ㅌㄸㅇㅈ의 맨붕여행 5편
안녕.
오늘은 차이나타운 근처로 이사한 ㅌㄸㅇㅈ 이야기를 들려줄게. 리사는 항상 그랬듯이 픽업 시간보다 먼저 도착했어. 그래서 내가 물어봤지, "왜 이렇게 시간을 잘 지키냐?"고. 리사는 우리 식대로 얘기하길, 자긴 '파워 J'라며 하루를 30분 단위로 쪼개서 쓴다고 하더라. 생각해 보니, 낮에는 연습하고 저녁에는 쇼를 하니 낮 시간을 그냥 흘려보낼 여유는 없을 것 같더라고.
이 지역에선 꽤 이름난 사람처럼 보였어. 어디를 가든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알아보고, 한 명 걸러 한 명은 사진을 찍자고 할 정도니까. 오늘은 님만에서 처음 방문한 커피숍에 갔는데, 타투로 가득한 점원이 상호를 물어보자 너무 좋아하길래 사진까지 찍어줬다? 그러면서 열심히 자기 회사 설명도 해주더라고. 글로벌 스타라도 된 듯한 분위기로 말이야.

그렇게 밥 먹고 커피 마신 후, "템플 투어나 하자"고 했길래, 어차피 낮에 별다른 계획도 없어서 웃으며 따라갔어. 며칠이나 나를 데리고 다니며 챙겨준 게 고마워서 기름도 가득 채워줬지. 오늘은 소·중·대 크기의 사원을 세 군데 돌았어. 외국인은 입장료로 50바트를 내야 했는데, 당연히 내야지, 평소에 도네이션도 잘 안 하잖아?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2년 동안 태국에 여덟 번이나 왔었는데, 정작 사원 내부에 들어가본 건 이번이 처음이라는 거야. 지금까지 도대체 뭘 하고 논 건지... 반성 좀 해야겠더라.

아, 길다. 역시 나는 부족한 부분을 탐하는 긴 다리 애호가인가 봐. 호텔로 이동하면서 참지 못하고 바로 말을 꺼냈어.
I don’t want to misunderstand, so I’m asking you something.
Can we make love?
사전 조사를 다 끝내놓고 착한 척하던 내가 좀 민망하게 느껴졌지. 상대는 댄서 겸 모델이라며 가격을 물었을 때, @@,@@@바트라고 답했어.
솔직히 그동안 고심하며 재다 만난 케이스라 가능은 한데, 지금 상황이 좀 빠듯한 게 문제였어. 돈을 넉넉히 챙기지 못해서 약간 아슬아슬한 느낌이랄까. 제공 가능한 금액을 전부 털어주면 금요일에 예정된 클럽이나 변마 활동(변화무쌍한 마무리?) 계획까지 차질이 생길 위험도 있더라고.
그래도 분위기 좋게 오버해가며 상대 기를 세워줬어. 그래야 본 게임에서 재미를 더 느끼는 법이지. 이기면 더 신나는 그런 기분 말이야. 얼마나 잘할지는 모르겠지만 노력은 해볼 거야.
그렇게 상황이 흘러가면서 내 자금 사정도 솔직히 털어놨고, 결국 상대와 이야기가 잘 풀렸어. 그런데 말이지, 어릴 적부터 나는 이런 비용 관련해서 깎는 성향은 없었어. 왜냐면 초등학교 시절 친구 한 명이 미아리에서 비참한 일을 겪고 어이없게 세상을 떠난 사건(오토바이 사고)을 본 이후로 ‘그런 쪽 비용은 깎지 말자’라는 유언 같은 가르침을 마음에 새겼거든. 그 친구가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술은 얻어먹더라도, 그 비용은 깎지 마라. 그들 생계에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 거다.’
덕분(?)에 이런 맥락에서 나는 아껴도 그 선은 넘지 않으려 해. 예상치 못하게 외환 송금을 쓸 수 있는 기능이 있더라고. 덕분에 IT 대한민국의 위대함을 재차 느꼈어. 빠르게 머리를 맞대고 공부해서 송금 마무리 완료!
확인 후 자연스럽게 키스로 이어졌지. 연한 화장도 아름답지만, 댄서 겸 모델로서의 완벽한 매력을 기대한 거니 오늘 저녁 카바레 마치고 코스튬을 챙겨 오라고 부탁했어. 연습도 있어 시간이 조금 빠듯해 보였지만 약속했던 11시까지는 올 수 있겠다고 하더라.
보낸 후 커피가 너무 땡겨서 밖으로 나섰는데 약 3km 정도를 걸었던 것 같아. 그런데 부처의 날이라 그런지 문 연 카페를 찾기가 쉽지 않았어. 그러다 겨우 핑강 근처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아몬드 커피를 주문하게 됐지.

커피잔은 약사발처럼 생겨서 참 차가운 느낌인데, 그것마저도 꽤 좋았어. 이름은 Tanita Coffee House였고, 돌아오는 길엔 핑강에서 낚시하는 사람들을 잠깐 구경도 했어.

호텔로 돌아오자마자 바로 바지만 걸친 채로 수영장으로 뛰어들었는데 수영장이 꽤 길더라. 내 실력으로는 4스트로크에 5번 정도 호흡하면 골인지점이 나오더라고.
저녁 먹으면서 스스로에게 다짐했지. 술을 마시지 말고 컨디션을 잘 유지해야 한다는 걸 말이야. CD 준비는 당연히 챙겨야 하고 내 상황에 맞게 계획대로 움직여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