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간 파타야 여행기(또다른 한국푸잉과의 여행)마지막
잠자리에 들기 전,
나는 핸드폰을 확인했다.
수많은 DM이 쌓여 있었고,
그 중 하나는 O에게서 온 것이었다.
싸늘한 기분으로 열어보니,
술에 취해 팬더가 된 듯한 그녀가 보낸 메시지였다.
"너 지금 여자랑 있네?
왜 여자친구 있으면서 없다고 거짓말했어?
난 진짜 네가 나의 남자친구이길 바랬어.
어떻게 내 자리에 다른 여자와 같이 있어?"
그녀는 다른 남자와 손잡고 있는 사진까지 마지막으로 보내왔다.
그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나는 일단
"여자친구 아니다. 한국에서 온 친구다. 그 친구는 호텔로 들어갔고 나는 지금 혼자다"
라고 답장을 보냈다.
결혼 전 아버지가 해주신 충고가 떠올랐다.
"다른 여자와 한 침대에 있다 걸릴지라도 안 했다고 우겨라. 인정하는 순간 끝이다. 끝까지 우기면 그래도 관계 회복은 가능하다."
정말로 그런 말씀을 하셨던 것이다, 브로들아.
그렇게 메시지를 보내고 뒤척이다 잠이 들었다.
정오쯤 체크아웃하라는 벨 소리에 우리는 일어났고,
내가 지내는 콘도로 J와 함께 넘어갔다.
가는 길에 짬뽕집에서 짬뽕을 시켜 해장하고 조금 쉬다가 옥상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즐겼다.

놀다가 저녁 먹으러 다시 좀티엔 글라스 하우스로 갔다.
여기 안 가본 사람들은 꼭 가봐야 한다.
가격은 좀 나가는 편인데 분위기가 정말 좋다.
아직까지 O는 내 문자를 읽지 않고 있었다.
찝찝한 감정을 최대한 숨기며 저녁을 먹고 마지막 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O에게서 또 메시지가 왔다.
"O 더 이상 거짓말하지 마. 나 진짜야 어제 너가 나한테 인사왔으면 소개시켜줬을 거야."
"O 진짜야? 그래도 난 믿을 수 없어 친구 사이처럼 보이지 않았어. 더 이상 너에게 상처받기 무서워."
이런 메시지를 끝으로 더 이상 연락이 오지 않았다.
공항으로 갈 시간이 되어 택시를 탔다.
혼자 시간을 보내며 O를 만나러 갈까 했지만,
그녀가 내 메시지를 확인하지 않아 우선 J에게 집중하기로 했다.
공항에서 J를 보내고 파타야로 돌아오는 길에 현타가 심하게 와서 생각했다.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O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사진이 올라왔어.
그걸 보고 나니,
질투가 가슴 깊숙이 파고들었지.
'나도 너처럼 다른 사람을 만나면 안 되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더라.
하지만 할 말은 없었어.
그렇게 혼자 잠에 들고 일어나 보니 몸에 열이 심하게 오르더라고.
정말로 4일 동안 콘도에서 꼼짝 못 하고 폐인처럼 지냈던 것 같아.
그때 잊고 있던 M에게서 문자가 왔어.
"뭐하고 지내고 있어?"
라는 짧은 메시지였지만,
내게는 큰 의미로 다가왔지.
이번 이야기는 재미없을 수도 있지만,
내 추억이라 정리할 겸 적어봤어.
다음에는 다시 M과의 추억으로 2달간의 여행기를 마무리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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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누군가가 있어도 우린 누군가를 찾고
옆에 누군가가 나 아닌 다른 사람을 만난다면
그건 또 꼴보기 싫고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