을 보내고는 별다른 말 없이 집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이 어딘지 먹먹하면서도 그녀의 배려가 느껴져 고마운 마음이었다.
그녀와 헤어진 뒤 나는 짐을 차곡차곡 챙기고 공항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왜 그리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지, 마음 한구석에 커다란 무거운 돌덩이를 얹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출국 직전 그녀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오빠 만나서 정말 행복했어. 나 오빠 너무 사랑해. 마지막 날 판다에 가기 싫었는데, 오빠랑 호텔에서 계속 있고 싶었어. 그래도 마지막 날이라 판다에 갔는데 내가 취해서 오빠에게 잘해주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해. 사랑해."
문자를 읽는 순간 멍해졌다. 그녀에게 더 잘해주지 못한 나 자신이 한없이 미안해졌고, 그 생각이 마음 깊숙하게 자리 잡았다. 그렇게 아쉬움을 안고 비행기에 올랐다.
한국에 돌아온 이후로의 2주는 그야말로 힘겨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