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 ~ 8/14 호치민 세번째이야기
어젯밤에도 2-5-8 법칙을 잘 따라 우리는 3일차의 피로를 안고 오늘의 투어를 시작했습니다. 12시 반에 구찌 투어가 시작되기로 되어 있어서 반쎄오 맛집에서 전투식량을 흡입한 후, 약 20명 정도의 외국인들과 함께 투어를 시작했습니다. 구찌 투어는 정말 한 번 가보길 강력히 추천합니다! 그 좁은 땅굴을 파고 수년간의 전쟁을 벌였다는 것도 신기했고, 레깅스를 입은 서양 언니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우리의 건전한 관광이 끝나고 호텔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7시 반이었습니다. 미리 약속을 잡아 놓은 아이를 만나기로 했는데, 이미 아침까지 250에 친구 2명 추가로 합의된 상태였습니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되어가던 중에 그 아이를 만나는 순간 모든 것이 엉망이 되었습니다.
"너의 얼굴은 내 계획에 없었다"고 생각했던 그 짧은 순간에는 여태 버렸던 다른 미프걸들이 생각나기도 했고, 로비에서 너무 쪽팔린 기분이었습니다. 호텔 밖으로 나와 대충 이야기를 나누고, 다행히도 얼리고홈의 정석테크를 시전할 수 있었습니다. 돈을 먼저 달라고 하는데, 이년아 너 사람을 잘못 골랐다고 생각했습니다. 바로 싫다고 아침에 준다고 했는데, 그럼 반은 먼저 달라고 하니까요.
그렇게 실갱이를 벌이던 도중, 그녀는 감사하다며 "그럼 나 안 갈 거야"라고 했습니다. 그 순간에는 나의 의지가 아닌 세포가 반응하는 것처럼 "그래 알았어, 잘 가"라고 말하고 잽싸게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그리고 일행들에게 전화해서 내려오라고 했습니다. 형들이 하지 말랬는데 호기심에 눈이 멀어 실행에 옮긴 것은 내 잘못이었습니다.
쫌이따 카톡이 왔는데 미안하다며 다시 만나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바로 차단하고 대책 회의에 들어갔습니다. 우리의 소중한 하루를 날릴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회의 결과는... 역시 돌아이들답게, 이렇게 된 거니까 오늘 하루는 운명에 맡기자고 결정했습니다. 망했다고 가지 말랬던 클럽에 가보고, 한국인들이 없을 만한 곳으로 가보자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클럽에 갔더니 풍선빠는 것들을 10분만에 나와버렸고, 그 앞에서 시진을 찍고 다시 부이비엔으로 돌아와 맥주를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정리해보니 형들이 하지 말랬던 짓을 다 해봤군요... 4박 내내 가라오캐만 가는 것은 사냥 본능이 허락을 안하기에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사건들도 경험이었고, 그 아이를 만나 돈을 별로 쓰지 않게 된 것을 위안삼으며, 우리는 오늘 아끼는 돈으로 내일 마지막 밤을 ㄱㄹㅇㅋ 가기로 결정하고 잠에 들었습니다. 내일 만나게 될 포카혼타스 닮은 그녀와의 만남은 상상하지 못한 채로 말이죠.