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자유 - THE RED
그녀가 잠든 사이,
나는 이른 아침에 일어나 노트북과 버즈,
핸드폰, 담배를 챙겨 1층 호텔 카페로 내려갔다.
"아메리카노, 설탕 없이 주세요."
"언제 오셨어요?"
"어제 왔어요."
"며칠 계실 건가요?"
"일단 9일 정도요."
호텔 직원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업무를 시작했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일을 대충 마무리하고 옆 마사지 가게로 이동해 발 마사지를 받았다.
시계를 보니 벌써 11시 30분이었다.
배가 고파져서 다시 호텔 방으로 돌아와 잠자는 그녀를 깨웠다.
"F, 일어나. 나 배고파."
"응..."
눈을 비비며 일어나는 그녀를 뒤로 하고 모든 커튼을 열었다.
테라스에서 담배 한 대 피우며 파타야의 공기를 만끽했다.
"F, 밥 먹으러 갈래? 아니면 그냥 집에 가서 더 쉴래?"
"나 그냥 집에 가서 더 잘래."
웬만하면 언니들을 12시 전에 깨우지 않는다.
충분한 수면 시간을 보장해줘야 언니들의 짜증과 뾰루퉁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걸 늦게나마 알았다.
사실 12시도 그들에겐 이른 시간이다.
아무튼 각설하고...
"오빠 오늘 저녁에 어디 가?"
"나 오늘 판다 클럽 가."
"누구랑 가?"
"도리안 그리고 와이프,
나 그리고 2번, 리오 그리고 파트너 총 6명."
"2번? S?"
"응 맞아."
"S 다시 일해?"
"응 몇일 전부터 다시 시작한 것 같아."
난 F를 1번, S를 2번으로 명명하고 서로에게 솔직하게 다 이야기한다.
굳이 숨기고 몰래 만나지 않고, 1번과 2번에게 모든 걸 공유한다.
서로 약간의 시기질투는 있을 수 있겠지만 솔직하게 말해주니 쿨하게 인정하고 받아준다.
그렇게 낮에는 일을 보고 찾아온 밤,
2번에게 연락이 왔다.
"오빠 몇 시까지 어디로 가?"
"월드 하우스 10시 30분 테이블 BOSS 테이블 00번."
"알았어 이따 봐."
"호텔로 와서 같이 갈래? 바로 올래?"
"호텔로 10시까지 갈게 같이 가자."
그렇게 2번과 호텔에서 만나기로 하고 나도 준비를 했다.
로비에서 2번을 만나 월드 하우스로 출동했다.

전에는 세트 메뉴를 선호했지만 요즘엔 과일에 단품으로 주문한다.
이전에 킵 해둔 술과 테이블을 셋팅 완료하고 하나둘씩 오늘의 커플들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
도리안은 프랑스 국적의 친구인데 전에도 몇 번 클럽에 같이 갔다.
물론 그의 와이프도 함께였다.
하루는 판다를 같이 갔는데 그날 판다에 아시아인이 아닌 사람은 이 친구뿐이라 사람들이 엄청 쳐다보더라.
잘생기고 이런 걸 떠나 푸잉 언니들도 신기해해야 한다고 해야 하나?
도리안 와이프가 엄청 시기질투하길래 장난 삼아 전광판에 사진을 찍어 띄워버렸다.


사진을 보고 부끄러워하던 도리안과 와이프였지만 문구를 보고는 와이프가 엄청 좋아하더라.
'그래 내 남자 결혼했어!! 이뇬들아 관심 가지지 마!!'
뭐 이런 느낌?
아무튼 오늘은 월드 하우스에서 프랑스 커플, 한국 커플, 태국 커플 모두 모여 놀아보자고!
어제부터 그녀와의 약속이 있었기에 최대한 술을 덜 마셨다.
게임에서 얻은 팁을 주변 웨이터나 경호원에게 주었고 중간중간 물을 많이 마셨다.
버티고 버티고 버텨 어느덧 새벽 3시가 되었다.
"2번아 우리 이제 갈까?"
"응 나도 피곤해 가자."
"고작 어제 한 약속 기억하지?"
"응? 농담 아니었어?"
"고작 야 나 지금 술도 별로 안 마시고 얼마나 힘들었는데~"
정말 하늘이 무너지고 갑자기 모든 게 다 싫어지고 짜증나기 시작했다.
앞 샴페인잔에 있던 위스키를 갑자기 내가 다 마셔버렸다. 도리안과 레오가 "헤이 브로 무슨 일이야~~"
"...피리어드..."
도리안은 소파에 앉아 웃기 시작했고 레오는 날 위로하기 시작했다.
난 정말 여자친구한테 통수 맞을 때보다 이때가 더 큰 충격이었다고 생각한다.
왜 미리 말하지 않았지?
어제 분명 다 이야기했고 오늘도 이야기했는데 왜 갑자기 지금 와서 이런 상황을 만들지?
레오는 나에게 "형 그냥 빨리 보내고 다른 푸잉 언니를 여기서...."
그냥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고 저 단전에서부터 올라오는 화와 울화가 나를...
"고작 오빠 미안해 화났어?"
"..."
어이없는 상황이지만 어찌 보면 나의 실수이기도 하다.
클럽이던 어디던 그녀는 항상 술 취한 내 모습을 봤고 그런 나를 항상 호텔에 데려다 주고 그녀는 집으로 갔다.
한 번도 그녀와 잔 적이 없어서 어찌 보면 오늘도 그녀는 그렇게 술을 마시고 날 바라다 주고 집에 갈 거라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난 오늘 작정했다고!!!
그렇게 어제와 오늘 뜻하지 않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