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의민족
베트남

1년 푸잉과의 이별여행. 냐짱+달랏 9박 10일. EP. 9. 달랏 4일차. 푸잉 오토바이 뒤에 타고 2

흑주
2024.12.14 추천 0 조회수 2892 댓글 8

 

오랜만에 늦잠을 즐겼다. 푸잉P가 나를 깨웠다. 아침의 달콤한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그녀 손에 이끌려 억지로 샤워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이제 우리 사이가 점점 무미건조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마음 한편에 남았다.

'뭐 먹을까?'

'오빠, 고기전골 또 먹자.'

아무리 맛있어도 3일 연속은 좀 그렇지 않니? 그것도 관광지에서 말이야.

'그냥 한식 먹자.'

'알았어...(입이 삐죽 튀어나옴.)'

그렇게 찾아간 곳은 설렁탕집이었다. 신기하게도 '가을 설렁탕'이라는 이름의 식당이 있었다.

오랜만에 늦잠을 잤다. 푸잉P가 나를 깨웠다. 아침의 달콤한 순간은 놓쳤지만, 그녀의 손에 이끌려 억지로 샤워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이제 우리는 점점 ㅅㅅ리스가 되어가는 걸까? 하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말이다.

'뭐 먹을까?' 그녀가 물었다.

'오빠, 고기전골 또 먹자.'

음... 아무리 맛있어도 그렇지, 관광지에서 3일 연속 같은 음식을 먹는 건 좀 아니지 않니?

'그냥 한식 먹자.'

'알았어...' 그녀의 입이 삐죽 튀어나왔다.

결국 찾은 곳은 설렁탕집이었다.

 

 

신기하게도 '가을 설렁탕'이라는 이름의 식당이 있었다. 한국보다는 저렴하지만 베트남치고는 가격이 좀 나갔다. 설렁탕은 괜찮았다. 불고기를 먹고 싶었지만 안 된다고 해서 그냥 수육을 시켰다. 맛은 있었지만, 베트남 고기전골이 더 맛있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싹싹 비우고 나왔다.

'오빠, 와인농장 가고 싶어.'

'그래, 가자.'

거리가 좀 있었다. 그런데 우리 바이크는 50cc 이하였다. 나는 바이크 운전을 할 줄 모르고 그녀는 무면허였으니 어쩔 수 없었다. 그녀의 뒤에 실려 산골 마을을 지나는데 풍경이 너무 좋았다.

 

 

약간 대관령 느낌도 났다. 실제로 와인농장이 산 한 가운데에 있었다. 가는 길에 한국식 사우나가 보였다.

'우리 와인농장 갔다가 한국식 찜질방 갈까? 몸이 찌뿌둥해.'

'ㅇㅋ, 가보고 싶어.'

 

달랏이 와인으로 꽤 유명한 것 같았다. 예약 없이 갈 수 있어서 그것도 괜찮았다. 입구에서 입장료를 내고 들어갔다.(관람비 및 와인 3종 시음 비용 포함이었다.)

 

 

와인 보관 창고를 구경했다. 그 오크통 특유의 은은한 냄새가 기분 좋게 했다. 관람객이 우리뿐이라 직원이 영어로 설명을 잘해줘서 참 좋았다.

 

 

그런 공간에서 달랏 와인이 어떻게 생산되고 제조되어 유통되는지를 비디오로 감상하기도 했다.

 

 

드디어 기다리던 시음 시간이 찾아왔다. 첫 번째로 뱅 달랏 레드와인을 마셔보았다. 기대는 컸지만, 그저 평범한 와인의 맛이었다. 와알못인 내 입맛에는 비행기 기내식에서 제공되는 와인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주정뱅이 푸잉P는 괜찮은 와인이라고 했다.

다음으로 샤또 달랏 레드와인을 시음했다. 나 같은 와알못도 이건 정말 괜찮다고 느꼈다. 주정뱅이는 훌륭하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화이트 와인은 마치 음료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도수도 낮고, 그래서인지 내 입맛에는 가장 잘 맞았다.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음료 같아서 좋았다. 하지만 푸잉 P는 너무 달다고 별로라고 했다.

그렇게 한 잔씩 시음하고 있던 중, 관광버스가 하나 들어오더니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몰려왔다. 피하는 게 예의일까 싶었다.

"오빠, 와인 사가자!" 그녀가 말했다. "솔직히 기대 많이 했는데 내 입엔 영 아닌걸?" 내가 대답했다. "샤또 와인 한 병 사던가 아니면 뱅달랏 + 화이트와인 하나 사가자." "흠... 글쎄... 더 맛있는 와인이 시내에 더 많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을 때 그녀가 번역기로 찍어준 내용이 있었다. 'Politic'이라 적혀 있었다. 정치적? 대충 맥락으로 이해하니 사는 게 매너나 절차라는 뜻인가 싶었다.

그래서 "입장료 냈어. 시음 가격 포함임."이라고 말하니 그녀는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어이 어이, 에휴. 갑자기 삐져서 나가자고 했다.

