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파타야 - 6번째 방타이 6 그리고 안녕, 다들 건강해야돼!>
이번 여행의 마지막 후기를 작성합니다.
제 후기를 좋게 봐주고 긍정적으로 평가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번 마지막 글로 브로들이 궁금해했던 점들을 해소할 수 있길 바라요.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네!**
'이 돈은 내가 너와 시간을 보낸 내 가치를 수여한 거야!'
2023년 9월, 나는 코로나 이후 약 8년 만에 다시 태국을 방문했습니다. 내성적인 성격 탓에 며칠간 혼자 관광하며 파타야를 즐기고 있었어요. 유흥과 여성을 좋아하는 나는 큰 결심 끝에 다른 브로들이 추천한 소이 혹을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여성들을 쳐다보는 것조차 어려웠습니다. 결국 땅만 바라보며 빠른 걸음으로 소이 혹을 지나치던 중, 나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와 어필하던 한 여성을 만났습니다. 우연히 그녀의 샵까지 따라가게 되었고, 그녀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냈어요.
여행 내내 그녀와 함께하며 정말 행복했기에, 나는 그녀 또한 나를 좋아한다고 확신했습니다. 지금 와서야 그 모든 것이 비즈니스, 즉 푸잉들의 영업이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당시에는 그녀의 감정이 진심이라고 생각했던 거죠.
그렇게 한국으로 돌아왔고, 이번에 그녀를 다시 보기 위해 파타야를 재방문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바로 그녀가 있던 샵으로 갔는데, 이전과는 달리, 나이트위시 샵에서 소이혹에 위치한 더 고급 샵으로 근무지를 옮긴 상태였어요. 그녀는 내가 방문한 날이 마침 새 샵에서의 첫 출근이라고 밝혔습니다.
나는 그녀를 기쁘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 데킬라 5잔 세트를 5번 주문하며 술을 샀습니다. 그 자리에서만 6000밧 이상을 썼어요. 이후 바파인을 하고 함께 클럽으로 갔고, 다음 날에도 그녀의 샵을 다시 찾아 많은 돈을 썼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의 요구는 점점 더 커졌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요구들에 나는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고, 그녀의 사랑에 대해 의문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조금씩 지갑을 닫기 시작했어요. 늘어나는 금전적 부담과 더불어 마음도 무거워졌으니까요.
그러던 어느 날 밤, 함께 클럽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 잠자리에 누웠을 때 일이 생겼습니다. 그녀의 전화가 울렸고, 룸메이트가 열쇠를 잃어버려 나가야 한다는 이유를 들며 갑자기 자리를 뜨려 했습니다.
나는 그 상황을 '열쇠 테러'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겨우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그녀는 나에게 1500밧을 요구했고, 술에 취하고 졸린 상태였던 나는 돈을 건네주며 그녀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곧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도대체 왜 돈이 필요한 걸까?
메시지로 그녀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충격적인 답이 돌아왔습니다. 더 많은 돈을 주는 중국인 고객의 전화를 받고 그쪽으로 갔다는 것이었죠. 게다가 자신과 함께한 내 시간이 비용으로 환산되어야 하는 가치라고 이야기하더군요.
멘탈이 박살나는 순간이었습니다. 태국에서의 불편한 진실을 제대로 직면하게 된 경험이었습니다.
우리는 그녀들의 '시간'을 산 것이었다. 롱타임이든 숏타임이든 본질은 관계가 아니라 오로지 시간이 중심이었다. 심지어 어떤 특별한 관계가 없더라도, 그녀가 내 옆에서 시간을 보냈다면 그 시간에 대해 반드시 보상을 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이었다.
파타야의 워킹걸들뿐만 아니라, 태국 유흥 업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사고방식은 대체로 비슷했다. 그들의 마음속에는 간단한 논리가 자리 잡고 있다. "내가 너와 함께하며 나의 시간을 보냈으니, 거기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라." 여기서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녀들은 지갑을 열게 만들기 위해, 자칫 내가 그녀에게 사랑받고 있다고 착각할 만큼 헌신적인 모습을 연출한다. 문제는 순진하고 정에 약한 많은 한국 남성들이 이 착각의 함정에 빠진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결과, 아픔을 겪는다.
결국 그녀는 내게 그런 현실을 절감하게 만드는 한 마디를 남기고 떠나갔다. 아이러니하게도 본인의 팔찌를 내 호텔에 두고서 말이다.

우리가 사는 것은 그녀들의 시간이었다. 롱탐이든 숏탐이든 중요한 건 관계가 아니라 '시간'이었다. 심지어 어떤 특별한 관계가 형성되지 않았더라도 그녀가 나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면, 그 시간에 대한 댓가는 지불해야 한다는 논리다.
