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20대 한달 여행기2

파타야로 가기 전날의 일이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알게 된 태국 교민 형님과 함께 태국 현지인들이 주로 가는 인기 클럽에 가게 됐다.
그곳 분위기를 보니 정말 태국인들로만 가득했더라. 혹시 괜찮은 사람이 있나 둘러보던 중, 앞 테이블에서 모델 같은 푸잉을 발견했다. 속으로 진심 감탄했을 정도다.
피부는 밝은 편은 아니었지만, 얼굴 이목구비가 날렵하게 또렷했어. 성형이 아니라 자연미가 느껴지는 얼굴이었다.
키도 꽤 큰 편이라 내 눈에는 168에서 170cm 사이로 보였는데, 내가 본 푸잉들 중 가장 키가 컸던 것 같다.
그녀를 A푸잉이라 부르기로 하자. 같이 간 형님도 A푸잉을 보고 여기서 단연 최고라고 인정할 만큼 예쁘더라.
처음엔 자연스럽게 접근해서 짠도 하며 조심스럽게 나이를 묻고 몇 명이 왔냐고 질문을 던져봤다. 하지만 역시 태국 현지 푸잉들은 공략하기 쉽지 않더라.
K-팝에도 관심 없고 한국어는 전혀 모르는 듯했다.
짠을 하고 나서 살짝 손을 잡아보려고 했는데 바로 뿌리치더라. 아, 이건 외국인한테 관심 없다는 티가 확실히 난다 싶었다.
그 순간 포기할까 싶어서 속으로 몇 번이고 떠나려 생각했다. 그래서 A푸잉에게 "나는 네가 좋은데 너는 나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네"라고 하고 자리를 뜨려는데, 그녀가 갑자기 붙잡더라.
(이런 순간에 느낀 거지만, 정말 마음에 드는 푸잉이 있어도 너무 끌려만 다니면 안 될 것 같다. 적당히 밀당이 필요한 법이다. 무조건 끌려다니면 호구로 보일 수 있으니, 너 아니면 다른 사람 만난다는 마인드로 접근해보길 바란다. 물론, 바트를 엎어쓰고 달리는 전사들은 제외다.)
아무튼 다시 술자리로 돌아가 분위기를 띄워볼까 했지만, 쉽게 넘어오진 않았다. 결국 고배를 마시고 숙소로 돌아와 첫 새장국을 했다.
혼자 있으니 정말 외롭더라. (매일 새장국을 끓이는 형들, 존경한다.)
마지막으로, A푸잉과 함께 찍었던 사진이다.

파타야에 머무를 숙소가 이미 7일 예약되어 있어서, 마음을 가다듬고 방콕을 떠나 파타야로 넘어갔어. 물론 하루 뒤에 다시 방콕으로 돌아가긴 했지만. 파타야 숙소는 여러 사람들의 추천으로 KTK에서 잡았어. 체크인할 때 직원이 내게 한국인이냐고 묻더니, 내가 그렇다고 하니까 "모든 한국인들은 숙소에 여자를 데리고 온다더라"라고 웃으면서 말하더라. 형님들 정말 대단합니다.
첫날 오후 늦게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고 밥 먹고 잠깐 쉬다가, 밤이 되자 할리우드라는 클럽에 가봤어. 입장하려는데 맥주를 최소 3병은 주문해야 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세 병을 시켰지. 좀 부담되긴 했지만 이해해주길 바라. 자리를 잡고 보니 내 테이블엔 맥주 3병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고, 솔직히 좀 초라해 보였어. 옆 테이블에는 여자들이 많았는데, 테이블 위엔 양주며 안주가 가득하더라. 내 자리에 비교하니 좀 민망했지.
맥주 한 병을 홀짝이며 조용히 앉아 있던 중, 옆 테이블에 있던 여자 세 명이 말을 걸어오더라. 나 혼자 왔냐, 어디서 왔냐 이런 걸 물어서 대답하다가 내가 대놓고 물었어. "너 혹시 워킹걸이야?"라고 하니까, 그렇다고 솔직히 말하더라. 나는 개인적으로 그런 타입엔 관심이 없어서 바로 자리를 정리하고 나왔어. 금전적으로도 여유가 없어서 더는 머물 수 없었지.
그래도 클럽 안은 분위기가 좋았고, 괜찮게 생긴 여자들도 꽤 많았어. 꽤 많은 여자들이 다시 말을 걸기도 했는데, 모두 워킹걸이라고 하더라. 파타야는 자비를 기대하기 어려운 곳인 것 같아. 아마 꽁짜를 바라는 사람들은 이곳에 오면 안 되는 듯싶어.

1년 전에 BJ들 보니까 일반인도 몇몇 있더라고. 그런데 새벽 2시쯤 되니까 다들 판다로 넘어가는 분위기였어. 판다에 갔더니 사람 엄청 많더라. 너무 북적거려서 1층 소파에 앉아 쉬고 있었는데, 갑자기 푸잉 한 명이 와서 내 손을 잡고 따라오라는 거야. 뭐지 싶으면서도 반쯤 끌려갔는데, 알고 보니 2층 자기 테이블에서 같이 놀자고 하더라고.
'오, 이거 괜찮은데?' 싶어서 분위기 맞추고 춤도 좀 추고 있었더니 이 사람이 대뜸 "너랑 하고 싶다" 이러는 거야. 순간 '될 것 같다' 싶었는데... 클럽 영업종료 30분 남기고 갑자기 3천만 달라는 말을 꺼내더라고. 처음엔 돈 얘기 전혀 없었는데, 결국 "꺼져" 한 마디 하고 완전히 정 떨어졌다. 숙소로 돌아와서 차가운 새우국 먹으면서 허탈감을 달래야 했지.
파타야 길거리에서도 푸잉들과 대화 많이 해봤는데, 거기는 100% 돈 요구하더라. 진짜 돈 없으면 발붙이기 힘든 곳이 파타야라는 걸 실감하게 됐어. '이젠 여기 못 오겠다' 싶어 하룻밤 자고 일어나는데, 메신저로 방콕에 있는 푸잉한테서 클럽 같이 가자는 연락이 왔어. 오잉? 갑자기 기대감에 바로 호텔 체크아웃하고 방콕으로 도망치듯 이동했지. (파타야는 이제 안 갈 것 같아.)
진짜 힘들었다. 오늘은 여기서 좀 쉬어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