나도 짜증이 확 나서 "야 허세 부리지마."라고 말했더니 더 삐졌다.

와인 시음 전에 방문한 와인 농장은 볼거리가 많았다. 푸잉이 좋아하는 꽃 정원도 잘 꾸며져 있었다. 그런데 내려가자마자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더라.

에휴, 가자고 했다. 오는 길은 천천히 왔지만 편도로 1시간이나 걸렸다. 그렇게 푸잉 뒤에서 비를 맞은 듯 중얼거리며 실려오다가 갑자기 멈추더니 내리라고 했다.

"왜?" "풍력발전소 사진 찍어줘."

그래서 사진을 찍어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대화 없이 푸잉 뒤에 난 채 바이크에서 졸았다. 12도, 12.5도, 7도의 와인 세 잔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게다가 비도 살짝 내려 추웠다. 졸다가 뒤로 떨어질까 봐 걱정되었다.

"저기 카페 보인다. 나 졸려 죽을 것 같아." "ㅇㅋ," 그녀가 대답했다.

 

 

글램핑을 즐길 수 있는 곳에서,

 

 

우리는 그곳의 카페에서 코코넛 커피와 처음 맛보는 티라미수를 주문했다. 나는 소파에 몸을 맡기고 잠시 눈을 붙였다. 30분쯤 지났을까? 가랑비도 멈추고, 삐져있던 푸잉도 기분이 풀린 듯 보였다. 일어나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푸잉이 남긴 티라미수를 먹었는데, 꽤나 맛있었다.

 

푸잉의 기분이 좋아진 김에 사진도 찍어주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우리가 전날 방문했던 Ga Trại Mát 기차역도 보였다. 그런데 푸잉은 숙소가 아닌 숙소 근처 중고 옷 가게에 차를 세웠다. '왜 여기 주차해?'라고 물으니, '오늘 두 시간이나 운전했으니 나를 위해 옷을 사줘'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옷 가격은 비싸야 만오천 원 정도였지만, 오토바이를 운전한 것과 옷 사는 것이 무슨 관계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사랑하는 사이인데 말이다. 짜증이 치밀어 올랐지만 꾹 참고 그녀에게 고르라고 했다. 결국 두 벌을 골라 나왔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널브러져 쉬었고, 그녀는 이미 욕조에 물을 받아 몸을 담그고 있었다. '우리 한국 찜질방 가기로 했잖아?'라고 묻자, '갑자기 가기 싫어졌어. 그냥 샤워하고 마사지 받으러 가자'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내 의견은 중요하지 않은 듯했다.

욕조에서 간단히 씻고 침대에서 이어가려 했지만, 그녀는 오늘 많이 운전해서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거부했다. 아침에도 그러더니... 우리의 관계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저녁이었다.

달랏의 마사지 가게들은 꽤 비쌌다. 태국 로컬샵의 두세 배 가격이었다. 몇 군데 가격만 보고 포기하고 야시장으로 향했다. 그녀에게 맡기면 또 국물 요리를 먹자는 이야기가 나올 게 뻔했기에 팜유가 추천한 집으로 갔다. 별로 기대하지 않았지만 사람이 많아 속아보기로 했다.

 

 

모든 것이 별로였다. 옆자리에는 한국인들이 있었고, 그들 역시 팜유에 속았다고 말했다. 우리는 걸어서 숙소로 향했다. 그녀는 숙소 앞에서 한 잔 하자고 제안했다.

 

 

<체크아웃 후 찍은 사진, 이 집을 방문하여 한잔 걸침.>

 

 

외국인은 우리뿐이었다. 베트남 사람들도 술을 마시면 떠드는 건 똑같았다. 전 세계의 병맥주가 모두 모여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마신 것은 뮌헨 맥주였다.

 

 

푸잉은 벨기에 맥주를 마셨다. 도수가 12도였던가? 정말 놀라웠다.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

 

 

음... 덜 익은 망고와 말린 새우의 조합은... 음... 추천하고 싶지 않다. 그렇게 그녀는 추가로 한 병 더 마셨다. 나는 한 병으로 끝내고 숙소로 돌아왔다. 다음 날 냐짱으로 넘어가야 했으니까. 그녀는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했다...(그럼 왜 술을 두 병이나 마셨지? 야시장에서도 두 병을 마셨으니 총 네 병이나...)

ㅅㅅ를 거부했다. 조금 짜증이 났지만, 이별 여행이었으니 그냥 남아있던 과일과 빵, 과자를 조금 먹고 깊은 잠에 빠졌다.

댓글 8


푸잉이 텐션 바로 살아 났네요 ㅋㅋ

분위기 너무 좋네요

푸잉이 좋아보이는데요

니가가라하와이
하 여행 마렵네

와 이런 분위기가 다 나오네요

푸잉 기분 좋아 보이는데 ㅋㅋㅋ

이런 조합 좋네요

이것이 이별 여행 클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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