파타야의 워킹걸들이나, 더 나아가 태국 유흥 업계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사고방식은 대체로 일관적이다. "내가 너와 함께 시간을 보냈으니, 그 시간에 대한 보상을 해라!"는 것이다. 여기엔 사랑이란 감정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그녀들은 단지 당신의 지갑을 열게 하기 위해, 마치 당신을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온갖 헌신적인 모습을 연기한다. 그리고 순진하고 정에 약한 한국 남자들은 그 가면에 쉽게 속아 넘어간다. 결국 사랑이라고 믿었던 착각에 빠져 상처받고 아파하는 일이 반복된다.
그녀는 떠나면서 내게 그런 인생 교훈 같은 말을 남겼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팔찌를 내 호텔 방에 놓고 간 채로 말이다.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약간 살이 붙은 듯했지만,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녀의 쇄골에는 눈길을 끄는 문신이 있었고, 그것도 그대로였다. 옷차림으로 보아 소이혹 샵을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것 같았지만, 어쩌면 일을 완전히 그만두고 평범한 삶을 살고 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상황을 생각했을 때, 일을 중단할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시간을 보니 소이혹 휴일인 것 같지도 않았다. 아마 오늘만 프리랜서로 일하러 왔다가 아직 짝을 찾지 못해 KIM 형님을 통해 한국 남성을 소개받으려는 듯했다. A 형님은 종종 괜찮은 태국 여성들과 한국 남성 여행자들을 연결해 주곤 했고, 이러한 만남은 대개 양측 모두 만족스러운 결과를 냈다. 하지만 그녀는 A 형님과 특별히 친분이 있는 것 같진 않았다. 단순히 친구를 따라 인사를 하러 온 듯했다.
그녀 역시 나를 알아보는 눈치였다. 물론, 나는 파타야에 올 때마다 모자와 안경을 착용하곤 했고, 오른손목에는 은팔찌를 차고 다녔다. 그녀가 함께했던 시간 속에서 종종 "오빠는 이 은팔찌만 보면 찾을 수 있겠네"라며 농담처럼 말하던 기억이 났다.
그녀는 내 주변 사람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그 눈빛은 마치 '여기는 내가 쉽게 올 수 있는 곳이 아니구나'라고 말하는 듯했다. 그 순간 R 푸잉이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듯 내 얼굴을 두 손으로 잡고 자세히 쳐다보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눈빛에서 모든 것을 읽을 수 있었다.
'오빠, 무슨 일 있지?'
정말 놀랍도록 센스 있는 아이였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고개를 천천히 양옆으로 저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불안했던지 갑작스레 날 향해 키스를 퍼부었다. 예상치 못한 R푸잉의 행동에 주변 사람들은 야유를 보내며 웅성거렸다. 그런 와중에 F푸잉의 시선이 느껴졌다. 나는 R푸잉의 돌발 행동에 맞춰 평소보다 과장된 제스처로 키스에 응답했다.
소탐대실.
가끔 푸잉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든다. 그들은 자신의 눈앞에 바로 이득이 보이면 망설임 없이 선택을 바꾼다. 조금만 더 참고 기다린다면 더 큰 결실을 얻을 수 있음에도, 순간의 작은 이익에 쉽게 마음을 흔드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행동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 우리가 받아온 교육과 삶의 토대가 너무도 다를 뿐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여러 환경에서 경쟁하며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물론 태국에서도 좋은 환경에서 자라 양질의 교육을 받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정상적인’ 가정 출신의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경제적 어려움으로 그런 혜택을 누리지 못한 이들 역시 적지 않다. 그래서인지 그녀들도 자신의 잘못된 선택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깨닫고 안타까워하고 후회할 때가 있다. 하지만 회복은 또 빠르다. 너무 익숙해진 탓일까. 좌절에도 무뎌진 것처럼 보인다.
그때 만약 F푸잉이 좀 더 참으면서 나와 인연을 이어갔다면 지금 내 곁에는 F푸잉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모시는 형님이나 A형님과도 자연스럽게 친분을 쌓았을 것이고, 우리가 함께 어울리는 브로들과도 즐겁게 지냈을지도 모른다. 그녀에게는 앞으로 많은 도움이 될 만한 일들이 열렸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우리의 인연은 거기까지였던 것 같다.
그 이후로 F푸잉과 그녀의 친구들은 몇 번 더 우리 테이블과 자신들의 테이블을 오가며 어색한 마주침을 반복했지만, A형님이 판다에 온 순간 모든 게 정리되었다. 항상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달려오는 댄서 푸잉들 때문에 그녀와 제대로 대화할 시간조차 없었다. 워킹걸과 댄서는 비교 대상 자체가 되지 않는다.
그렇게 그녀와의 짧은 만남은 끝이 났다. 그래도 건강히 잘 지내는 듯해 다행이다.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가 문득 떠오른다.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래. 너와 함께했던 시간은 참 즐거웠고 정말 좋았어. 고마웠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