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만 감으면
천장을 가득 메운 연기 사이로 이리저리 길을 잃은 레이저 불빛들 아래서 더 빛나는 그녀를 보며, 빨간 입술에서 새어나오는 노래를 듣습니다.
"우닛 나요이 난디 또 나 이까우, 이까우 앙 빠기빅 나 비니까이..."
바람막이를 입고 있어도 온몸을 차갑게 만드는 거센 에어컨 바람이 직격으로 오는 자리지만, 그녀가 노래하며 꼭 잡아주는 손만은 따뜻합니다.
노래 가사를 보며 부르다가 다시금 고개를 돌려 촉촉한 눈빛으로 저를 보며 부를 때, 참 이 나이에도 부끄러워 입술이 묘하게 쪼그라듭니다.
그리고 가사를 보기 위해 천장 가까이 위치한 TV 쪽으로 몸을 돌릴 때, 잡고 있던 손은 자연스레 그녀의 힙 위로 올라갑니다. 모양새로 봐서는 꽤나 빵빵해서 단단할 것 같았는데, 막상 올라간 손이 전해주는 느낌은 굉장히 말랑말랑한 마시멜로 같습니다.
후렴구 가사는 볼 필요가 없는지, 자연스럽게 제 무릎에 앉아 촉촉한 눈빛으로 저를 더듬으며 제가 마시던 콜라 빨대를 입에 가져가네요.
"삐삐리~~ 쏘 러블리 타임~~ 예이예~~" 깊고 저음의 동굴 목소리로 음악을 담당하는 꾸야가 마이크로 끼어들고, 그를 바라보면 홀 내 모든 사람들이 폭소를 터뜨립니다.
업소 문 곁에 위치한 의자에 앉아 피싱하며 대기 타는 ㅂㅂㅇ들도 휘파람을 불고 박수를 쳐줍니다. "키스하라고! 사랑하라고!"
주거니 받거니 1곡 혹은 2곡씩 종이에 적어 그녀와 경쟁하듯 부르다 보면, 침대에서 나누는 교감 이상의 무언가를 홀 내 무선 마이크를 잡고 경험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콩깍지라면 눈에 좀 씌어놔도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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