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로맴매 후기 in 하노이 - 2

히어로에 도착했을 때, 

그곳이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지나쳤던 대로변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웃음이 나왔습니다. 

클럽이 대로변에 자리 잡고 있는 것도 이상했지만, 

간판은 마치 캡틴 아메리카의 모조품처럼 보였습니다.

 서부 시대 펍 같은 오래된 느낌이었죠.
내부는 다르겠지 생각하며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응답하라 1994에 나오는 콜라텍과 비슷한 복고풍 클럽이었습니다.

 1층은 스탠딩 공간이고, 2층은 주로 테이블 위주였습니다.

 EDM 음악에 맞춰 신나게 춤추는 사람들은 귀여웠습니다.

 첫인상은 별로였지만, 

기분이 좋았기에 금방 음악에 취했습니다.
2층에 자리를 잡고 블랙라벨과 과일을 주문했습니다.

 이곳에서는 웨이터들이 서빙도 했습니다. 

잔이 비면 채워주고 안주도 챙겨주는 모습에 감동받아 팁을 줬더니 매우 좋아하더군요. 

분위기에 취해 혼자 앉아 리듬을 타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클럽에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솔직히 외모만 놓고 보면 평균적으로 꽁가이가 더 매력적이었습니다. 

몸매와 비율도 훌륭했고, 의상도 적절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그렇게 예쁘고 매력적인 사람들이 많았는데도 성욕은 생기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여성의 아름다움을 성욕 없이 관조하는 경험은 처음이었습니다. 

마치 그랜드캐니언이나 루브르 박물관에서 느꼈던 경탄과 떨림 같은 것이었습니다.
믿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무슨 약에 취한 것처럼 붕 뜬 기분으로 한참 동안 스스로 격리된 상태로 분위기와 술에 젖어 시간을 흘려보냈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정확히는 알 수 없었지만, 

어느 순간 우측 끝에 비어 있는 테이블이 눈에 들어왔다. 

한참 동안 아무도 그곳에 앉지 않았다. 

예약석일까? 괜스레 궁금한 마음에 그 자리를 주시하기를 몇십 분. 

드디어 웃음소리가 가득한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예쁜 꽁가이 네 명이 그 자리로 향했다. 

자연스럽게 시선을 돌렸는데...
맙소사, 중간에서 오른쪽에 있는 그녀의 모습이 내 시선 속에 박혔다. 

정말 잊을 수 없는 아프고 아련했던 첫사랑과 너무 닮아 있었다.

 내 모든 처음을 가져갔던 그녀와 말이다. 

순간 내가 취해서 헛것을 보는 건가 싶을 정도로 정말 많이 닮았다.

 그리고 참 우습게도, 

나는 그녀가 그녀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얼굴을 가까이서 보고 싶어 무언가에 홀린 듯 그 테이블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람 사는 게 참 우습다.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베트남 여성에게서 첫사랑의 향취를 맡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하하. 

첫사랑과 닮았다고 무작정 달려드는 나도 미친놈이긴 하지만 말이다.
나는 그렇게 반쯤 마셔 흔들리는 술잔에 기대어 그녀의 테이블로 다가갔고, 

그런 나를 발견한 그녀와 친구들은 준비하던 손길을 멈추고 나를 응시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그녀 앞에 도착한 나는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는 그녀에게 어물쩡 잔을 들며 물었다.
 

"Can I join this tab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