ㅌㄸㅇㅈ의 맨붕여행 4(1)편
안녕!
모기놈들 때문에 너무 일찍 기상했지만 커피 한잔 마시려고 카페 열 때까지 기다렸다가 따뜻한 아메리카노로 하루를 시작했어. 오늘은 마침내 호텔을 옮기는 날이야! (Chiang Mai Waroros Boutique Hotel로 이동할 예정).
솔직히 나는 숙소에 많은 돈을 쓰는 게 왠지 아까운 사람이야. 개인적으로 5만 원 넘어가는 숙박비는 확실히 고민되는 부분이지. 수영장, 조식 같은 건 있으면 좋지만, 침대벌레 걱정 안 해도 되는 정도의 시설이라면 그걸로도 만족스러워. 그런데 이번에 묵은 Nimman9는 조금 애매하더라.
우선 위치는 정말 좋아. 근데 바로 옆에 인도식당이 있어서 음식 냄새가 심하게 배어 있어 머리가 아플 지경이야. 여기에 보안은 거의 없는 수준이라 모든 물건을 가지고 다녀야 할 것 같아 불안하기까지 해. 방문은 오래된 창고 문 같아서, 누구든지 우리 문 앞에 서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살짝 소름 돋았어. 그래도 최근 두 달쯤 전에 보였다는 길고양이 두 마리가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모습은 마음을 조금 달래줬어.

어제 봤던 치앙마이 카바레 쇼 이야기를 좀 해볼게.
우선 구글맵에서 위치를 스크랩한 뒤 택시 앱 Grab을 불러 가면 큰 야시장 앞에 내려줘. 시장 안으로 조금 걸어 들어가면 눈에 띄는 붉은색 현수막이 보일 거야. 그쪽으로 직진해서 두 블록 정도 가다 보면 쉽게 찾을 수 있어. 공연장은 약 10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가건물이고, 입구 티켓박스에서 표를 구매하면 되는데, VIP석은 400바트였던 것 같아. 티켓을 구매하면 음료 교환권과 좌석표를 함께 받을 수 있어.
공연은 밤 9시 30분에 시작돼. 좌석은 VIP와 일반 석으로 나뉘고, VIP석의 경우 댄서들과의 거리가 더 가까운 게 장점이야. 하지만 내향적인 성격(I 성향)이 강한 사람들은 마음 단단히 먹고 가는 게 좋을 수도 있어. 나도 공연 시작 전 꽤 긴장했는데, 다행히 리사가 멋진 코스튬을 입고 미리 나와 있어서 분위기가 좋았어. 인사도 느긋하게 나누면서 따뜻하게 대해줘서 고마웠고, 동료들에게도 무언가 말해준 덕분인지 공연 내내 모두 친절하게 대해주더라. 감동받았어!

공연 시작 전에 장난 삼아 손 모양으로 한 번 만들어봤는데, 결국 돼지 앞발처럼 보였다는 건 비밀. 쇼가 시작됐는데...


사진으로 보다 보니 갑자기 내 와이프의 18년 전 모습이 떠오르네. 웃음이 나올 정도로 비슷해 보였어.






프로그램이 사진보다 훨씬 많아서 흥미로웠지만, 문제는 내 앞에 있던(혹은 내내 일어서서 정신없이 움직이던) 몇몇 사람들 때문이었다. 그중 세 명, 어떤 여성들이었는데, 암내와 머리에서 나는 냄새, 술 냄새가 섞여 정말 불쾌했다. 게다가 몸이 계속 부딪히고 떠들썩한 행동으로 정말 참기 힘들었다. 결국 중간에 공연장 밖으로 나와 마음을 진정시킬 시간이 필요했다. 아직도 그 장면을 떠올리면 짜증이 밀려오는 느낌이다.
공연자 입장에서는 이런 열정적인 팬들이 긍정적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주변 관객들에게는 완전히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나도 참고 버티며 공연을 끝까지 즐겨보려 했다.
공연이 끝나고 포토타임이 시작되었을 때, 준비해 둔 부채꼴 모양의 지폐 다섯 장을 리사에게 건네주었다. 그녀의 가슴에 꽂아주자 애교 섞인 얼굴로 가까이 다가와 볼에 뽀뽀를 하고, 허그를 해줬다. 키가 작아 힐을 신고 안겼는데, 사실상 가슴에 파묻힌 상황이었다. 그런 특별한 대우(?)에 나도 기분이 좋아 헤벌쭉 웃고 있었지만, 리사는 금세 당당한 모습으로 돈다발을 자랑하며 다음 ‘대상’을 찾아 움직였다. 나는 그저 뒤에서 흐뭇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하지만 곧 몇몇 다른 여성들이 몰려들어 사진을 찍자고 요청했지만 "포토? 놉 쏘리~"라고 거절하며, "와이 온니 리사~" "아이 게이브 올마이 머니 투 리사~"라고 반복해서 말해야 했다. 그런 대화가 하나의 해프닝처럼 지나갔다.
공연 뒤의 일정을 마무리하려 이동했는데, 수요일이 불교적인 휴일이라 상점들이 밤 11시면 문을 닫는다고 해서 서둘러 시내를 한 바퀴 돌았다. 간신히 똠얌국수 한 그릇씩 먹고 나서야 호텔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리사는 자신이 섬기는 신인 가네샤에게 다음 날 아침 기도를 드려야 한다며, 체크아웃할 때 다시 와서 픽업하겠다고 굿나잇 인사를 했다. 마지막엔 내 손에 뽀뽀까지 해주었는데, 순간 생각했다. '뭐지? 우리는 아직 아무 사이 아닌데? 원래 친구 사이에서 이렇게까지 스킨십을 하나?' MZ세대와의 거리를 잘 모르는 내 혼자만의 오해인지 잠시 고민했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혹시 내가 떠날 때 "오빠~ 서비스 피 나카~ 텐 사우전 밭 나카~ 카드 오케~" 같은 말을 꺼내는 건 아닐까 상상하며 혼자 웃음이 터졌다. 뭐 어찌됐든, 주고 싶어도 지금 지갑엔 밭이 없는 상황이라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