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달만의 방벳 1일차
혼자 여행을 다녀온 뒤 집에서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내던 쿨쿨이.
12월에 동생들이 다녀온 여행 이야기를 들어주며 후기 공유로 적적함을 달래던 나날들.
그런데 얼마 지나지도 않아, 이놈들이 1월에 또다시 여행을 가자고 제안합니다.
처음엔 단호히 거절했지만... 어느새 항공권을 알아보고, 발권까지 해놓은 자신을 발견하고 말았죠.
숙소를 묻고 예약하며 여행 준비에 몰두하는 제 모습에 실소만 나옵니다.
정말 어쩔 수 없는 거 다들 이해하시죠? 하하.
그렇게 모든 계획을 짜고 드디어 출발일이 찾아왔습니다! 룰루랄라~
여행 떠나는 날은 신기하게도 밤을 새워도 전혀 피곤하지 않더라고요.
공항에 도착해 게이트에서 대기하던 중, 갑자기 눈이 내리기 시작했어요.
왠지 불길한데... 마음 한구석이 찜찜합니다.

다행히 비행기가 많이 지연되지 않아 마음 편히 탑승했어요.
저는 항상 타자마자 잠드는 루틴이 있는데, 오늘도 쉽게 잠들었죠.
그런데... 한참 자고 일어난 것 같은데 여전히 활주로네요.
"응? 내가 짧게 꿀잠을 잤나?" 하고 시간을 보니...
탑승 후 1시간이나 지났는데 이제 막 이륙하는 거 있죠.
왠지 처음부터 불길한 예감이 들었습니다.
호치민에 도착 후엔 입국심사는 금방 끝나서 기분이 나아지려 했지만,
캐리어가 한참을 기다려도 나오질 않는 겁니다.
10분... 20분... 30분이 지나도 기미가 안 보여,
오늘 만나기로 한 동생과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초조함을 달래봤어요.
결국 40분쯤 동생놈 먼저 보냈습니다.
가는 숙소도 다른데, 너라도 먼저 가 있으라 하고요.
60분 만에 겨우 짐이 나왔는데,
먼저 간 동생이 연락을 해왔더군요.
"형, 도로가 완전 막혀요." 이젠 짜증이 한가득...
우여곡절 끝에 선라에 도착했습니다.
비행기에서 6시간, 짐 기다리는데 1시간, 이동에 1시간 반 걸렸어요.
말이 되나요? 휴... 첫날부터 이런 적은 처음입니다.
그래도 숙소에 들어서니 정신이 확 들더군요.
예약했던 건 2룸인데, 웬일인지 3룸으로 업그레이드되어 있던 겁니다!
덕분에 넓고 좋은 방에서 묵게 됐어요. 조금은 위안이 되더라고요.
급하게 씻고 약속 장소로 가기 위해 그랩을 잡았어요,
근데, 이게 웬일인가요?
잡히지도 않는 데다 잡혔다 싶으면 오는 데만 10분씩 걸리고,
도착해서 차를 타려 했더니 손님이 이미 타 있더라고요.
겨우겨우 경비 아저씨의 도움으로 차를 타고 출발했는데,
마침 러시아워라 도로는 꽉 막혀 있었습니다.
약속 장소에는 이미 동생놈이 먼저 도착해 있었어요.
다행히 만나기로 한 꽁을 크게 늦지 않게 만났습니다.
꽁과 포옹하며 반가움을 나누고, 동생과 서로 인사도 시켜줬습니다.
즐거운 고기 파티와 함께 꽁과의 오랜만의 만남을 기념하며 술을 마셨죠.
꽁은 술이 들어가니 특유의 빈타이는 더욱 드러났는데, 그마저도 웃기고 재밌었습니다.
2차는 제 숙소에서 더 마시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꽁이 "4개의 섬 투어를 가자!"고 제안해서 모두 웃음바다가 되었죠.
물론 농담인 건 금방 알아차렸지만요.
술도 즐기고 동생을 숙소로 먼저 보내며 하루를 마무리하려 했는데,
갑자기 꽁과의 ‘전투 시간(농담)’이 시작됐습니다.
꽁은 전투(?)에서 선수를 치는 타입이라 저보다 먼저 준비를 마치곤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저는 준비가 덜 된 상태라 좀 바빴지만, 꽁의 모습에 마음이 누그러지더군요.
피곤하기도 하고 꽁의 능숙한 움직임에 제가 평소보다 일찍 지쳐버리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그리워했던 순간들을 함께하며 첫날밤을 나름 의미 있게 보냈습니다.

그래, 첫날이라 그런 거겠지!! 아침부터 힘내보자!!!
꽁의 자연사, 그리고 꽉 찬 B의 슴가를 떠올리며 잠이 든 첫날이었습니다.
귀국 후 기억을 더듬어가며 글을 쓰려니 생각보다 쉽지 않네요.
지금은 집으로 가는 버스 안...
집에 도착해서 정신 차리고 2일 차부터 다시 찾아뵐게요.
재미없는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